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상, 예년과 이 점이 다르다③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03.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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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나흘(현지시간 기준) 앞으로 다가왔다. 예년과 달리 3월로 자리를 옮긴 올해의 아카데미는 무려 10편의 작품상 후보들을 발표했다. 기대를 모았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 지명에 실패했다. 세계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아바타'가 과연 압승을 거둘 것인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3월 극장가엔 오스카 특수를 노린 미국산 화제작들이 즐비하다. 대체 오스카가 뭐길래.

아카데미상은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각종 비평가 협회상과 조합상, 골든글로브 등이 있지만 그 권위며 영향력은 아카데미상에 결코 미치지 못한다. 골든글로브 조차 '아카데미의 전초전' 내지 '미리보는 아카데미' 정도로 치부될 정도다.


아카데미 수상 결과는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조차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은 재개봉을 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버라이어티는 1985년부터 10년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수상직후 1주일간 수상전보다 평균 24% 관객이 늘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외국어 영화상 부문이 이 같은 영향이 두드러져 1992년 '지중해'는 수상 전 5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입이 수상 후 450만달러로 급증하기까지 했다.

한국영화가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지명에 안달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아직은 미미한 한국영화의 미국 내 인지도며 흥행 성적이 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외국어영화상 후보 지명이 어려운 이유 또한 분명하다. '미국 내 개봉'이란 선결 조건을 달성한 한국 영화가 많지 않고, 개봉하더라도 일부 지역에서 제한 상영 형태로 소개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심사위원들에게는 생소한 작품이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국내는 물론 칸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올해 외국어영화상 후보 1차 예심에서 탈락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스크린데일리조차 "호평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의 대한민국 출품작 '마더'가 떨어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notable omission)"고 아쉬워했다.


올해 오스카 시상식은 예년과 다른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5편에서 10편으로 무려 10배가 늘어난 작품상 후보고, 다른 하나는 2월에서 3월로 옮긴 시상식 날짜다.

수상작 선정에 보다 공정성을 기하려 후보를 늘렸다는 것이 아카데미 측의 공식적인 설명이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은 고질적인 시청률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작품상을 수상한 지난해에는 총 3630만명이 ABC방송을 통해 생중계를 지켜봤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작품상을 탄 2008년엔 3200만명으로 사상 최저였다. 때문에 ABC 방송국은 지난해 30초당 광고비를 170만달러에서 140만 달러로 깎아야 했다.

인도 현지 배우가 100% 출연하는 영화나, 평론가들만 인정하는 예술영화를 시청자가 반길 턱이 있나. 화제작의 부재가 시청률 저하로 이어진다고 판단한 아카데미 측은 결국 작품상 후보작 뻥튀기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다양한 영화로 보다 대중적인 시상식을 만들고, 시청률도 높이고 광고 수입도 늘리겠다는 굳은 각오가 읽힌다. 사회자로 검증된 재담꾼 크리스 마틴을 불러들이고 알렉 볼드윈을 가세시킨 것을 보라.

시상식 날짜를 3월로 옮긴 것도 2월에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라는 빅 스포츠 이벤트가 겹쳤기 때문이다. 시청률 1%가 아쉬운 아카데미로선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물론 두 자릿수 작품상 후보작이 등장하거나 3월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카사블랑카'가 작품상을 수상한 1944년 이전엔 작품상 후보가 10편을 넘나들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보다 3월에 자주 열렸다. 2월에 시상식이 계속 열린 것은 2004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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