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 31세 연기자 변신 "결코 쉽지 않은 도전"①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0.05.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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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 ⓒ임성균 기자 tjdrbs23@


위풍당당하다. 도시적이고 세련됐다. 말투와 눈빛, 몸짓 하나에서도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매력적이다. 재원이다.


그 주인공은 호란(31). 클래지콰이의 멤버로 활동하며 뮤지션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뛰어난 언변과 해박한 지식으로 케이블 채널 tvN의 '리얼스토리 묘'의 MC로도 활약하고 있다. 뮤지션으로 받는 대중의 사랑만으로는 흡족함이 없었을까, 대중 앞에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오는 10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새 월화미니시리즈 '국가가 부른다'(극본 최이랑 이진매·연출 김정규)가 그 무대다.

호란은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팬들을 만난다. 첫 술에 배불렀다. 주연이다. 호란은 극중 똑똑하고 당차고 일처리도 야무진데 예쁘기까지 한 정보국 요원 '최은서'를 연기한다.

31살에 감행한 '일탈' 혹은 변신을 앞둔 호란을 만났다. 호란은 역시나 '호란'스러웠다. 똑 부러지는 생각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호란에게서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다. 도대체 왜, 연기까지 하려고 할까. 지금 대중에게 받는 칭찬으로는 부족했을까. 호란의 명쾌한 대답에 의문이 풀렸다.


"연기자 변신, 사실 내가 가수로서 신인이고 나이도 어렸다면, 조금 더 일찍 연기를 시작했더라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을 것이다. 나의 시행착오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실 테니까. 아시다시피 오랫동안 음악만 했다. 팬들이 바라는 것도 뮤지션 호란일 수 있다. 연기를 해서 실망시킨다면 솔직히 뒷감당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떨리기도 하고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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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 ⓒ임성균 기자 tjdrbs23@


연기자로 대중에게 나서는 모습에 대해 스스로도 밤잠을 설치며 자문자답했다는 그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게 절절하게 묻어났다.

"꼭 해보고 싶었다. 뮤지션으로 활동할 때도 연기제의는 받았다. 펑크 뮤지션의 역할 등등. 친한 친구 중에 연극을 하는 친구가 있기에 연기에는 늘 관심이 있었다. 대본도 구해서 보기도 했다. 언젠가 좋은 작품이 나타나면 연기를 꼭 하고 싶었다. '국가가 부른다'가 바로 그 작품이다. 지금이 아니면 연기를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선택에 있어 한 점의 흔들림도 없는, 우려는 하되 실패를 두려워하는 비겁자가 아닌 자신감이 차고 넘치는 그다. 이 작품을 통해 멋있고 새롭게 사랑할 수 있는, 음악 외에 자신을 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배역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처음으로 하는 연기, 나와 동떨어진 모습이었다면 주저했을 것이다. 무서웠다. '최은서'는 외부적으로 내가 노출된 이미지와 부합하는 인물이다. 일에 있어서는 똑소리나지만, 사랑 앞에서는 무너질 수도 있는 인물. 정말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었을 때의 감정 등. 여자로서 공감했고, 내가 표현하고 싶던 감정이다."

호란에 앞서 연기자로 나선 알렉스. 클래지콰이의 멤버로서 호란의 연기자 변신에 막대한 힘을 준 친구다. 알렉스는 최근 종영된 MBC 미니시리즈 '파스타'에서 부드러움 감성을 지닌 인물을 연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국가가 부른다' 제의를 받고 가장 많은 고민을 나눴다. 많은 조언을 해줬고, 나의 고민에 답을 주려 노력했다. 알렉스의 조언은 신인연기자로의 도전에 큰 힘이 됐다. "

이 여자, 당당하다. 그럴 만도 하다. 속칭 '엄친딸'로 불리고 있다. 호란의 어머니는 방소아과의원 방영옥 원장이며, 아버지는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최승훈 교수다. 뮤지션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 사실도 알려졌다. '엄친딸'로 살아간다는 것은 호란에게 어떤 의미일까.

"'엄친딸', 가공된 캐릭터다.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인물이기에, '내 딸' 혹은 '내 아들'이 아닌 말 그대로 엄마친구의 자녀라는 소리 아닌가. 사실 나는 많이 못났다.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다. '엄친딸'이라고 불리는 것만으로 강박증에 시달렸다. 의도적으로 바보처럼 보이도록 노력도 했다. 이것도 답이 아니었다. 결국 의도적으로 바보처럼 보이는 것도 내 진정한 모습이 아니기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동했다. 혹자는 오만하다고 비판했고, 혹자는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비판도 겸손히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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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 ⓒ임성균 기자 tjdrbs23@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음악을 계속 할 사람이다. 클래지콰이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부족한 게 많고 갈 길이 멀다"는 호란.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화려한 의상으로 취재진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뮤지션으로 무대에 설 때 호란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단지 도발이 아니었다. 연기자로 첫 인사를 하는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연기자 호란을 알리는 시발이 되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의상의 선택이었다.

"나는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안젤리나 졸리, 케서린 제타 존스,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이들은 일상에서도 노출을 한다. 자연스럽다. 당당하고 섹시하다. 나는 섹시함을 두 가지로 정의한다. 수동적 섹시함과 능동적인 섹시함. 수동적인 섹시함이란 보는 사람이 그 몸의 주인이 된다. 능동적인 섹시함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나의 경우 후자다. 내가 몸의 주인이기에 수많은 시선을 위한 노출이 아닌, 내가 주체가 된 노출을 즐기는 것이다."

재치 있는 입담도 이어졌다. 알렉스가 아이돌 멤버가 아니기에, 무대 위에 설 때면 그보다만 예뻐 보이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에 무대에선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연기활동 계획을 물었다. 호란은 "이번 작품을 한 다음에 결정하겠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첫 번째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연기에 대해서는 내 자신이 가진 능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지닌 모든 것을 다 드러낸 이후에 내가 정말 재능이 있고, 계속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할 생각이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일에만 노력할 생각이다."

첫 방송을 앞둔 지금 호란은 시청자에게 관심어린 시선을 당부했다.

"'국가가 부른다'는 애정이 가는 드라마다. 신인이다 보니 내 분량이 없을 때도 항상 모니터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은 지금까지 완성된 내용은 스펙터클 그 자체다. 부디 나의 발연기를 피어나는 새싹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봐 달라."

호란이 그리는 청사진으로 기자 역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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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 ⓒ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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