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부터 '해운대'까지 한국CG 발전史③

[★리포트]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7.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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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컴퓨터 그래픽(CG)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CG를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관객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기 위한 장면부터 소소한 소품 장면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사실 초창기 한국영화 CG는 신기한 볼거리에 불과했다. 사람을 사라지게 하거나, 외형을 변화시키는 기술로 특수 분장이 보여주지 못한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보여줬다.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 '구미호'등 초기 CG 혁명


국내에서 CG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영화는 1994년 '구미호'였다. '구미호'에서 인간이었던 고소영이 여우로 변하는 장면에 모핑기법이 쓰였다. 지금 보면 많이 부족하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 '자귀모'에서 저승 가는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 '은행나무 침대'에서 벽을 통과하는 장면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당시 CG는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장면은 연출하는데 사용됐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사라진 것을 복원하는 수준이었지만 관객들은 한국영화의 발전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기존 이미지를 정교하게, '챔피언' 등 CG 발전


C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됐다. CG의 사용이 보편화된 것이다. 극중 등장인물들이 싸울 때 먼지를 그려 넣거나, 눈이나 비 등을 등장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 배우들의 세세한 안면 근육 움직임을 구현시키기도 했다.

CG의 진일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은 유오성 주연의 '챔피언'이다. 영화에는 극중 맨시니와 김득구가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경기를 갖는 장면이 있다.

제작진은 실제 경기장과 똑같은 상황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재현했다. 경기장 뒤로 보이는 라스베이거스의 풍경부터 환호하는 관중까지 CG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또 배우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동작을 컴퓨터로 캡처해 생동감 있는 권투 장면을 연출했다.

▶밤과 낮을 변하게 한다. 신세계 구현 '남극일기' '웰컴투동막골'

CG의 발전은 밤과 낮도 바꿀 수 있게 했다. 가령 그동안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장면은 장시간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했다. 하지만 CG를 사용해 똑같은 효과를 냄으로써 다양한 시간대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2005년 송강호 박희순 주연의 '남극일기'와 신하균 주연의 '웰컴투동막골'이다.

'남극일기'는 뉴질랜드에서 촬영됐다. 스키장으로 유명한 스노팜에서 남극의 도달불능점을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CG의 힘이 절실했다. 온통 새하얗게 뒤덮은 설경의 반사광, 극한의 추위 등은 모두 CG로 완성됐다. 특히 뉴질랜드, 강원도, 양수리 세트장에서 나눠 찍은 후 붙인 장면이 표가 나지 않는 것은 CG의 진수를 보여주는 신이다.

같은 해 개봉한 '웰컴투동막골'은 현실과 판타지 세계의 경계를 CG로 표현했다. 극중 동막골은 한국전쟁의 상흔이 묻지 않은 신비의 공간이다. 영화에서 가장 대비되는 신은 초반부 비행기 추락신과 마지막 전투 장면이다.

제작진은 블루스크린으로 전투기의 미니어처를 지렛대로 움직이며 비행기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여기에 하늘, 산, 잔디 등을 합성한 배경에 3D 비행기를 추가시켰다. 그리고 폭파시 흩어지는 먼지 등의 수십 겹의 레이어로 볼륨감을 살렸다.

마지막 전투 장면의 경우 메인 전투기는 미니어처로 촬영하고 뒤에 보이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비행기는 모두 CG로 만들었다. 이에 수억원의 세트 제작비가 들어가야 할 장면이 150컷에 이르는 CG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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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만든다..'태풍' '청연' '괴물'

2005년 말부터 2006년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 CG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된 해다. '태풍' '청연' '괴물' 등 100억이 넘게 투입된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은 단연 필수였다.

특히 '태풍'과 '청연'은 지금까지 한국에서도 시도되지 못했던 해양 액션과 항공촬영 장면 등을 실사로 구현시켰다.

하늘을 날 때 카메라를 실은 비행기가 또 다른 비행기를 추격하며 촬영해야하는 항공 촬영은 고난이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청연' 제작진은 3차원 애니메이션 콘티를 도입했다. 또 미국에서 박경원(장진영 분)의 처녀미행, 비행 대회 신의 비행장면을 촬영 후 당시 시대배경을 컴퓨터 CG로 살려냈다.

'괴물'은 무엇보다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괴수 영화를 시도했다. 제작비 가운데 절반인 50억원을 CG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들 영화들은 모두 순수 한국 기술이 아니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괴물'의 경우 ILM 출신 CG 아티스트들이 만든 오퍼니지 등이 함께 했다. 당시 오퍼니지는 모델링, 리깅, 텍스처 매핑 등 작업을 구현해 괴물의 생생한 동작을 만들었다.

▶한국CG의 시험대 '해운대' '차우' 그리고 '불꽃'

올해는 한국 영화의 CG의 진일보를 확인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다. 괴수 블럭버스터 '차우', 한국형 재난 영화 '해운대'가 첫 선을 보인다. 특히 '해운대'는 쓰나미가 부산 해운대에 몰려오는 효과를 그대로 구현했다.

'해운대'의 CG를 담당한 모팩의 장성호 대표는 "'해운대'는 쓰나미가 밀려오는 물CG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CG를 국내에서 처리했다. 특히 물CG도 소스만 제공 받았고 구체화하는 것은 한국 팀이 이뤄냈다"고 말했다.

해운대에 놀고 있는 시민들이 쓰나미와 함께 쓸려 사라지는 장면은 순수 한국의 기술이다.

또 기대되는 작품은 올해 가을 개봉 예정인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는 가상의 캐릭터와 싸우는 조승우를 만날 수 있다. 사람을 베어 피가 날리는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나타내기 위해 상대를 CG로 만들어냈다. 특히 조승우가 나룻배에서 몸을 날리며 상대방과 대결하는 장면은 날렵함을 CG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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