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 "'돈 킹' 같은 프로모터를 만나고싶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11.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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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이범수는 근래보기 드문 개천에서 용이 된 연기자이다. 외모가 조각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었다. 키가 훤칠한 것도 아니었다. 일 잘하는 매니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영화 촬영장에서 30만원 받고 그냥 자리만 지키던 배우였다. 조연으로 겨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시절, 언론사 인터뷰에 메이크업을 하고 가야 하는 줄도 몰라 그냥 집에서 머리 만지고 가장 좋은 옷 입고 가곤 했다.


세상은 이범수가 코믹한 캐릭터로 남을 줄만 알았다. 여느 개성 강한 조연들 속에서 비슷하거나 좀 더 앞선 위치가 그의 자리일 줄 알았다. 그랬던 그가 '외과의사 봉달이'를 등용문으로 삼아 이제 하늘로 날아올랐다. '킹콩을 들다'로 영평상에서 첫 남우주연상을 탔다. 잘나가는 배우들도 개점휴업 상태인 요즘, 일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만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킹콩을 들다' '정승필 실종사건' '홍길동의 후예' 등 출연작이 4편이나 관객과 만난다. 이범수가 여기까지 온데는 특유의 끈기와 성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3일 늦은 밤, 이범수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열애 자료를 보내면서 문자 메시지로 미안한 마음을 전해왔다. 행간에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진심이 느껴졌다. 지금 이범수는 분명 '히어로'다.


-'킹콩을 들다'로 데뷔한 지 19년만에 첫 남우주연상을 탔는데.

▶대개 배우들은 작품을 고를 때 두 가지를 본다. 감독에 상대배우, 투자 상황, 누가 봐도 될 만한 영화들이 있다. 또 신인 감독에 신생영화사라도 이야기가 아름다운 영화가 있다. 후자는 안하면 후회할 것 같고, 내가 안하면 작품이 사장될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럼 모험을 하게 된다. '킹콩을 들다'도 그랬다. 다행히 칭찬 받으려 한 것은 아닌데 박수를 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도 소감이 남달랐을텐데.

▶더구나 영평상이라 더 감사하다. 도쿄영화제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멜로 주연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것도 아니고, 조각미남으로 신성처럼 등장했던 것도 아니었다. 듣도 보도 못했던 30만원짜리 배우로 시작해 서너 작품에 출연했다. 조연으로 토막 인터뷰할 때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도 없어서 우리 집에서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단정했었다.

-'킹콩을 들다'가 개봉하고 곧바로 '홍길동의 후예'에 들어갔는데.

▶한국형 히어로물로 액션을 표방하는 작품이었다. 상반기에 '킹콩을 들다'로 휴먼 드라마를 했다면 하반기에는 대중적인 작품을 하고 싶었다. 마침 '고사' 때 좋은 인연을 맺은 SK가 투자,배급을 맡아 신뢰도 있었다.

-3개월만에 찍고 개봉하게 됐는데.

▶지금까지 가장 일사분란하게 찍은 영화인 것 같다. 계약서도 일주일만에 서로 사인을 했고.

-SK에서 이범수를 낙점해서 하자고 했다던데. 그렇게 신뢰를 주는 이유가 있다면.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투자 개념으로 보자면 최소한 본전 이상일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연기적으로 봤을 때 이범수 마니아가 있다는 확신도 있다. 예전에 박중훈하면 코미디, 최민수하면 액션, 한석규하면 멜로, 이런 등식 만큼은 아니지만 이범수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연기는 나는 스스로를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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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이종범 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홈런은 아니더라도 안타를 치고, 필요할 때 적시타를 때려주는.

▶그게 내 '프라이드'이자 긍지다.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주는 배우. 총알을 10발 받아서 9발 맞히는 사격수랑 100발을 받아서 11발을 맞추는 사격수가 있다면 어떤 사격수가 좋은 사격수일까. 난 100발을 받으면 90발 이상 맞출 자신이 있다.

-이번 영화를 위해 몸짱 프로젝트를 실시했는데. 최근에는 사이판에서 화보도 찍고.

▶시나리오를 보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광고처럼 4주만에 몸짱이 될 수는 없다. 꾸준히 관리하고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킹콩을 들다'에 역도 코치였기에 근육 운동을 더욱 했던 터라 촬영전까지 가능했다.

-액션 장면이 제법 많은데 대부분 대역 없이 찍었다던데.

▶옥상에서 옥상으로 뛰어다니는 장면들이 있었다. 긴장했지만 직접 하겠다고 했다. 멀리서 보면 가짜 같지만 카메라가 줌으로 들어오면 나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고집 부린 게 많다.

-홍길동은 의적이지만 결국 도적이다. 지금 세상에 홍길동이 필요한가.

▶지금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그 때는 시스템이 마비된 시대였다. 지금은 있는 시스템을 더 정성스럽게 운영하면 된다. 다만 이 작품은 영화적인 상상력과 재미를 줄 뿐이다.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가는데.

▶요즘 내가 있는 것은 뭐고 없는 것은 뭔가 생각을 많이 해봤다. 내가 배우 이범수를 기획하고 만들어내기는 부족한 게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권투선수 타이슨 옆에 유명 프로모터 돈 킹이 있어서 빅 매치가 가능했다. 돈 킹 같은 사람을 찾고 싶다.

-지금 이범수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한 때는 연기 잘하고 못하고가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기가 떨어지면 연기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매력이 문제인 것 같더라. 그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목표가 생겼다.

-사랑은.

▶(웃음) 알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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