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쯤이야, 영화상술 명성황후 '모독'

신희은 기자 / 입력 : 2009.09.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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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명성황후 초상화. 커튼 사이로 보이는 실루엣이 영화 속 명성황후의 호위무사 '무명'.


명성황후의 사랑을 다룬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개봉 전부터 역사 왜곡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주요 연예관련 인터넷 게시판에 '명성왕후 100년 전 비밀연서 공개'라는 제목의 글이 일제히 유포됐다. 글은 팩션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자체 제작된 명성황후 친필연서와 초상화를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다뤘다.


이를 두고 누리꾼을 가장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배포한 것인지, 영화 속 허구를 실제인양 믿은 누리꾼의 실수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홍보 전략을 의심하는 이들은 "마치 사실인양 홍보하는 방식이 기분 나쁘다, 너무 심한 것 같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한 누리꾼은 "역사적 사실에 작가,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창작이라고 해도 없는 편지를 '연서'라 이름 붙이고 (자체 제작한) 초상화를 사실인 것처럼 알리는 것은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공식 홈페이지에 명성왕후의 친필연서나 초상화 등의 진위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가 전무한 데 대한 지적이다. 이를 게시판에 퍼다 나른 글은 마치 실제 사실을 영화화한 듯한 오해를 낳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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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공식 홈페이지에 '명성황후의 친필 연서'라고 공개된 것. 아래는 1874년에 썼다고 전해지는 명성황후의 실제 친필서.


수애(명성황후 역)를 형상화한 듯 보이는 명성황후 초상화에는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왕후 초상화 전 세계 최초 공개'라는 제목이 달렸다.

"프랑스에서 최초 발견되었다는 명성황후 실제 초상화가 수애와 묘하게 닮았다" "황후 뒤에 그려진 그림자는 홍계훈 장군일 가능성이 높은데, 조승우가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이 역할을 한다"는 등의 설명이 따라 붙었다.

친필연서라는 사진은 "놀라운 건 이 친필연서의 주인공이 고종이 아닌 그녀를 목숨걸고 지켰던 호위무사라는 건데 그 호위무사가 바로 실존인물 홍계훈"이라는 글과 함께다.

그러나 명성황후와 사랑을 나누는 호위무사 무명, 황후의 연서, 황후의 초상화 등은 모두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는 극적 설정이다.

실제로 명성왕후의 친필연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황후가 1874년 친 오빠에게 보냈다는 친필 편지 등이 전해질 뿐이다. 명성황후의 초상과 사진 역시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황후는 시아버지 흥선대원군과의 치열한 권력다툼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어 근친이 아니면 만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진은 일절 찍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영화 홍보를 맡은 '영화인' 관계자는 "허구로 가미된 설정들은 명성황후와 무명의 관계를 잘 드러내기 위한 요소"라며 "진짜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결국 설정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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