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디오스타, DJ 김기덕 "음악은 진리"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05.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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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사진=MBC>


지난달 25일, 그는 햇수로 37년, 만 36년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MBC에서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라디오를 들으며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그의 얼굴은 몰라도 그의 목소리만큼은 잊을 수가 없으리라던 영원한 DJ가 손때 묻은 마이크를 놓았다.

그러나 그의 나직하고도 귀에 익은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실려 있었다. "인생에 은퇴가 없듯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한다"며 청취자와 작별한 그. 그가 앞서 밝혔듯 그의 라디오 인생은 끝이 아니며, 다른 출발을 앞두고 있다. 최고의 라디오 스타, 그리고 최후의 라디오스타, DJ 김기덕(62)이다.


그가 사무실과 스튜디오를 두고 있는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김기덕을 만났다. 잔잔한 음악이 기분좋게 깔린 사무실에 홀로 쩌렁쩌렁 울리는 것은 바로 기운이 넘치는 김기덕의 목소리였다. 건네받은 명함에는 그의 이름 뒤에 위성DMB 와미디어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씌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DJ였고, 전파에 실린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부드럽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그는 다시 강조했다. "라디오의 영향력과 매체 파워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대를 받아들여야지요. 하지만 음악은 진리입니다."

-'골든 디스크'를 하차한 기분이 어떠신지 먼저 여쭤보고 싶습니다.


▶담담하지요. 하차하기 전에야 갈등이 좀 있었지, 이젠 여기 회사로 출근하는 시간이 좀 일러진 것 뿐, 큰 변화는 없어요. 마음은 뭐랄까, 늘 매일 하던 걸 안하는 게 좀 이상하기는 해. 어떨 땐 나도 모르게 발길이 MBC로 가기도 했어요. 한번은 그리로 들어가다가 '아 아니구나' 하고 나왔지.

-서운하지는 않으신가요.

▶받아들여야지요. 방송을 그만 둔 건 아닙니다. 은퇴라고도 생각지 않고요. 어떻게 보면 충전의 기회, 변신의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섭섭한 점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 점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다 이유가 있는 거고, 떠날 때가 된 것 같았고요. 날 키워주고 내 방송을 내 준 고마운 MBC입니다.

-73년 라디오 방송을 시작해 '2시의 데이트'를 21년 하셨습니다. '골든 디스크'는 13년이구요. 두 방송은 스타일도 다른데요.

▶'골든디스크'는 말 그대로 추억이고 마음의 정화죠. 마음을 순화시키는 편안한 방송이었다면 '2시의 데이트'는 도전과 스트레스 해소와 오락의 장소였지요. 완전히 달라요. 외부엔 제가 DJ로 알려졌지만 라디오 PD로 옮겨서 기획과 제작을 함께 했으니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죠. 팝 개그도 하고, 방학특집 방송도 하고, 공개방송도 하고, 음아 드라마도 하고…. 소리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습니다. 라디오의 가장 큰 특성이 상상력이니까 상상한 모든 걸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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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진행중인 20대의 김기덕


-무려 37년간 라디오를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요.

▶다양한 시도를 프로그램에서 해 왔어요. 90년대 초에는 처음으로 PC통신을 라디오에 접목한 적도 있어요. 변하는 시대를 잘 따라간거죠.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거죠. 당시엔 다운타운 음악 감상실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DJ를 하면서 특이한 스타일이 있었다. 제가 그 스타일을 깼던 거죠. 진행 스타일이라든지 멘트가 전혀 달랐어요.

제 방송에는 늘 일관된 게 있었어요. 저는 청취자에게 음악을 통한 감동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시지나 철학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게 먹혔다고나 할까. 겁 없이 한 게 통한 거죠. 인터넷이 없고 피드백이 바로 없었으니까 안티가 있어도 몰랐어요.(웃음)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게 제 색깔이자 매력이 됐죠. 최초의 색깔을 가진 DJ가 됐구요. '2시의 데이트'가 빨강 파랑 원색이었다면 '골든디스크'는 회색이 됐을 때죠. 시대에 따라,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한 거고요.

-DJ로서 라이벌이 있었다면 누가 있을까요?

▶사실 없었어요. 따지고 보면 저는 그동안 라디오를 두 개 한 겁니다. '2시의 데이트'와 '골든디스크'. '2시의 데이트' 시절엔 상대 쪽에 김광한, 이수만, 서세원, 임백천이가 있었는데 내가 하는 동안 다 바뀌었지. 예전엔 황인용씨랑 라이벌이라고 많이 나오기도 했어요. 그때 방송을 많이 하셨지.

-라디오의 전성기와 함께 DJ 생활을 하셨습니다.

▶'2시의 데이트' 땐 라디오가 중심적인 매체였죠. 인터넷도 없고, TV도 특정 시간대만 하고, 라디오가 청소년에게 절대적인 매체였죠. 그런 의미에서 라디오 DJ들의 영향력이 컸고, 라디오 스타가 있었죠. 아마 제가 마지막 라디오 스타가 아닐까 싶어요. 그 이후엔 라디오 스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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