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로맨스'보다 애절한 드라마 '황혼 로맨스'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0.06.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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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는 별일 없이 산다' 한 장면


"나이 들어 주책이다"라고 말하던 사회 분위기가 더러 변한 것일까. 최근 드라마에서 중년 또는 노년의 로맨스가 자주 등장한다.

종전까지는 부모가 자식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이 드라마의 법칙으로 통했다면, 이제는 노년의 커플들이 자식의 반대에 맞서 애절한 사랑을 펼친다. 젊은 날에 대한 회의 또는 얼마 남지 않은 날들에 대한 각오 덕에 노년의 사랑은 오히려 무모하고 더욱 격정적이기도 하다.


KBS 2TV '수상한 삼형제'에서는 두 딸을 둔 홀아비 주범인(노주현 분)과 집안일을 봐주던 도우미 계솔이(이보희 분)의 사랑이 등장했다. 처음엔 주인공 김씨 집안 삼형제의 사랑이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코믹한 모습으로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했다.

그러나 딸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들의 사랑은 더욱 드라마틱하고 격정적으로 변모했다. 특히 범인이 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계솔이는 결혼을 감행, 꿋꿋이 곁을 지켰다. 이들의 숭고한 사랑은 그간 이기적이었던 딸 주영의 행동까지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MBC '민들레가족'에서 이필남(이미영 분)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드디어 이상형 이효동(김기섭 분)을 만났다. 효동은 화원과 묘목농원을 경영하며 자식들을 돌봐 온 홀아비.


그러나 이들의 사랑 역시 홀아버지가 혹시 엉뚱한 여자하고 재혼할까 전전긍긍하는 딸 재경(오영실 분)에 의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늦게 핀 사랑은 시청자들은 응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종영한 SBS '그대 웃어요'에서도 꽃뱀 할머니로 등장한 정소녀가 강만복(최불암 분)에 돈을 노리고 접근하다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모습이 그려졌다. 이 때문에 돈을 빌린 척 해 도망가려던 것도 포기하고 간암에 걸린 그의 곁에서 말벗이 돼 준다.

또 2008년작 KBS 2TV '엄마가 뿔났다'에서 시아버지 충복(이순재 분)은 이웃에 사는 영숙(전양자 분)과 알콩달콩한 황혼 로맨스를 펼쳐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는 특히 이순재 본인이 직접 작가에 제안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순재는 당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인들의 사랑이야기도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드라마를 이어 등장한 MBC 4부작 '나는 별일 없이 산다'는 그간 주변부에만 맴돌던 황혼 로맨스를 본격적인 드라마 소재로 다룬 작품.

이 드라마를 통해 17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신성일은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사랑에 열정적인 70대 전직 교수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노년을 보내는 것 같지만 혼자서는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을 안고 있는 인물. 드라마에서 "나는 고독은 견딜 수 있지만 외로움은 못 견디겠어. 어째서 외로움이 고독보다 큰 것일까" 며 독백한다. 그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이에 암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으면서도 새로이 찾아온 세리(하희라 분)과의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 정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떠난다"거나 "나를 위해 곁에 머물러 달라"고 하지 않는다. 죽음 앞에 그는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오랫동안 자신보다 자식들을 보살피는데 인생을 보낸 이들의 사랑은 젊은 청춘 남녀의 사랑보다 더 가슴을 울린다. 죽을 날을 한 달 남겨둔 정일이 과연 어떤 세리와 어떤 사랑을 펼쳐 보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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