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는 맞고 산다?..칸서 외신 의문 제기③

[칸 중간결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5.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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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는 맞고 산다?

제63회 칸영화제를 찾은 외신 기자들이 품은 의문이다.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하녀'와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지켜 본 외신 기자들은 이 같은 의문을 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녀'는 부잣집에 들어간 하녀가 주인집 남자에 농락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외국기자와 평론가들은 '하녀'를 계급의 갈등으로 보는 한편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다는 평을 하고 있다. 부잣집 남자가 하녀 뿐 아니라 아내, 장모에까지 가부장적인 권위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한 술 더 뜬다. 외딴 섬에 살면서 남편에 맞고 살고 시동생에 강간당하면서도 묵묵히 일만 하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섬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마저 "이래서 남자가 있어야 한다"며 가부장적인 남자를 추켜세우고 여인을 괄시한다.

현지에서 만난 이정재는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가 그렇게 낮냐는 질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감독 역시 "외신들이 한국영화들은 왜 이렇게 폭력적이냐"면서 "여성들의 삶이 실제로 그러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외신들이 이 같은 의문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칸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서 지금까지 소개된 영화들은 주로 박찬욱, 김기덕 감독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담은 영화들이다.

피와 섹스, 자극이 강하면서 장르 안에서 이야기를 뒤튼 영화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상업영화들은 해외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는 예술영화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감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선 상업영화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박찬욱 봉준호 등이 장르와 예술영화 경계를 넘나드는 까닭이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시' 같은 예술영화는 외면받기 일쑤다. 실제 황금종려상에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시'는 국내에선 개봉 첫날 5600여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관객이 외면하고 있다. 대신 장르 속에서 예술성을 담으려 한 '하녀'는 첫날 16만명이 찾았다.

'시'와 '하녀'가 나란히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한국영화의 힘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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