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작은연못', 쪽팔려서 시작했다"(인터뷰)②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3.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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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노근리 사건을 영화화한 영화 '작은 연못'이 4월15일 개봉한다. 영화 촬영이 마무리된 지 4년만, 영화 제작이 결정된 지 8년만에 관객과 만난다.

'작은 연못'은 한국전쟁 당시 남하하던 피란민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500명의 민간인 중 25명만의 생존자를 남긴 노근리 사건을 최초로 다룬 영화다.


시작은 배우 문성근이었다. 당시 노근리 사건을 특종보도한 AP기자에게 "왜 한국은 이런 소재를 영화로 만들지 않냐"는 힐난하는 소리를 들었다. 부끄러웠다.

문성근은 충무로에 이 이야기를 알렸다. 여러 사람들이 부끄러워했다.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였다. 전천후 연극연출가 이상우가 깃발을 들었다. 부끄러워했던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렸다. 강신일 박광정 김뢰하 등 이상우 사단이 노개런티로 출연하고 스태프들도 최소한 급여를 받았으며, 시각효과 업체도 무료로 참여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결과가 창대할지는 아직 모른다. 씨를 뿌린 문성근은 지금 농부의 심정이다.


-'작은 연못'이 드디어 개봉을 한다. 주위 반응은 어떤지.

▶백기완 선생은 "저것보다 훨씬 참혹했다"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당시를 겪으신 분들은 느낌이 다르실 수밖에 없겠지. 예전에 한완상 박사와 김민웅 선생이 '태극기 휘날리며'를 같이 보셨다는데 보는 내내 우셨다더라. 그게 우리네 정체성이다.

-이 영화를 선전영화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문화예술에 순수와 참여 논쟁만큼 무의미한 게 없다. 작품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이 땅에 사는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표현하려 했을 뿐이다. 선전이라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작은 연못'을 하게 된 동기는.

▶사실 이 영화의 촉발은 내가 한 것이다. 특종을 보도한 AP기자에게서 왜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지 않냐고 하더라. 부끄럽고 쪽팔렸다. 그래서 충무로에 소문을 냈다.

-영화로 만들기에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극적인 갈등 구조가 없으니.

▶맞다. 갈등구조가 없다. 드라마타이즈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도와주러 온 미군에게 죽은 것이다. 대립구조가 없으니 갈등도 없을 수밖에. 그냥 피난 가다가 갑자기 죽었으니깐.

그 때 이상우 감독이 나섰다. 주인공이 50명이 넘는 영화를 이끌 사람은 이상우 감독 밖에 없기도 하다. 그냥 오라면 다 와야 하는 분이니깐.(웃음) 주인공 한둘이 이끄는 영화가 아니라 마을 사람 전체가 주인공인 영화로 만든 것도 이상우 감독이기에 가능했다.

-DJ 정부 시절 기획해서 노무현 정부시절 촬영하고 MB 정부에서 개봉하게 됐는데.

▶순전히 CG업체 사정 때문이지 의도한 건 아니다. CG업체가 무료로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직원들 먹여 살리려면 다른 일을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작업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이번에 개봉하는 것이지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의미와 재미에 대한 상반된 시각도 있는데.

▶정서적인 공감대를 갖는다면 그것 또한 재미라고 생각한다. 극장문을 나설 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을 갖는다면 정서적인 재미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태일'도 그렇고 현실 정치는 참여하지 않아도 이런 일에는 꾸준히 참여하는 것 같은데.

▶광의적인 정치 참여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지치고 나태해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바로잡는다. 누가 '작은 연못'이 반미영화가 아니냐고 묻던데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반미 영화가 아니라 반전 영화라는 것을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배우로서 활동이 좀 뜸해지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따지는 게 많았다. 그런데 2008년부터 배우로서 위기를 느꼈다. 그래서 '신의 저울'도 했고 '실종'도 했다. 그런데 영화계가 어렵다보니 시나리오가 잘 안들어온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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