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국가대표', 韓영화 2년만의 쌍끌이 환호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8.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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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2년만에 쌍끌이 시대를 맞았다. '해운대'가 14일 827만명을 동원한 '과속스캔들'을 제치고 역대 6위를 기록했으며, '국가대표'가 이날 300만명을 돌파했다.


두 영화가 극장 흥행을 나란히 주도하는 것은 2007년 이래 2년만이다. 당시 '화려한 휴가'와 '디 워'는 2주 차이를 두고 개봉, 여름 극장가에서 각각 730만명과 842만명을 동원했다.

지난해에는 '놈놈놈'이 고군분투했을 뿐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이에는 이' 등 경쟁작들은 흥행에 쓴 맛을 봐야했다. 그동안 위축됐던 한국영화계는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끌이 흥행에 반색하고 있다.

100억원 이상 투입된 영화들인 만큼 한 영화가 성공하고 다른 영화는 실패할 경우 한국영화계로선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영화는 '해운대'가 7월22일 개봉하고 '국가대표'가 29일 개봉, 일주일 차이로 관객과 만났기에 제살 깎아먹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운대'는 2006년 '괴물' 이후 3년만에 1000만 영화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대표'는 '해운대'에 가려있긴 하지만 2주만에 300만명을 달성하고 400만 고지를 넘보고 있다.

두 영화는 한국영화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가 사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작품들이다. 흥행에 실패할 경우 내년 제작될 한국영화들이 위축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올 가을 개봉을 앞둔 한 영화의 제작자는 "어떤 한국영화라도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요즘처럼 컸던 적이 없었다"면서 "'두 영화의 흥행은 하반기 뿐 아니라 내년 영화 농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흥행은 관객에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를 되찾아줬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7월 한국영화 점유율이 51.1%에 달할 만큼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찾고 있다.

두 영화의 흥행은 극장요금 인상에 뒤이은 것이라 극장 및 영화 관계자들을 더욱 기쁘게 하고 있다. '트랜스포머2'가 극장 요금 인상의 충격을 덜어줬다면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끌이 흥행은 요금 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물론 두 영화의 흥행이 마냥 기쁘지 않은 사람들도 적잖다. '불신지옥' '요가학원' '4교시 추리영역' 등 8월 개봉한 신작들은 두 영화에만 관객이 쏠리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모두 코믹과 감동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 고심하는 영화인들도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지금 관객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면서도 "그렇다고 모든 작품을 그렇게 갈수는 없는 노릇이라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올 초 흥행에 성공한 '과속스캔들'과 '7급 공무원'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투자가 그런 성향으로 쏠릴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추격자'가 흥행과 비평에 성공하자 스릴러 영화 제작 붐이 일었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영화 상당수가 스릴러 장르다. 반론도 있다. 도전정신이야말로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공통분모라는 것이다.

'해운대'는 한국 최초로 재난영화를 선보였으며, '국가대표'는 스키점프를 소재로 제작됐다. 두 영화 모두 상당한 CG 작업을 실시, 노하우 쌓기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실제 '해운대' 측은 미국 회사가 갖고 있는 물CG 기술을 국내에 전수하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삼았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에 모자장수와 우산장수가 모두 웃을 수는 없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끌이 흥행으로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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