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예쁘다'는 말, 득 될 것 없다"인터뷰)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9.09.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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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임주환에게 2009년은 잊을 수 없는 해일 터. 가장 기쁘기도 가장 마음을 졸이기도 했던 해 순간이 함께 해서 그렇지 않을까.

생애 처음으로 MBC 퓨전 사극 '탐나는도다'를 통해 주연을 맡은 임주환은 올 초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소이정(김범분)의 형 역을 맡으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그는 짧은 출연이었지만 김범과 닮은 용모, 안정감 있는 연기로 차세대 스타감임을 예고했다.


지난 8월8일 '탐나는도다'는 드디어 첫 방송을 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단 자리, 네 명의 주연이 모두 신인이라 인지도도 없는데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 제주도에 휩쓸려오면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라는 생소한 소재가 시청률 견인에 실패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2500여 가구 정도 밖에 안 되는 표본 집단으로만 시청률을 보는 것이 너무 아쉬워요. 사실 저희 방송 나가고 인터넷에서는 반응이 좋았는데."

임주환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탐나는도다'를 통해 임주환이란 배우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꽤 잘한다는 평가를 들으며 대중의 마음은 다 사지 못했지만 연예 관계자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박규와 저랑 닮은 점이 많죠. 마음에는 있는데 그렇게 대하지 못하는 면도 닮았고요. 그리고 '쌍화점' 할 때나 '탐나는도다' 할 때 저는 원래 사극이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 못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한복 입은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들 하더라고요."

'곱상한 외모가 양반 자제 역에 딱 어울린 것 아니냐'고 묻자, 임주환은 손을 절래 흔들었다. "사실 제가 제 나이를 밝히기 전에 다들 더 어리게 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꽃미남이란 말 솔직히 싫어요. 그게 콤플렉스인데요. 남자보고 '예쁘다'는 말이 한계를 짓는 말인 것 같아 배우로서는 처음에는 몰라도 나중에 득 될 것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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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쌍화점' 시절에 유하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 날 촬영 쉬고 있을 때 감독님이 '담배 피우는 사람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손들고 안 피는 사람은 안 들고 있는데, '왜 이렇게 좋은 것을 안 피우냐?'고 하시더라고요."

이에 함께 출연 중이던 송중기가 "담배는 몸에 해롭잖아요"라고 말하자 유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단다.

"몸에 해로운 것은 맞지만 너희들이 스크린에서 비춰봤을 때 행복하고 밝고 예쁘장하고 바른 생활을 사는 캐릭터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볼 때는 그런 캐릭터가 행복하지만 영화를 나와서는 차갑고 아파보이고 외로워 보이는 진짜 남자가 기억에 남는다. 천사보다는 악마로 살아라."

임주환은 유하 감독의 말을 곰곰이 새겨듣고 문득 자신이 과거에 한가인과 찍은 뮤직비디오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할 줄 몰라 하는 척만 했다고.

"진짜 남자 같은 느낌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죠. 담배를 피우자. 유하 감독님 덕분에 담배 배웠어요. 하하."

그럼, 임주환은 학창시절 모범생이었을까. 가장 교칙을 위반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스스럼없이 "장발로 다녔죠"라고 답했다. 두발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그는 단짝 친구 신동욱과 장발로 빨간색, 주황색으로 염색까지 하고 다녔다는데 불량 청소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아버지 밑에서 착실하게 자란 임주환은 어려서 공부도 고만, 놀기도 고만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한 선생님이 연극반을 만들겠다며 자신과 몇몇 친구들을 뽑았다.

"처음에는 대사 외우기도 귀찮고 스태프 일만 도맡아 했어요. 그런데 고 3이 되면서 연극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죠. 그때 '굿 닥터'에서 70대 노인 역을 처음 했는데 저를 보고 웃는 친구들, 선생님을 통해 짜릿한 기분을 느꼈죠."

그때부터였다. 그는 연극에 미쳐 살았다. '대한민국 청소년 연극제'에 나가기 위해 교장실 앞에서 신동욱과 머리를 길게 허용해달라고 무릎 꿇고 설득도 했다. 그의 강한 의지 앞에서 교장 선생님은 결국 허락, 유일하게 두발 자유를 허락받은 학생으로 살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 후 밤 11시까지 친구들과 남아서 연극 연습에 매진하고 여건이 되는 시간에는 연극만 보러 다녔다. 그리고 당당하게 연극영화학과 진학해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제게 그렇게 기억될 수 있는 고등학교 시절이 있어서 참 감사해요. 제 꿈은요, 당시 친구들과 만들었던 극단 '광대 도깨비' 이름을 빌어 공연장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돈이 없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연극 무대에 서고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지금 열심히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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