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다시 신인시절로, 웃음코드 자신있다"

김건우 기자 / 입력 : 2010.01.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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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영규 ⓒ 이명근 기자 qwe123@


'명불허전' 코미디의 제왕 박영규가 돌아왔다. 박영규는 2004년 외아들(당시 21살)을 사고로 잃고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생활했다. 6년만의 복귀에 그는 여전히 자신을 보며 웃어주는 시청자와 관객을 통해 힘을 얻었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니 마치 신인 시절 신나는 기분으로 밤을 했던 기분이다. 배우라는 것은 결국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나를 봐주는 관객들을 통해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주유소 습격사건2'는 새로운 출발과 같았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연기에서 떠나있었지만 결국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연기였다. 그는 아들이 항상 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아빠가 가장 잘하는 연기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 박영규는 긍정의 힘으로 관객들에 다가가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웃기는 웃음코드가 아닌 진실이 들어간, 어떤 힘든 상황도 밝게 표현하는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다.

"과거에는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했지만 이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보지 않았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깊고 넒은, 재미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이제야 배우로 가치관을 생각하게 된다."


-오랜만에 관객들도 만나고 언론과 인터뷰도 한다. 복귀 소감이 어떤지.

▶마치 신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신인 때 인터뷰를 하면 신이 나서 밤새는 줄 몰랐다. 한 5년 만에 오니깐 당시 신났던 느낌이 든다.

-시청자들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박영규를 보며 환호했다. 명불허전이라며 극찬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반응이 이렇게 심각하게 나올 줄 몰랐다. 배우는 결국 혼자서 하는 게 아니구나, 연기를 봐주는 사람이 존재해야 하는구나를 생각했다.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의 에너지가 가슴 깊이 전달된다.

-복귀작으로 '주유소습격사건2'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주유소 습격사건2'는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주유소를 털러오는 기본 구조를 갖고 있다. 2편에서는 주유소 사장이 요령이 생긴 설정이었기 때문에 1편 배우의 출연이 필요했다. 김상진 감독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가장 소중한 아들을 잃지 않았나. 아버지로서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그 마음이 나를 아프게 했다. 당시 아들은 꽃봉오리가 필 나이였다. 김상진 감독이 제안을 했을 때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다른 배우를 섭외해보라고 했는데 함께 준비하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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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영규 ⓒ 이명근 기자 qwe123@


-어찌 보면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컴백을 하게 된 셈이다.

▶주유소는 나를 다시 세상에 살아가게 한 작품이다. 인생은 짧지 않다. 관객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관객들이 반겨주는 마음을 내 삶으로 옮겨 함께 살아가고 싶다. 역시 나에게 연기는 타고난 운명인 것 같다.

세상을 떠난 아들이 항상 곁에 있는 것 같다. 살아있었으면 벌써 28살이다. 아들이 "더 이상 힘들게 살지 말고 아빠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 아빠는 연기가 가장 잘하는 거잖아"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또 내 주위에는 나 같은 사람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 사람들에게 내 연기로 웃음과 희망을 주고 싶다.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배우의 역할, 공인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만 그런 슬픔을 겪은 줄 알았는데 최근에 이광기라는 친구도 있었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달라진 느낌이다.

▶옛날에는 가난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 연기를 했다. 돈 때문에 했던 몸짓에서 이제 왜 연기를 해야할까? 왜 배우를 해야 하나라는 정체성을 고민한다. 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밝고 긍정적인 꿈을 함께 꾸고 싶다.

-이제 곧 무대인사도 다닐 텐데, 관객들을 직접 만난다는 점에 긴장되지 않는지. 웃음 코드가 많이 달라졌는데.

▶관객들이 반가워할 것 같다. 그래도 웃음 코드에 있어서는 자신있다. 관객들이 관람을 하다가 나갈 정도는 아니지 않나(웃음). 관객들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웃음이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감정과 리액션을 통해서 주는 것이다. 그냥 웃기려는 몸부림은 옛날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1편보다 더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웃음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내가 생각한 것은 코미디는 진실에 대한 코드를 가지지 않으면 절대 웃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한 연기 중에서 그냥 웃기려고 한 적이 있나? 내가 놓치지 않으려고 한 것은 대사에서 억지로 웃음을 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공감하는 웃음이다. 삶이란 생존게임에 얼마나 진실이 들어가 있고 긍정의 힘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그게 코미디다.

시청자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리액션이 정확하기 때문에 하나님이라 여긴다.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 한다.

▶5년 넘는 시간 동안 또 하나의 가장이 돼서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평범하게 아이들과 어려운 이야기도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먼저 아이를 떠나보냈을 때 내 인생은 끝났구나,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데 큰 힘이 됐다.

캐나다의 아이들은 31살, 27살로 모두 성인이다. 남자로서 가져야할 덕목, 젊은 시절 고생했던 이야기 등을 함께 이야기했다. 다시 가장으로 살아보기를 잘한 것 같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한다고 알려졌었는데.

▶필리핀 클락에서 골프장 사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정리했다. 역시 나는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영화에 직접 투자를 해 사업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영화 투자는 주변 지인들과 십시일반으로 함께 투자를 한 것이다. 그 분들이 새롭게 복귀를 한다고 해서 마음을 모아주었다.

-이번 작품에서 가수로 복귀했는데.

▶노래를 하는 것도 연기의 일부분이다. 엔터테이너로서 종합선물세트를 낸 느낌이다. '오늘도 참는다' 가사를 보면서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를 보면 '세월의 풍파 속에 슬퍼도 참는다'라는 말이 있다.

-김상진 감독은 10년 뒤에 '주유소 습격사건3'를 만든다고 한다.

▶그때도 출연할 생각이다. 그때는 조금 더 달라진 모습. 뭐랄까 가족도 등장하고(웃음).

-앞으로 국내에서 활동을 할 계획인지.

▶제가 50년 넘게 살아온 노하우는 분명히 있다. 19살 20살의 감성을 잊지 않고 연기를 해보고 싶다. 아내와 함께 국내에 머물며 고민해볼 계획이다. 나이 들면 슬퍼지는 게 배우의 인생이다. 이제 먹을 것을 좀 덜 먹더라도 정체성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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