'블러드', 여러모로 피본 영화..전지현이 아쉽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6.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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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합작영화 '블러드'가 마침내 첫 선을 보였다. '블러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한국과 홍콩, 프랑스 자본과 인력이 투입돼 만든 작품. 전지현이 주인공을 맡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개봉을 추진해 제작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 4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 시사회에는 구름 같은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가 모였다. 주최측의 준비 소홀로 발길을 돌리거나 시사회 중반에야 간신히 극장에 들어선 취재진도 상당했다.


공개된 '블러드'는 재앙 수준이었다. 이야기는 일본도에 난자당한 듯 구멍이 송송 뚫렸으며, CG는 '디 워'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지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홀로 고군분투한 전지현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알려진 대로 '블러드'는 뱀파이어와 혼혈인 여전사 사야가 뱀파이어들을 사냥한다는 이야기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참인 70년대 일본, 오래 전 아버지를 뱀파이어의 두목인 오니겐에 잃은 그녀는 협회라 불리는 조직과 손을 잡고 뱀파이어들을 사냥하면서 복수를 꿈꾼다.

주일 미군 내 고등학교에 잠입한 사야는 뱀파이어들을 사냥하다가 미군 장군의 딸과 우정을 쌓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사야는 아버지의 원수 오니겐과 맞붙게 된다.


'블러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전지현이다. 시작부터 클로즈업되는 그녀의 냉정하면서도 아름다운 얼굴은 '블러드'의 상징이자 전부이다. 세일러복을 입고 일본도를 손에 든 전지현의 모습은 애니메이션 사야를 그대로 옮긴 듯하다. 액션 장면도 고생한 티가 역력하다. 일본어 대사야 더빙이기에 차치하더라도 영어 대사는 수준급이다.

하지만 액션 연기 경험이 일천한 탓에 검의 고수를 연기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 듯 했다. 액션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띄엄띄엄 끊기는 것은 연출의 탓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액션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탓도 크다.

500억원을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 모를 듯한 CG는 논할 가치도 없다. 안쓰럽게 변신하는 괴물들과 특히 절벽 추락신은 기자회견을 진행한 엉성한 사회자가 제작비 500억원을 500원으로 실수해서 표현한 게 딱이다 싶을 정도다.

가이드북이 없으면 도통 알 수 없는 설정은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사전에 영화 정보를 알지 못하는 한 사야가 400년을 넘게 살아왔다는 것과 뱀파이어와 혼혈이란 사실, 그래서 피를 마셔야 한다는 설정, 사야의 피가 뱀파이어를 없앤다는 것 등을 영화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블러드'의 미덕이라면 전지현의 예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녀의 미국 진출에 발판이 되는 영화라는 점, 그리고 짧다는 것이다. 물론 체감시간은 사람에 따라 길수 있지만.

육개장보다 걸쭉한 피가 난무하는 '블러드'는 그야말로 여러모로 피를 본 작품이다. 86분. 11일 개봉. 이해할 수 없게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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