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고은성, 고맙지만 이제 깨야할 대상"(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09.08.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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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효주 ⓒ홍봉진 기자 honggga@


딱 고은성이다.

배우 한효주(22). 47.1%라는 경이적인 시청률로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SBS 주말극 '찬란한 유산'에서 고은성을 빼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지난 몇 달 시청자들의 주말을 설레게 했던 은성이, 한효주를 만났다.


지난 10일 오후 '찬란한 유산'에서 극중 박준세(배수빈 분)의 레스토랑으로 등장했던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그녀의 미소 또한 환했다.

'찬유' 끝나고 '붕' 떠있는 느낌..시간이 지나도 그리울 것 같아

'찬란한 유산'을 끝낸 소감을 안 물어 볼 수 없다. 그녀는 '붕 떠있다'는 말로 답했다.


"똑같아요. 하지만 똑같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똑같아지려고 노력해요. 워낙 이슈가 많았던 작품이라 찾아주는 데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붕' 떠 있어요. 저는 노력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렇지 않게 만드는 것 같아요. 특히 부모님이요(웃음)."

한효주는 올해로 데뷔 5년차다. 지난 2005년 데뷔해 '논스톱3', '봄의 왈츠', '일지매'에 출연했다. 하지만 '찬란한 유산'을 통해 '배우 한효주'를 강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캐릭터도 그렇고 연기했던 역할들이 평범하고 무난하면서 약간 명랑한 부분이 추가된 정도였잖아요. 뚜렷한 캐릭터는 아니었죠. 대부분 남자들 이야기에 걸치는 정도였잖아요. 반면 고은성은 부각이 되는 캐릭터였어요. 울고 화내고 때로는 성질도 내고 너무나 입체적인 캐릭터였죠. 그래서 이번에 부각이 좀 더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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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효주 ⓒ홍봉진 기자 honggga@


한효주는 "'찬란한 유산'을 끝내고도 쉴 새 없이 일했다"며 "계속 드라마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나중에 나이를 좀 더 먹고 돌이켜봐야 지금의 감동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움'이라고 표현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리워할 것 같아요. 너무 편하게 했거든요. 지금까지 촬영 중에 제일 그랬던 것 같아요. 출연진이나 스태프들이나 꼭 다시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찬유', '열린 결말' 마음에 들어..'시즌 2'는 아직은‥.

혹시 '찬란한 유산 시즌2'에 대한 생각은 없을까. 하지만 그녀는 은성과 환(이승기 분)이 미래를 기약하며 끝낸 마무리가 좋았다며 '시즌 2'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찬유 시즌 2'요? 아직은 생각이 없네요. 그 마무리 그대로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보통의 한국 드라마들은 죽거나, 헤어지거나 꼭 결말을 짓고 끝나잖아요. '열린 결말'이라 좋은 것 같아요. 은성과 환의 캐릭터 그대로를 잘 살리면서 깔끔하게 끝난 것 같아요.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여지를 주잖아요."

'찬란한 유산'은 은성이 환에게 키스하면서 둘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한효주가 앞서 이승기와 키스신에서 코가 눌린 것에 대한 복수로 '좀 더 강하게' 이승기를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있었다.

"마음이 상하긴요. (코가)눌려서 명장면이 된 것 아닐까요(웃음). 재미삼아 농담으로 '복수하려했다'고 얘기하고는 했는데 제가 그것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것처럼 비쳐졌더라고요. 사실 전 기억력이 안 좋아요. 딱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없어서 얘기한 거였어요(웃음)."

은성이를 통해 내가 모르던 나 알게 돼

인터뷰 내내 고은성과 한효주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쾌하다 진지하기도 하고. 고은성과 한효주의 '싱크로율'에 대해 본인 생각을 들어봤다.

"시놉시스를 읽자마자 실제 저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 설명에 먹을 거 좋아하고 이런다고 써있었거든요(웃음). 가족을 중요시하는 것도 그렇고. 시놉시스에서 와 닿는 몇 줄이 있더라고요. 이거다 했죠."

그러면서 한효주는 고은성을 통해 잊었던 자신을 알게 됐다고 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원래는 내 속에 있었던 건데 모르고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그동안 연기를 하며 뭔가 억눌린 게 있었나 봐요. 은성이를 연기하면서 비로소 깨달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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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효주 ⓒ홍봉진 기자 honggga@


한효주는 그러나 "그런데 이제 은성이를 떠나보낸 지 2주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스물 스물'하게 변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녀는 그게 뭐냐고 물으니 다시 조용한 성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원래 사실 말이 별로 없는 성격이에요. 친구들과 수다 떨고 이런 것 잘 못하는데 '찬유' 찍으면서 스태프나 출연자들과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면서 정말 재밌게 지낸 것 같아요."

이승기, 배수빈, 문채원 '찬유' 끝나고 더 바빠..연락하고 지내니 다행

이승기, 배수빈, 문채원 '환상의 콤비'들과 "아직은 연락하고 지내 다행"이라고 했다. 다들 '찬란한 유산' 때보다 바쁘단다.

"아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하고 지내요(웃음). 문자로 가끔 연락하죠. 다들 더 바빠진 것 같아요. 이승기 씨야 워낙 바쁘고 배수빈 씨도 영화 시작해서 바쁘잖아요. 문채원 씨는 이번에 드라마 들어가서 잘 찍으라고 응원의 문자를 가끔 보내곤 해요. 이렇게 가끔 연락이라도 하고 지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잠깐. 한효주는 '찬란한 유산' 종영일(7월 26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안녕 고은성, 안녕 찬란한 유산'이라며 종영 소감을 올리고는 제작진 및 출연진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극중 그렇게 찾아 헤맨 동생 은우(연준석 분)는 쏙 빼놓아 '둘이 사실은 친하지 않다'라는 오해(?)를 불렀다.

"저는 친하고 싶은데 그 아이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아요(웃음). 안아주려고 하면 기겁을 하고 도망가더라고요. 준석이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좋아서 그러는 거래요. 깜박했네. 미안하다 준석아(웃음)."

고은성을 비우는 중이다..고마운 존재지만 깨고 나가야 할 대상

차기작에 대한 생각은 없을까.

"전 항상 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인데 뭐가 겁나는 건지 지금은 두려운 게 있어요.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비우고, 그 다음에 채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택하고 싶다고 했다.

"욕심에 따라 실험적인 작품도 하고 싶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소소한 일상이지만 사람들은 그런 데서도 기쁨을 찾잖아요. 옛날에는 배우로서 거창한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거품이 많이 빠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지금은 극중 역할보다는 '인간 한효주'로서 삶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일단 쉬어가고 싶은 욕심이 커요. 또 누군가를 만나면 한 6개월은 그 역할대로 살아갈 거잖아요. 지금은 제 인생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그 다음에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해요. 나중에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굉장히 많은 부담이 돼요. 은성이는 고마운 존재였지만 언젠가는 깨고 나가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 나, 한효주는‥.

"애매모호하다. 어느 것 하나 정해지지 않고 결정되지 않은 그런 애매모호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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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효주 ⓒ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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