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 리더 출신 장석현 "노래할 생각 없다"(인터뷰)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9.07.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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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 실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일도 있구나 했습니다. 뮤직비디오 감독과 북한 여성과의 시한부 사랑 이야 기를 듣는 순간, 내가 뭐라도 해야 아픔을 치유할 것 같았죠."

2002년 해체된 그룹 샵의 리더였던 장석현이 찾아와 음반 한 장을 내밀며 한 말이었다. '그저 그런 여자랍니다'라는 노래 제목 아래로 단아한 여자의 모습이 음반 표지에 실려 있었다. 원래 호들갑을 떠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최근 싱글 음반을 발표한 장석현은 다시는 마이크를 잡지 않겠다 결심했다. 그러나 그런 결심을 꺾을 수 밖에 없는 숙명같은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고 했다.


10년전 그와 함께 일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장석현의 인간 됨됨이는 음반의 제목처럼 '진향' 그 자체였다. 당시 샵을 거쳐갔던 매니저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이 '장석현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였다. 그렇게 그는 인기 그룹 샵의 해체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가 부른 노래와 일상을 대화했다.

-강태규 = 노래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장석현 = 그랬다. 샵 해체 이후 노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그게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샵이 활동할 당시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서인교 감독을 최근에 만났는데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2007년 서 감독이 캄보디아에 촬영차 갔다가 현지에서 사귄 여성이 북한 동포였다. 귀국 후 6개월 뒤 서감독이 다시 캄보디아에 갔을 때 그들의 사랑이 1년짜리 시한부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이라는 것이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꽃을 피우게 마련 아닌가. 후일 아픔이 있다하더라도. 정말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들을 위해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태규 =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되었나?

#장석현 =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고했다. 훗날 알게 되었는데 그 여성이 6개월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 감독을 기다렸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사랑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강태규 = 이번 음반에 수록된 노래가 그들의 사랑 이야기인가?

#장석현 = 그렇다. 한 치의 픽션도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음반 제목 '진향'도 그 여성의 실제 이름이다. 노래 제목 '그런 여자랍니다'도 서 감독과 그 여성의 마지막 통화 내용 그대로를 옮긴 것이다. 가사도 1년 6개월간의 사랑이야기를 토대로 구성된 것이다. 서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던 작곡가 임상혁이 곡을 쓰고 나는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강태규 = 이번 노래가 발표된 것을 '진향'이라는 북한 여성이 알고 있는가? 현재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장석현 = 연락이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서 더욱 애처롭다. 이번 음반 표지에 스케치로 그려진 그림의 주인공도 '진향'이다. 서 감독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그런 여자랍니다' 뮤직비디오에도 스쳐지나듯 얼굴이 나온다. 나와 스태프들이 따로 뮤직비디오를 찍지 말고 캄보디아 현지의 그림을 그대로 편집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주장했다. 결국 뮤직비디오까지 완벽하게 노래의 진정성을 담고 있는 셈이다.

-강태규 = 그룹 '샵'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샵의 멤버였지만 해체를 지켜보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때의 심정은 어땠나?

#장석현 = 착잡했다. 중간에서 멤버들간의 불화를 없애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런데 역부족이었다.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격려는 필수 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모자랐다. 어린 나이에 그런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혜안을 찾기보다는 자기 중심에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늘 불안했다.

*강태규 = 지금 당시 해체과정을 돌아보면 어떤가?

#장석현 = 안타깝다. 당시 그러한 문제가 없었다면 샵이라는 그룹의 생명력은 길었을 것이다. 당시에도 사운드나 노래 스타일이 다른 댄스 그룹과는 차별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런 점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는가.

*강태규 =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번 음반을 계기로 계속 노래할 계획인가?

#장석현 = 노래할 생각은 없다. 샵 해체 이후, 연기자로 변신했고 향후에도 좋은 작품 만나서 새로운 모습을 팬들에게 보이고 싶다. 가수 장석현이 아니라 연기자 장석현으로 남고 싶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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