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박수칠 때 떠나는 용기에 박수를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11.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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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올 줄도 알아야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만사, 정상에 서게 되면 그걸 쭉~ 누리고 싶은 것이 인간 마음이니까. 주식이나 펀드도 똑같지 않은가. 계속 상한가를 칠 때 적당한 시점에 빠지지 못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바닥을 치며 눈물 흘렸던 일... 경험하신 분들 꽤 많으시리라. 이처럼 아무리 최고여도 적당한 시점에 치고 빠지는 게 중요할 때가 많다는 거다.

이건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청률이 점점 상승해서 최고조를 칠 때 어느 정도 기간은 유지된다. 적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3~4년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결국엔 ‘식상하다. 그 밥의 그 나물이다’ 등등의 평가를 받으면서 조금씩 시청자들에게서 외면받는 경우가 꽤 있다. 누구나 새로운 걸 더 찾게 되니까.


그런데, 이 와중에도 늘 변함없이 10년이란 세월을 정상의 자리에 있는 ‘놀라운’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개그콘서트’다. 뭐, '개그콘서트'가 뭔 프로그램인지, 굳이 말하지 않겠다. 모르는 사람이 간첩이니까. 10년 동안 거의 대부분 그 긴 시간을 높은 시청률로 유지했다. 웬만한 드라마도 나오기 힘들다는 20%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건 ‘진짜’ 대단한 일이다. 특히 드라마는 연속성이 있어서 이야기가 정점을 칠 때 끝나면 다음 회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개그콘서트는 어디 그런가? 모든 코너들이 3~4분씩 이어지는 단막 콩트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20%를 기록한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

그 인기 비결은 대체 뭘까? 바로 ‘박수칠 때 떠나기’ 때문이다. 뭔 소리냐구? 다시 말하겠다. '개그콘서트'는 지금의 인기나 시청률에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심지어 최고점을 치고 있는 코너를 내리는 과감한 결단성을 발휘하면서 말이다. ‘분장실 강선생님’ 같은 코너가 그 예다. 최고의 인기 코너로 자리매김했지만, 여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대신 새로운 코너를 개발했다 이 말이다.

요즘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코너 중에 ‘풀옵션’이 있다. 알록달록 쫄쫄이를 입은 개그맨들이 어떤 때는 변기도 됐다가 세면대도 됐다가 시계도 됐다가 회전목마도 됐다가 정수기도 됐다가... 헉헉 숨차다. 다시... 미끄럼틀도 됐다가 마트의 끌차도 됐다가 옷걸이도 됐다가... 모든 상황에 맞게 그 때 그 때 변하면서 재미를 주고 있다. ‘우리 주변의 죽어있는 물건들이 만약 살아있다면?’에서 출발한 이 기발한 상상력이 매주 우리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이 말씀.


자, 그럼 ‘분장실의 강선생님’과 ‘풀옵션’을 비교해볼까? 물론 지금 당장은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이기고 있다. 이 코너는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풀옵션’은 오피스텔 풀옵션인가? 뭔 소리야? 할 정도로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개그콘서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바로 눈앞의 것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길게 내다보며 준비하는 그 자세 말이다. 때문에 10살이란 늙은(?) 프로그램이 지루하기는커녕 언제나 신선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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