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감독 "'맨발의 꿈', 오랜 꿈이 이뤄졌다"①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0.06.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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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감독 ⓒ임성균 기자 tjdrbs23@


남아공 월드컵 한국 대 나이지리아전이 열리는 23일, 그 다음날에는 축구를 다룬 특별한 영화가 관객을 맞는다.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의 2004년 히로시마 대회 우승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자극적인 액션, 노골적 에로, 상투적 비틀기가 없는 그야말로 '착한' 영화다.

'화산고' '늑대의 유혹' '백만장자의 첫사랑'을 거쳐 차인표의 탈북 부자(父子) 이야기 '크로싱'을 찍고 어느새 '맨발의 꿈'을 대중 앞에 내놓은 충무로 중견 김태균 감독을 만났다. 지난 2004년 사석에서 기자와 수십 차례 만나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 이야기를 하며 꿈과 희망과 현실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던 그다.


-영화 좋더라. 박희순 고창석, 그리고 축구 잘하고 눈이 예뻤던 아이들. 관객들이 기억 많이 할 것 같다. 제작비가 얼마 들었나.

▶순제 26억원이다.

-먼저 하시고 싶은 얘기부터 하시라.


▶오래 전에 꿈꿨던 것이 이뤄졌다. 개봉(24일)에 맞춰 (동티모르) 애들 데려와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다. 지금 아이들도 꿈꾸는 기분일 것이다.

-영화에 출연한 동티모르 아이들이 궁금하다.

▶동티모르 촬영분이 끝나고 전화가 왔다. 전화비가 비싸니까 아무 말도 않고 뚝 전화를 끊더라. 우리가 전화를 해달라는 거겠지. 영화를 정신없이 찍다가 딱 끊으니까 허전할 것이다. 그게 영화의 매력이긴 하니까.

-현지 아이들 캐스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더욱이 축구도 잘해야 하는데.

▶처음엔 동티모르 TV와 라디오, 신문에 대규모 오디션 광고를 했는데 아무도 안 왔다. 애들도 그렇고, 어른도 '영화'라는 걸 아예 모르는 거다. 결국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 김신환 감독의 추천을 받아 캐스팅을 했다. 바로 2004년 히로시마 주역들의 후배들이다. 배우들이 축구를 한 게 아니라, 축구선수들이 연기를 한 것이다.

-여자아역 조세핀(말레나)이 기억에 남는다.

▶완전 여우다(웃음). 조세핀은 따로 길거리 캐스팅을 한 경우다. 보통 내기가 아니다. 좋아하는 남자 스태프에게만 웃어주고, 피곤하면 안 찍고, 보통의 한국 성인 여배우들이 할 건 다 했다(웃음). 막판 감동 눈물도 사실 찍기 싫어 우는 것을 찍은 것이다.

-영화에서 축구 잘하기로는 역시 라모스(프란시스코)다.

▶그 친구는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에서 나중에 주역이 될 아이다. 현재 김신환 감독이 이끄는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에는 140명 가량이 있는데, 당시 11세였던 히로시마 주역들은 벌써 17세팀이 됐다. 8세 아이들은 후보다. 유니폼은 11세팀부터 입는다. 이밖에 취미반, 여자축구팀도 있다.

-히로시마 주역들은 지금 뭐하나?

▶기자가 그런 소식도 모르나?(웃음) 지난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언더 17세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조2위로 16강에 올라갔다. 합숙소도 없고, 샤워실도 없고, 운동장도 없는 상태에서 또 한 번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그들의 기적은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

▶그렇다. 꿈은 끝나지 않았다. 성인팀 돼서 동남아 최고 강자가 되고 싶다는 게 그들의 꿈이다.

-그러고 보니 '크로싱'에서도 차인표가 북한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나왔다.

▶'맨발의 꿈', 이 영화에 신경쓰다보니 '크로싱'에서도 축구 얘기를 한 것 같다. 돈 없는 나라에서도 볼 하나면 충분한 게 바로 축구니까. 가난하고 TV도 없고 하니까 해질녘 되면 여기저기서 축구를 한다. 관객도 많다.

-애들 출연료는 얼마나 되나.

▶부모들의 동의를 받아 축구팀 전체에다가 장비를 사주는 걸로 대신 했다. 출연료를 돈으로 주는 것에 대해 김신환 감독이 난색을 표하더라. 돈맛 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어른 월급 2, 3개월치를 축구팀에 도네이션했다. 엑스트라는 돈 주고 한국에서 데리고 갔다.

-박희순, 고창석 얘기도 해주시라.(박희순은 축구단 감독, 고창석은 현지 한국대사관 직원으로 나온다)

▶같이 일한 게 행운이었다. 박희순은 인격적으로 너무 훌륭한 배우다. 2개월 이상 동티모르에서 체류했다. 아주 후진 호텔에 지네와 도마뱀은 기본이고, 날벌레 기어들고, 개미 수백 마리 들어오고, 불 나가고, 촛불 켜놓고 밥 먹고, 이런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아이들을 챙겨준 사람이 바로 박희순이었다. 그러면서도 방에서 애드리브를 그렇게 많이 준비하더라. 희순씨 아니었으면, 이 영화 힘들었을 것이다. 노력하고 준비하는 배우다.

-고창석 비중도 대단하다.

▶그는 타고난 배우다. 자기가 튀는 것보다 옆에서 받쳐주는 데 탁월하다. 평범한 역할이었는데도 비범하게 연기했다. 자기 것을 확 따먹으려는 배우였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개봉일이 24일이다.

▶한국이 16강에 올라가야 아무래도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미리 개봉하고 싶었는데 '포화속으로' 때문에 좀 늦춰진 것이다. 그래도 시사 반응이 좋아서 안심이다.

-이런 착한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영화가 묻히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이 영화가 잘 돼야 현지에 축구학교를 세우고 싶은 김신환 감독의 꿈도 이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시고 관객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다들 지쳐 있으니까. 20대도 꿈을 잃어버렸으니까. 이 영화를 보고 다시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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