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소중하지 않은 한국 대중음악①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9.06.0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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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칼럼 '강태규의 카페in가요'를 연재하고 있는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가 문화 계간지 《쿨투라cultura》 2009년 여름호(통권 제14호)에 게재될 특집 원고 <음악이 소중하지 않은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소개합니다.

강씨의 글은 오늘날 음악이 치열함과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인식 아래 ‘음악이 소중하지 않은 시대’가 개막되었다는 자탄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초래한 주된 원인은 균형을 잃고 표류하는 미디어의 부당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들이 상업 논리와 결탁하면서 시청률 높이기에만 급급한 상황으로 추락하여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감각주의 편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풍토는 동시대를 이끌어 갈 대표적인 신인 뮤지션들의 양성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음악 수용자들로부터 ‘음악적 다양성’의 수혜를 포기하도록 강요한다고 지적합니다. 가요가 음악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패션으로 둔갑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다양한 음악 듣기와 양질의 음악을 살리기 위해 미디어와 창작자, 그리고 음악 수용자들의 성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오늘의 대중음악은 어떤 얼굴로 존재하고 있는가.

문화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중음악은 대중에게 가장 쉽게 수용되는 대표적 장르다. 늘 몸에 붙어 다니는 존재며, 좋든 싫든 실시간으로 음악을 듣게 된다. 실용성에 있어서도 가요는 노래로 소통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보편적 정서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노래방에서, 혹은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에서 부르는 노래는 그 사람의 개성과 문화적 성향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개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이후 대중음악은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노래를 통해 세대의 문화 행간을 읽어 내렸고 유행의 본질을 파악해 현상학적인 문제를 찾아낼 만큼 대중의 심연에는 다양한 대중음악이 존재했다.

2009년, 새로운 세기를 맞은 지 8년이 지났다. 대중음악은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수적 팽창을 가져왔으며, 다양한 장르의 시도와 실험적 요소들을 곳곳에 차용했다. 그 모양새가 마치 새롭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것처럼 보인다. 새로움의 문제를 스타일로 국한하면서 기형적 결과도 초래했다. 새로운 깊이의 성찰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을 주창하면서 결국 ‘공감’이라는 전통적 미학이 파괴됨으로써 대중음악 창작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가수 김도향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러한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일부 가수들의 직설적인 가사에 대해 "지금 한국 대중음악에는 시대의 철학이나 맥락이 빠진 채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쪽으로만 흘러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의 말을 좀 더 설명하자면, 함께 부르며 공감하고 위로로 다가서는 음악이 아니라 새로움을 표방하고 있지만 도저히 노래 가사로 생각할 수 없는, '아주 그냥 죽여주는' 노랫말을 얹어 들려주고 있다는 의미다. 음미하는 가사가 아니라 생각이 필요 없는 유행어의 남발, 노랫말로 사용되기에는 너무 직설적이거나 저속한 표현을 무리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이러한 창작의 형태가 지속되면 가요가 가지는 전통적인 힘의 몰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의 가슴으로 깊숙이 날아 꽂히는 정서적 작용에 적잖은 영향을 끼쳐 가요가 말초적이고 경박해지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는 요지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샤방샤방 샤방샤방 아주 그냥 죽여줘요 / 누구나 사랑하는 매력적인 내가 한 여자를 찍었지 / 아름다운 그녀 모습 너무나 섹시해 / 얼굴도 샤방샤방 몸매도 샤방샤방 / 모든 것이 샤방샤방 / 얼굴은 브이라인 몸매는 에스라인 / 아주그냥 죽여줘요 샤방샤방 샤방샤방 샤방샤방 / 아주 그냥 죽여줘요 / 모든 게 준비가 된 잘나가는 내가 / 한 여자를 찍었지 눈이 부신 그녀 모습 너무나 섹시해 / 얼굴도 샤방샤방 몸매도 샤방샤방 / 모든 것이 샤방샤방 얼굴은 브이라인 몸매는 에스라인 아주그냥 죽여줘요 / 얼굴도 샤방샤방 몸매도 샤방샤방 / 모든 것이 샤방샤방 / 얼굴은 브이라인 몸매는 에스라인 / 아주 그냥 죽여줘요 아주 그냥 죽여줘요 <박현빈 ‘샤방샤방’ 가사 전문. 2008년 3월 발표>

김도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현빈의 ‘샤방샤방’이라는 노래는 히트를 기록했다. 일반인이 벌어들일 수 없는 막대한 수입도 챙겼다. 결과론적으로 대중이 이 노래를 히트시켰고 그는 전 방위적인 노출로 이어졌다. 오늘 이 시간에도 그는 대중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트로트 장르의 기획형 가수로 생산된 박현빈. 그의 노랫말은 동시대에 만들어진 유행어 ‘샤방샤방’ ‘브이라인’ ‘에스라인’과 ‘아주 그냥 죽여줘요’로 이어지는 자극적 표현을 과감하게 차용함으로써 귀를 의심하게 했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미디어의 지원사격으로 ‘의심’은 둔화된 채, 반복적 음악제공은 ‘중독성’이라는 개가를 올린다. 노랫말에 내포된 함의보다는 대중은 자극에 본능적으로 대응하면서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향후에도 대중음악계에는 이러한 유형의 대담하고 공격적인 가수들이 속출할 것이다. 박현빈과 같은 부류의 가수는 트로트 장르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너도 날 좋아할 줄은 몰랐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 / 꿈만 같아서 나 내 자신을 자꾸 꼬집어봐 너무나 좋아 / 네가 날 혹시 안 좋아할까봐 혼자 얼마나 애태운지 몰라 / 그런데 네가 날 사랑한다니 어머 다시 한 번 말해봐 / Tell me, Tell me, Tell. Tell. Tell. Tell. Tell. Tell me / 나를 사랑한다고 날 기다려왔다고 / Tell me, Tell me, Tell. Tell. Tell. Tell. Tell. Tell me / 내가 필요하다 말해 말해줘요 / Tell me, Tell me, Tell. Tell. Tell. Tell. Tell. Tell me / 자꾸만 듣고 싶어 계속 내게 말해줘<원더걸스 ‘텔미’ 가사 일부. 2007년 9월 발표>

Uh-Huh! Listen Boy! My First Love Story (U-Uh-Huh U-Uh-Huh Yeah) / My Angel(Ha-Ah)& My Girls(Ha-Ah)My Sunshine / Uh Uh Let's Go~ / 너무 너무 멋져 눈이 눈이 부셔 숨을 못 쉬겠어 떨리는 Girl / Gee Gee Gee Gee Baby Baby Baby Baby / Gee Gee Gee Gee Baby Baby Baby Baby Oh! 너무 부끄러워 쳐다 볼 수 없어 사랑에 빠져서 수줍은 Girl / Gee Gee Gee Gee Baby Baby Baby Baby Gee Gee Gee Gee Be Be Be Be Be Be / (어떻게 하죠) 어떡 어떡하죠 / (떨리는 나는) 떨리는 나는요 / (두근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거려 / 밤엔 잠도 못 이루죠 <소녀시대 'GEE' 가사 일부. 2009년 1월 발표>

일명 ‘후크송’으로 불리는 이 노래들의 주인공들은 노래와 비주얼의 결합이라는 전형적인 ‘아이돌그룹’으로 탄생돼 또래 팬들은 물론, 중년의 삼촌 팬들을 확보하면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이런 현상학적 인기의 중심에는 공통적으로 ‘반복’의 연속성이 포진되었다. 기존의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가요 양식에 반해 반복되는 리듬으로 그 형식의 파괴는 급진적으로 변모했다. (계속)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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