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 정유미 "작품은 내 운명"(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7.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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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유미 ⓒ송희진 기자 songhj@


배우 정유미. 그녀의 필모그래피에는 많지 않은 관객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감흥을 남겼던 영화들의 제목이 가득하다. '사랑니', '가족의 탄생', '좋지 아니한가', '그녀들의 방', '오이시맨',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의 세심한 숨결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마니아 영화의 얼굴을 가진 정유미지만 올 여름엔 대작 상업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차우'(감독 신정원)에서 홍일점 여주인공 변수련 역을 맡은 그녀는 다음달 개봉하는 '10억'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이젠 블록버스터 여주인공이 되는 거냐"는 질문에 정유미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기는 다를게 없어요. 사실 지금껏 한 영화도 마니아가 좋아하고 관객이 적게 들어서 그렇지 분명 많은 대중들이 보라고 한 작품이었어요. '차우' 역시 다를 게 없어요. 저는 그 시간에 제게 주어진 작품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어떤 어떤 게 제 스타일이라고 해도 드릴 말씀이 없어요. 스스로도 제 스타일이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정해져 있다고도 생각 안해요. 작품도 제 선택이 아니었어요. '사랑니'나 '가족의 탄생'에 출연할 때는 제가 할 수 있는 선택 자체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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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유미 ⓒ송희진 기자 songhj@



끊길 듯 끊길 듯, 쉬어가며 이어지다 종종 '모르겠어요'로 끝나는 그녀의 답변은 꾸밈없는 그녀의 마음 자체다. 정유미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그녀가 거쳐 온 작품은 '운명'과도 같았다. 2005년 '사랑니'로 처음 주류 영화계에 발을 들인 후 무려 14편의 영화에 출연하기 까지, 모든 게 그랬다. '차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말씀드릴 이유가 없어요. 자연스럽게 오고 간 거예요. 그게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어쨌든 연기하는 게 좋고 재미있고, 더 열심히 잘 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그것 말고 특별히 드는 생각은 없어요. 모든 걸 열어두려고 해요. 어떤 영화가 잘 만들어질지 그걸 어떻게 아나요. 저는 아직 결과보다는 과정이 신나고 재밌어요. 그걸 좀 더 즐기고 싶어요. 영화를 찍을 때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출연료 역시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유미는 최근 찍은 홍상수 영화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첩첩산중'에 개런티 없이 출연했다. 그녀는 "이렇게 계속 일하면 회사에 눈치가 보이겠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기획사라고 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면 차우는? 정유미에게 '차우'의 현장은 기묘하고도 즐거웠다. 가만히 놓인 멧돼지 인형을 보며 '으아아'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한껏 놀란 모습으로 도망을 가기도 했다. 블루 스크린에 대고 연기해 본 경험이 없는 정유미는 처음엔 계속 '피식' 웃음이 났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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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유미 ⓒ송희진 기자 songhj@


"처음엔 '웃겨' 했는데 계속 제가 웃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제가 맡은 걸 빨리 끝내는 수밖에 없어요. 언젠가 차우를 피해 뛰는 정지 화면을 봤더니 엄태웅씨는 정말 실감나게 '으어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저는 '어 나 뛰네' 하는 표정인 거예요. 반성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가족의 탄생'에 이어 두번째로 만난 엄태웅과는 호흡이 잘 맞았다. 알고 보면 부녀지간으로 출연했던 '가족의 탄생' 당시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대부분의 신을 함께 찍었다. 조용하지만 눈치가 빠른 엄태웅은 돌발상황이 시시각각 터지는 현장에서 꽤 든든한 동료가 됐다.

"그때그때 많이 여쭤봤어요. 액션신 찍고 나서 '아 나만 아픈가' 하고 보면 오빠도 아파하고 계셔서 '아 다 아프구나' 하면서 촬영을 계속했죠."

'차우'가 잘 되면 물론 좋겠지만, 그렇다고 '트랜스포머2' 같은 블록버스터 경쟁작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다. 실제 정유미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트랜스포머2'는 물론 '터미네이터4' 같은 대작들은 아예 보지도 않았을 정도다.

정유미가 영화와 별개로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가끔 등장하는 그녀의 토끼눈 사진들. 레드카펫에서 능숙하게 포즈를 취하는 여느 여배우들과 달리 동그란 토끼 눈으로 어정쩡한 포즈를 취하기 일쑤인 탓에 스스로 자책도 많이 한다.

"왜 난 이런 걸 못해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해요. 후회도 되고. 나 저렇게 안 생겼는데 뭐 괜찮아 하다가도 잘 하는 다른 분들 보면 부러운 걸 어떡해요…. 뭐 연습한다고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비하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아직 한참 멀었지만요."

사랑스러운 그녀. 터지는 웃음을 참고 '블록버스터도 안 보고, 사진 찍는데도 안 익숙하니 비주류 배우가 아니냐'고 재차 슬쩍 떠봤다. 그녀의 항변이 터져나왔다.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단편영화에서 제가 할 일이 있을 수 있듯, 상업영화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차우'를 먼저 보신 관객들은 저를 또 달리 보시지 않겠어요? 그냥 운명, 그렇게 타고난 거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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