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탐구생활', 10점 만점에 10점 줘야해요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10.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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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출판가에서 대박, 대박을 쳤던 책 중에 하나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이다. 이 책의 요점은 이거다. 남자와 여자는 화성과 금성차이만큼 행동과 생각하는 게 너무나 다르다는 것. 그렇다. 몇십년 살아보니 맞는 말이다. 같은 학교를 다녀도 남학생, 여학생은 생각하는 게 다르고, 사회생활을 할 때도 남자, 여자는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연애, 결혼 생활을 봐도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른 점이 많은 동물이다.

봉창두드리듯 갑자기 남자, 여자 운운하는 이유는? 서로 편가르기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요즘 남자, 여자에 대한 탐구로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바로 tvn의 ‘재미있는 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이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우연히라도 한 번 본 사람들은 팬이 될 정도로 인기다.


누구나 다 TV만 켜면 쉽게 볼 수 있는 공중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 TV가 이리도 인기있는 비결이 대체 뭘까? 이 프로그램의 큰 골자는 ‘남녀탐구생활’이라는 제목처럼, 남자, 여자에 대한 탐구다. 하나의 상황에 대해서 남자 심리, 여자 심리를 각각 다루는데, 예를 들면, 군입대에 대해, 소개팅 준비, 쇼핑, 방구 트기 등 생활 속 남녀 차이를 콩트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콩트의 맛이 일품이다 이 말씀. 이 콩트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나 그 밖의 이런저런 남녀 심리를 다른 책들처럼 고급스럽지 않다. 어찌보면 아주 단순하고 싼티(?)에 가깝기도 하다. 물론 이 싼티(?)란 표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어떤 포장도 하지 않고 실제 상황 그대로 보여주는 ‘생활밀착형’ 콩트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맞아, 맞아 무릎 팍팍 치며 시원하게 웃을 수 있다는 말씀.

잠깐 비교하는 의미에서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를 살펴보자. 부부간이라도 그들은 집안에서 항상 고급스런 실크 가운을 입고 있다. 밥도 늘 커다란 식탁에서 매끼 만들기도 힘든 10첩 반상으로 먹는다. 부부간의 대사도 맞선 나온 남녀처럼 고급스럽고, 아이들도 부모한테 항상 꼬박꼬박 존대말을 쓴다. 드라마나 영화의 이런 모습들에 괴리감이 생기는 거, 아마도 여러분들도 느꼈으리라. 하지만, ‘남녀탐구생활’은 어떤가? 실생활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촌철살인이요, 콕 찝어주는 부분들에 통쾌하다. 이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묘미이다.


동시에 ‘남녀탐구생활’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또 하나. 좋은 프로그램이란 뭘까? 대형 공중파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런 세트와 소위 말하는 A급 연예인들이 나오지 않아도 시청자들에게 ‘독특한 뭔가’를 주면 되는 것 같다. ‘남녀탐구생활’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고급스런 색감도 아니요, 장동건, 김태희 같은 배우도 아니지만, 시청자에게 선사하는 ‘독특한 뭔가’는 바로 ‘아하, 그렇구나’를 연발하게 만드는 ‘공감’이란 코드다. 그것이 어찌나 정확한지 그 맛이 과히 인절미처럼 쫀쫀하다 할 수 있겠다. 최고의 고수란 평범한 일상에서 웃음을 주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면, ‘남녀탐구행활’은 10점 만점에 10점 줘야하는 게 아닐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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