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아쉬움과 최고기대 공존했던 팀"②

원더걸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009년이 채 열흘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다사다난했던 올 해, 가요계도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좋은 일 만이 아닌, 팬들을 가슴 아프게 한 사건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연말을 맞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부장과 길혜성 김지연 이수현 등 가요팀 기자들 그리고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가 마주 앉아 올 한 해 가요계를 정리했다.

◇기억에 남는 가수로 본 올 가요계는?


▶길혜성=개인적으로 올 한 해 활약했던 가수 중에는 김태우가 기억에 남아요. god라는 걸출한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군대까지 갔다 와서 그것도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랑비'를 히트시켰잖아요.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준 셈이죠. 김태우의 활약은 이런 점에서,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죠.

▶이수현=2PM을 꼽겠어요. 리더였던 재범 탈퇴 사건도 있었고, 올 상반기부터 연말까지 상승세를 유지했기 때문이죠. 물론 완벽히 7인조로 활동했더라면 좀 더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김지연=아웃사이더도 활동도 기억에 남아요. 올해 눈에 띄게 활약한 가수 중, 든든한 기획사 출신이나 아이돌이 아니고 제대로 활동한 가수는 아웃사이더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강태규=에픽하이도 가요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음반시장 자체가 너무 협소해지다 보니 앞으로는 가요계에 유통방식에서 변화가 올 거예요. 그런데 이른바 메이저급 가수 중 한 팀이라 할 수 있는 에픽하이가 올 가을 발표한 6집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팬들에 직접 파는 방식을 택해 눈길을 끌었죠. 에픽하이는 상업적인 틀 안에 들어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런 고리를 끊어버리고 자신들의 사이트를 통해서만 음반을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이런 방식을 취하는 가수들이 분명 더 나올 수도 있죠.

▶김관명=원더걸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죠. 미국에서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고, 트위터로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도 보여줬기 때문이죠. 가수와 팬들의 직접 소통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어요.

▶강태규=사실 저는 원더걸스를 내년에 가장 주목해야 할 가수라고 생각해요. 분명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에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쉬워만 하기에는 박진영과 원더걸스는 너무 큰일을 해냈어요. 소위 한국의 대스타가 미국 음악시장에 나가 슈퍼마켓까지 가서 전단지를 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문화적인 지원은 이런 데 해야 한다고 봐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준다면 후발 주자들이 얼마나 편하겠어요. 이제 미국시장도 머지않았다고 봐요. 해외시장에 진입 못 하는 건 언어나 문화 차이도 분명 있겠지만 지원도 없었기 때문이죠. 특별한 지원 없이 원더걸스를 데리고 나가 이만큼 끌어올렸다는 데 대해 박진영에게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음악적으로 더 역량이 있는 가수보다 아이돌을 데리고 나간 선택도 잘 한 것 같아요. 눈길을 끄는 데도 성공했고 미국인들이 원더걸스를 통해 동양적인 미를 보게 되지 않을까요.

▶길혜성=원더걸스에겐 딜레마일 수도 있지만 내년 정도에는 한국에서도 꼭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년의 공백기는, 시시각각 인기곡들과 가수들이 바뀌는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서는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이죠.

◇인상 깊었던 음반과 공연으로 본 올 가요계는?

▶길혜성=드렁큰타이거 정규 8집을 꼽고 싶어요. 가격은 다른 음반과 비슷한데 CD를 2장에 서른 곡 가까이 넣었죠. 결혼과 득남 이후, 타이거JK의 온화해진 모습도 느낄 수 있는 앨범이었는데, 음반 판매 부문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죠. 올해 미니앨범이나 디지털싱글이 너무 많았는데, 드렁큰타이거의 음반은 여러 면에서 확실히 달랐어요.

▶강태규='사랑 그 놈'이 수록된 바비킴의 스페셜 음반이 좋았어요. 소울 쪽에는 좋은 음반들이 좀 있었죠.

▶이수현=딱히 이야기할 만 한 음반은 없었어요. 음반 처음부터 끝까지를 계속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음반이 없었거든요.

▶김지연=박지윤 음반이 좋았어요. 박지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과 다르게, 수록곡들 대부분이 정적이에요. 마지막 트랙은 아예 노래 없이 30초 정도 비어 있고요.

▶강태규=공감해요. 태생 자체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뮤지션 쪽으로 넘어갔죠. 앞으로 점점 더 진화할 거예요.

▶김지연=대중들과 방송국은 아직 박지윤의 댄스를 원해요.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습을 지키고 있죠.

▶김관명=저는 아이비와 2NE1의 음반을 꼽고 싶네요. 아이비 음반에는 일단 노래가 많이 들어 있어서 좋아요. 요즘 이런 음반이 흔치 않잖아요. 또 2년 만에 들으니,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아이 돈 케어'가 담긴 2NE1의 미니 1집은 초등학생들도 좋아할 정도로 호소력이 있었고요.

▶길혜성=올해 있었던 국내 가수들의 공연 중에서는 지난 2월에 본 빅뱅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실내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층 앞까지 무대 세우는 등, 팬들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인 콘서트였죠. 회당 최대 1만명 남짓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체조경기장을 연 4일째 꽉 채운 점도 인상적이었죠. 참, 비가 지난 10월 가졌던 서울 공연도 기억에 남아요. 공연장 전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정말 엄청났어요.

▶이수현=좀 다른 의미에서 본다면 올 3월 있었던 원더걸스 서울 공연이 인상에 남네요. 국내 최고의 아이돌인데 공연은 기대에 못 미쳤거든요. 무대도 허술했고 원더걸스의 준비도 미흡했다고 봐요.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눈앞에 있으니 환호를 보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라면, 좀 더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줘야 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좀 씁쓸했어요.

▶김관명=올 여름 MBC '무한도전' 멤버들과 가수들이 조인트 한 무대도 공연이라고 볼 수 있다면, 그 공연을 꼽고 싶어요. 재미적 측면에서는 최고였으니까요. 노래들도 히트를 했고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