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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 기자 |
김용화 감독은 행복한 사람이다. 올 여름 개봉한 '국가대표'가 마침내 '디워'를 넘어 한국 역대 흥행 6위에 등극했다. 단지 흥행에 성공해 행복하다기 보다 관객에 꾸준히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는 '국가대표'를 자신의 인생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국가대표'가 '해운대'에 밀려 4주 연속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다가 결국 1위로 올라선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은 "관객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줄 모른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국가대표' 출연배우들과 함께 찾아 큰 환대를 받았다. '국가대표'는 9일 열린 18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독자가 뽑은 부일독자심사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가대표'가 끝없는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데. 두 달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관객이 찾고 있고.
▶그만큼 기대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입소문의 힘이 굉장했던 것 같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인생에 찬란한 순간을 추억할 수 있다면 바로 이 때인 것 같다.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스스로 대견하다. 관객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느낀다. 영화보다 더 벅차다.
-'오 브라더스'가 320만, '미녀는 괴로워'가 650만, '국가대표'가 850만명을 동원했다. 다음 작품에 1000만명이 넘으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데.
▶1000만명은 바란다고 되는 숫자는 아니다. 뭐, 내 인생에 꼭 한 번은 해봤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웃음)항상 나중에 불이 붙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짜잔 하는 영화가 해볼까란 생각도 있다. 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한 자리에 다 모아보면 재미있겠다란 생각도 들고.
-더 유명한 배우들을 출연시킬 생각은 없었나. 어쩌면 감독의 자신감이기도 한데.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게 내가 한국영화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봉 첫날 7만명에 불과했다. 초조하지는 않았나. '미녀는 괴로워'도 4주차부터 1위를 하긴 했지만 이번 작품은 제작비가 더 많이 투입되기도 했으니깐.
▶개봉 홍보가 안됐다는 뜻이기도 할텐데. 나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걱정을 많이 했다. 개봉 일정을 조정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많았고. 하지만 평점이나 관객 반응이 무척 고무적이어서 어느 정도 기대는 있었다. '미녀는 괴로워'를 함께 한 원동연 리얼라이즈 대표가 "걱정안하지. 시간이 많이 걸릴지 모르지만 될거다"라고 하더라. 경험이 있으시니깐. 하지만 이 정도가 될 줄은 몰랐다.
-개봉 버전이 상영 중인데 감독판 재편집본을 개봉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고.
▶재편집본은 모험이었다. 제작자와 손익분기점이 넘으면 재편집본을 내자고 약속은 했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고, 만일 재편집본을 개봉했을 경우 극장에서 반감을 사지 않을까 우려도 했다. 디지털로 개봉했기에 디지털 상영관이 없는 경우 애초 상영본을 내려버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재편집본 개봉이 적어도 상업적인 이유로 비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편집본을 본 사람은 대부분 원래 상영본을 본 사람들이었는데.
▶이 영화는 극장에서 안보면 안된다는 의미를 관객들이 가지신 것 같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면 그런 글들이 꽤 있더라. 감사할 뿐이다.
-흥행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나왔지만 감독으로서 왜 이 영화가 이렇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관객들의 예상을 조금 깨준 게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 영화는 전개가 뻔하다. 그만큼 직설적이고. 예상은 깨면서 기대는 안 꺾는 게 만족도를 높인 게 아닐까? 멜로든 스릴이든 감정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익숙하고 뻔하지만 그 감정을 극대화시켰던 것 같다. 평들을 보면 '내 인생의 영화'라는 표현이 있는데 감독으로서 가장 큰 칭찬이다.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했지만 평단에선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 고민은 없나.
▶초등학생들이 볼 때 몰입할 수 있는 영화가 가장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난 관객을 나보다 높게 생각한다. 나보다 똑똑하고 성숙하다고 생각한다. 그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게 내 목표다.
난 대학생 때 다른 사람들이 타르코프스키 존경한다고 할 때 스필버그 존경한다고 했다. 욕은 무지 먹었지만.(웃음)
-그래서인지 김용화 감독의 영화는 팝아트 같은 느낌이 있다.
▶나는 내 영화를 모두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게 예술이 아닌가.
-이제 김용화라는 이름이 관객에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브랜드 파워가 생겼는데.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난 끝까지 하고 싶은 것보단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다.
-'국가대표'가 흥행에 성공한 뒤 유혹도 많았을 텐데. CF 제의도 있었을테고.
▶지금부터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차기작을 하는데 명목 없는 자금을 받지 않은 것이다. 결국은 자승자박이 될테니. CF제의는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만일 하게 된다면 전액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할 것이다.
-차기작 계획은.
▶일전에 이야기했던 미국 영화 준비도 있고, 또 다른 영화 준비도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한국영화 시장 크기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한국과 중국,일본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