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에 미국 보수진영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미국 LA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아바타'가 보수파의 분노를 부르다'('Avatar' arouses conservatives' ire)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바타'의 흥행에 치를 떠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미국 보수주의자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르면 그간 보수파 논객들은 '시리아나', '밀크', '브로크백 마운틴', '엘라의 계곡', '굿 나잇 앤 굿 럭' 등을 예로 들며 할리우드의 자유주의 진영에서 정치적 메시지 분명한 영화들을 만들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아바타'는 곳곳에 보수주의와 분명히 선을 긋는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기록적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파들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 많은 보수적인 영화평론가들은 '아바타'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위클리 스탠다드'의 한 평론가는 "완전히 바보같은, 지금까지 본 가장 멍청한 영화"라고 악담을 했을 정도다. LA타임스는 '아바타'가 보수파의 심기를 건드린 주요 3가지 이유로 ▲환경주의에 대한 찬미 ▲무신론 혹은 만신(萬神)주의 ▲오랜 역사의 반전 슬로건을 들었다.
'아바타'는 지구인과 외계행성 판도라의 나비족과의 교감을 그리고 있다. 지구의 자연이 파괴된 미래를 배경. 광물을 채굴하려는 기업과 손잡은 용병들은 자연과 하나가 돼 살아가는 평화로운 나비족을 침략하고 이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아바타'는 할리우드의 여타 블록버스터와 달리 노골적인 친미성향을 완전히 배제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가 자연과 신을 하나로 보는 나비족의 모습을 친 환경적이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묘사한 점, 중무장 장비로 무장한 미군들이 나비족에게 무차별 폭격을 퍼붓는 것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점 등이 눈에 띈다. 이는 이라크전이나 베트남전에 대한 은유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파의 반기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는 현재까지 거침없는 흥행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5일까지는 무려 10억9870만 달러를 벌인 것으로 집계돼 '캐리비언의 해적-망자의 함'을 제치고 역대 흥행순위 3위에 올랐다. 이같은 추세라면 2위인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11억1910만달러)도 무리없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아바타'는 보수주의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작인 '타이타닉'(18억4200만 달러) 기록을 깰 수 있을까? 한국 개봉 외화 역대 1위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바타'의 기록 행진에 영화계는 물론 미국 보수파의 우려와 관심도 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