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 '멋진 남편'은 못됐지만 '좋은 삼촌'은 됐다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9.08.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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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재는 지난해 5월 11일 조여정과 함께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 MBC '우리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투입됐다. 정형돈과 사오리 커플이 하차한 후 72년 12월 생 이휘재와 81년 2월 생 조여정이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 생활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으나 불과 한 달 여 만에 예고도 없이 하차했다.

'우결' 사상 최악의 미스 매치로 기록되면서 말이다. 남편 역을 하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휘재는 '우결'의 MC로 다시 복귀하고 조여정은 본업인 배우의 길로 돌아갔다. 당시 '우결' 제작진은 이들의 하차에 커플 수가 많아서라는 불분명한 이유를 댔지만 사실 이휘재와 조여정 커플이 시청자들로부터 호감을 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우결'에서 이휘재는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 아저씨였다. 아내와 장을 보러가는 데 귀찮고 창피해 숨기 바쁘고, 바람둥이로 개방적 사고를 지녔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한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오히려 '세바퀴'에 출연해 이경실, 박미선, 임예진 등 누나들에게 구박받는 귀염둥이 이휘재의 모습이 더 친근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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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이휘재가 지난 4월 KBS 2TV '삼촌이 생겼어요'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우결' 실패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겠다. 부담감을 떨치고 프로그램에 임하겠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그는 삼촌으로 성공했다. 이휘재는 영화 '과속스캔들'로 아역 스타가 된 어 왕석현의 육아 일기에 도전했다. 이휘재는 초반 5살 꼬마 왕석현을 대하는 법을 몰라 당황해하지만 하루 종일 칼싸움을 하는 인내심으로 극복해간다.


이제는 왕석현에게 "휘재 삼촌 말고 다른 삼촌이랑 같이 할래?"라고 물으면 "휘재 삼촌이 좋아요"라고 인정받을 정도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명목상 '삼촌의 아이돌보기' 같지만 차츰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왕석현의 철없는 삼촌 길들이기'로 변해간다는 점이다.

이휘재는 왕석현의 영어 공부를 도와주고,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KBS 2TV '뮤직뱅크' 무대에 함께 오르는 등 차츰 애 보는데 능숙해지며 자신도 성숙해져간다. 특히 '역할 바꾸기'라는 심리 치료에서 이휘재는 왕석현의 입장이 돼 자신이 아이에게 무심코 했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상처가 됐을 지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이휘재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휘재는 바람둥이 캐릭터는 버리지 않았다. 이휘재는 조카 왕석현과 커플 데이트를 즐기고 김나영, 맞선 여 등 다양한 여자관계도 보여주면서 기존에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상케 한다.

'우결'의 한 제작진은 "실제로 이휘재는 바람둥이는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오랫동안 그가 가져 온 캐릭터를 다른 것으로 바꿔 생각하기 힘들 뿐 아니라 몰입에도 방해가 된다. 그런 이유로 '우결'에서 보여 준 진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샀던 것 같다"며 실패 이유를 들었다.

이어 이 제작진은 "'삼촌~'에서는 이휘재 본연 모습과 방송 상 캐릭터가 잘 묻어나게 그린 것 같다. 스타와 너무 반하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선보이기보다는 기존 캐릭터에 신선한 모습을 덧입혀질 때 매력적으로 보여 지는 비법이 아닐런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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