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텐프로', 예쁜 그녀들이 지하로 숨는 이유

['청호' 이진성의 세상 꼬집기④]

이진성 탤런트 / 입력 : 2009.08.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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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강남이라고 하면 사실 나의 보금자리이자 아지트다. 청담동에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기는커녕 아무렇게나 풀이 자라던 시절부터 이곳에서 35년을 살아왔다. 그런 이곳 '강남'에 대해, 나 조금 할 말 있다.



예쁜 그녀들이 지하로만 숨는 이유

'텐프로'라고 들어보셨는지? 강남에서도 상위 10%에 속하는 예쁜 아가씨들이 있는 술집을 가리키던 이 말이, 이제는 워낙 널리 퍼져 누구나 아는 말이 됐다. 오죽하면 여기서 비롯된 '강남 성형'이라는 말이 다 있을까. '텐프로 언니들' 대부분이 비슷한 성형외과에서 비슷한 유행 따라 비슷한 성형을 한다 해서 그리 부른다.

예전에는 없는 살림에 누나가 술집 나가 동생 학비 벌고 그런 얘기가 있었다. 그런 사람이 한 둘은 있으려나, 요즘엔 없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힘들다지만 잘 나가던 시절 2000만원, 3000만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팁 받아서 월급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거다. 자기들 나름대로는 저녁에 술 먹으니 몸이 망가지네 어쩌고 하지만, 그만큼 안 힘든 직업이 뭐가 있겠나.


물론 밖으로는 '텐프로' 다닌다고 안한다. 대개는 옷가게를 한다거나, 회사 다닌다고 하지. 요즘엔 회사 끝나고, 학교 끝나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엔 바짝 노력해서 돈 벌고 나와야지 하고 시작했다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들이 많다. 쉽게 버는 돈을 포기하기가 어디 쉽겠나. 그게 다 마약과도 같은 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녀들은 계속 지하로 숨는다. 출근할 때도 제 차로 가는 법이 없다. 덕분에 이른바 '텐프로 언니들'이 만든 독특한 문화도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콜대기'. 전화만 하면 대기하고 있다 당장 달려온다 해서 '콜대기' 혹은 '콜땍'으로 부른다. 한 번에 1·2만원이면 미용실에서 가게까지, 가게에서 집까지 바로 모셔다준다. 차종도 폼나는 비싼 국산차나 외제차가 많다. 색깔은 단연 검은색이다. 애용하는 이들이 많은 덕에 최근 세금 없는 유망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나 뭐라나.

왜곡된 스폰서 문화도 사실 이런 술집에서 비롯됐다. 스폰서가 한때 장안의 화제였지만, 이건 정말 그 긍정적인 의미를 완전히 변질시켰다. 프로게임에도 스폰서가 있고, 프로야구에도 스폰서가 있다. 이른바 성적인 관계의 대가로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우리만의 '스폰서'는 말이 좋아 스폰서지 돈 주고 성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요새는 그런 스폰서를 두고 '땡맘', '땡맨'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예쁘게 얼굴을 고치고 예쁘게 머리를 한 그녀들은 계속 지하로만 숨는다. 속사정 알아주는 이가 없으니 그들끼리만 모인다. 어째 이거, 연예인들이랑 비슷하지 않나? 연예인들도 소문나는 게 싫어 지하로만 모이니. 이거 참 씁쓸하구만.

<이진성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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