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방자전', 귀족·양반 비틀기 혹은 때리기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0.06.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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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하녀' '방자전'
처음엔 당연히 하녀와 방자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의 잔상은 대척점인 귀족 혹은 양반이었다. 흥행질주중인 '하녀'와 '방자전' 얘기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철저하게 하녀 전도연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상상 이상으로 잘 사는 귀족 집안에 하녀로 들어갔다가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그런. 귀족 주인남자 이정재의 애를 가졌을까 의심한 안주인 엄마(박지영)의 섬뜩한 계략에, "그럼 나만 몰랐던 거야?"라고 소스라치는 그런. 그래서 영화는 3인칭 시점의 스릴러지만, 주인공 전도연 입장으로만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다.


2일 개봉한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 역시 이몽룡(류승범)도 아니고 춘향(조여정)도 아닌 방자 김주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며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 공형진에 부탁한 것도 바로 방자다. "왜 남의 여자를 뺏았느냐?" 질문에 "양반의 여자가 아니라 원래 제 여자였어요"라는 절규, 이 한 마디면 '방자전'은 설명된다.

그러나 이들 하녀와 방자가 빛나는 건, 보통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뛰어오른 건,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못났거나 못됐거나 음흉한 'B급 주연 캐릭터' 때문 아닐까.

'방자전'부터 보자. 이몽룡과 성춘향은 고전에선 그야말로 무결점의 인간들이었다. 약조를 맺고 이를 끝까지 지킨 청순과 순정의 대표 남녀들. 그러나 21세기 '방자전'에선 "전혀 아니올씨다". 이몽룡은 영화 막판 춘향과 밀약을 맺어 음습한 뭔가를 만들어낸다. 그 시대 화투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둘은 짜고 치는 고스톱의 대가들이다. 춘향 역시 방자를 향한 순정은 지켰으되, 자신의 출세 욕구는 절대 숨기지 않은 캐릭터였다.


'하녀'의 안주인(서우)과 바깥주인(이정재)은 제대로 못났다. 신흥 귀족에 다름 아닌 이정재는 남의 여인을 탐하는 데는 도사이며, 그런 짓을 알면서도 제 신분 유지를 위해 꾹 참는 서우는 한마디로 못난 여자다. 사위가 그 짓을 했는데도 모른 척 하라고 점잖게 훈계를 하는 장모는 더 못난 여자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까지 서슴지 않을 그런 악녀들. 이런 악녀들과 다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우아한' 삶을 시작하는 주인남자까지 오십보백보, 끼리끼리, 잘도 만났다.

이 지점에서 하녀와 방자는 마침내 빛난다. '은이' 전도연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자신의 감정과 분노에 솔직했고, '방자' 김주혁은 자신의 머리가 깨지면서까지 자신의 여인을 지켰다. 전도연이 몰락하기 직전까지 꿨던 그 꿈은 아름다웠고, 김주혁이 춘향을 업고 들려준 그 노래는 듣기에 좋았다. 무기력하고 이합집산하고 음흉한 양반네 때문에 더욱 빛난 '추노'의 짐승남들처럼, 바로 그 장혁이나 오지호, 성동일, 공형진, 그리고 이다해처럼.

'방자전'과 '하녀', 양반과 귀족을 참으로 잘도 때리고 잘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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