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쟝센 대상' 조성희 감독 "영화는 나의 길"(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7.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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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감독 ⓒ 임성균 기자 tjdrbs23@


7년 만이다. 그동안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제1회 신재인 감독의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이 대상을 수상한 후 7년 동안 한 번도 대상이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당연히 대상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됐다. 그러나 올해 제8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 대상을 수상했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은 "진정한 선수가 한 명 나왔다"고 극찬했고, 배우 정재영은 "처음 만든 영화라는데 정말 대단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은 최근 미쟝센단편영화제가 고민하던 숙제를 해결한 해답지 같은 존재다. 영화제는 해가 거듭할 수록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출품됐지만 정작 단편영화가 보여주는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드물었다. 그것은 영화제가 점차 영화감독들의 새로운 등용문으로 인식된 점도 한 몫을 했다.

'남매의 집'은 반지하방에 갇혀 사는 오누이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침입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성희 감독은 반지하방이란 좁은 공간을 감각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공포를 극대화했다. 영화는 특별한 장치 없이 카메라, 사운드만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를 다룬다. 잔인한 장면 없이도 인간의 공포심을 끌어낼 수 있음을 상상력으로 보여준다. 조성희 감독을 만나 소감과 함께 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남매의 집'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았다. 처음에 생각한 것은 핵전쟁 이후 벙커 안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품을 구항하면서 변형이 됐다.

-가족 이야기에서 남매의 이야기로 변형이 됐다. 어린 남매를 주인공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아이들은 도덕적 판단을 내리거나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 침입자에 대한 존재가 궁금하다. 그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다. 사실 설정은 외계인이다. 외계인들이 인간들을 잡아다가 실험을 한 후 다시 인간세상으로 돌려보낸 사람들이다. 영화에서는 그들의 정체보다 공포라는 주제가 더 중요하다.

-조 감독이 생각하는 공포는 무엇인지.

▶원래 겁도 많고 눈물도 많다. 어릴 때 집에서 내일 학교에 가지고 갈 준비물이 뭐였지 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공포감? 피해를 볼 것 같은데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이 공포가 아닐까. 정체를 모르는 공포감이 손발을 묶게 하면서 공포가 두 배로 다가올 거라 생각했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반지하 공간이다. 공간이 무척 사실적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남매의 집' 중심 표현은 현실과 초현실의 충돌이었다. 보이는 것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꾸몄을 때 막상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면 강하게 다가갈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난한 집을 떠올렸다. 미술감독님이 많이 도와줬다. 사실 제가 사는 반지하방에서 촬영을 하려 했지만 촬영감독님을 포함해 주위 반대가 심해 세트를 제작했다 .

-사실 원룸 구조보다 투 룸 구조가 보이지 않는 공포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원룸 구조를 생각한 이유가 있는지.

▶시나리오를 쓸 때 자취방이 원룸이었다. 불필요한 방을 만든다면 설명을 해야 하고 내용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극중 아버지는 아들에게 '빨간펜' 숙제를 꼭 하라고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숙제를 하는 장면이 무척 강조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 속에 갇혀 산다. 그것이 윤리적 도덕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자신 머리 속의 인생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빨간펜'은 아버지의 신념과 같은 존재다. 영화에는 삭제됐지만 원래 그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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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감독 ⓒ 임성균 기자 tjdrbs23@


-결말에 오빠는 자신이 살기 위해 동생을 침입자들에게 넘겨준다. 무척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윤리적인 생각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고 바뀔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맹신하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지도 표현하고 싶었다.

동생을 데리고 가는데도 오빠는 방 밖으로 따라 나가지 않는다. 이미 자기 신념 안에 갇혀 사는 것이다. 도덕이라는 것은 액자 위에 있는 그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사람들이 편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모든 것을 초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메라 앵글이 무척 독특하다. 화면을 미세하게 흔드는 것으로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원래 다큐멘터리 같이 정제되고 세공된 느낌이 아닌 투박한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촬영감독님과 상의해 일부분은 핸드헬드로, 일부분은 고정해 촬영했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지.

▶장편영화 '짐승의 끝'을 준비 중이다. 임산부가 고향에 내려가다 지구가 멸망해 헤매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를 30살에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산업디자인학과를 나와서 애니메이션 관련 회사를 다녔다. 더 늦기 전에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로 입학했다.

-영화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연출의 재미는 무엇인지?

▶영화 연출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장에 짜릿한 느낌이 있다. 아버지께서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고 충고하셨다. 이제 영화는 나의 길과 같다.

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영화를 신성시하는 자세를 배운 것 같다. 영화 작업은 인생의 외줄타기 같다. 잘못하면 작품을 잘 못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수련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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