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야'부터 '시'까지, 韓영화 칸 도전史

김건우 기자 / 입력 : 2010.05.2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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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제63회 칸국제영화제의 각본상의 영예를 안음에 따라 한국영화사에 새롭게 타이틀이 추가됐다.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영화제의 비경쟁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된 뒤 꾸준히 세계 영화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초창기 한국영화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지는 못했다. 19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과 1997년 전수일 감독의 '내 안에 우는 바람'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와 함께 한다. 1998년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이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돼 특별 언급됨에 따라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끈 것이다. 이때 올해 심사위원이기도 한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이 감독 주간에 초청되기도 했다. 또 1999년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단편경쟁부문에 초청돼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영화가 장편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이다. 당시 '춘향뎐' 외에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정지우 감독의 '해피 엔드' 등이 초청됐다.


2002년은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확인한 해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돼 감독상을 수상한 것이다. 또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영화는 오리엔탈리즘을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나라에 불과했다. '취화선'의 수상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적 위상을 고려한 수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해가 2004년이다.

2004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와 맞물려 최고의 성적을 보여준 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것은 임권택 감독이 수상했던 감독상 보다 한 단계 높은 상이다.

'올드보이'는 상업영화로서의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전 세계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상업영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2005년은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됐고 김기덕 감독의 '활'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가 감독 주간에 초청돼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는 등 총 8편의 작품이 진출해 3개 부문의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7년 '밀양'이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돼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밀양'은 종교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주제로 평범한 일상 속의 인물들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각 부문에 고르게 진출했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의 연예를 안았다. 또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 감독 주간에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초청됐다. 이 외에 '6시간' '먼지아이''남매의 집' 등 총 10편이 초청받아 역대 최다 초청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화제작이 없어 두 작품 모두 수상이 기대됐지만 아쉽게도 '하녀'는 수상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시'의 수상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처음 주목해 성장을 같이 했듯이, 전 세계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제2의 도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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