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영화 잔혹사…'이끼'가 깰까?①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07.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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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이끼'의 표지 <사진출처=예스24>

오른쪽 영화 '이끼'의 포스터


강우석 감독의 '이끼'가 오는 14일 개봉한다. 동명의 원작은 이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윤태호의 웹툰. 진작부터 팬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왔다. 강우석 감독의 연출과 정재영의 캐스팅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영화가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웹툰의 영화화가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간 제작된 웹툰 원작 영화들 모두 흥행에 참패하며 스크린을 떠나지 않았던가. 2006년부터 이어져 온 웹툰 영화 잔혹사. 과연 강우석의 '이끼'는 예외로 남을까. 그가 스크린 위에 수놓은 습지생물은 어디까지 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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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세포 소녀'와 '아파트'의 포스터


웹툰의 영화화가 신통찮은 결과를 거두어 온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원작을 무료로 쉽게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스포일링'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영화 제작이 진행될 정도로 성공한' 원작과의 비교 또한 피할 수 없다. 관객들에게 굳이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봐야 하는 당위성을 심어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상영시간의 제한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영화의 짧은 호흡으로 인물의 섬세한 감정이나 심리변화를 모두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 수십 회에 걸쳐 연재된 내용을 2시간의 영상으로 녹여내려다 보면 곳곳에 구멍이 생기기 십상이다.

2006년 개봉한 '다세포 소녀'는 'B급 달궁'의 원작을 영화화 해 56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영화는 성에 대한 과감한 묘사와 변태적인 농담으로 호평 받았던 원작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 했다. 모두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15세 관람가 판정은 원작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었으며, 동시에 흥행 실패를 예고하는 낙인이었다.

같은 해 개봉한 '아파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작이 강풀의 인기 시리즈 '미심썰(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의 효시가 된 의미 있는 작품이었던데 반해, 영화는 기존 공포물의 뻔한 장치만을 답습했다. 영화 '아파트'는 도시민이 모여 사는 아파트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소외된 현대인에 대한 의미를 놓치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닌 공포영화로 남았고, 64만 관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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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보'와 '순정만화'의 포스터


2008년 들어 개봉한 '순정만화'와 '바보'도 마찬가지. 각각 73만, 97만의 관객을 동원 한 두 작품은 웹툰 원작 영화가 단순히 원작의 스토리만을 빌려와서는 성공 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영화의 컷 단위 연출로는 스크롤 가운데 미묘하게 고조되는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를 온전히 전달하기 쉽지 않다. 단순히 내용을 옮겨와 원작의 분위기와 느낌을 쫓아가는 수준을 넘어, 영화라는 플랫폼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연출이 필요한 것이다.

강우석의 '이끼'는 그래서 더 기대를 모은다. '이끼'는 원작의 충실한 재현을 위해 158분의 러닝타임과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긴 러닝 타임 동안 관객들 의 몰입을 돕기 위해 삽입된 강우석 특유의 유머 코드와 원작과 다른 엔딩은 영화 '이끼' 만의 차별점. 원작이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독자를 압도했다면, 영화 '이끼'는 곳곳에 긴장의 이완을 위한 장치를 깔아두며 영리하게 관객을 이끈다. 연출자와 배우들에 대한 신뢰는 덤이다.

인간의 근원적 이기심과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훑었던 '이끼'. 그 과감한 붓놀림을 강우석 감독은 어디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까. 영화 '이끼'는 '웹툰 영화 잔혹사'의 종료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까. '그대를 사랑합니다', '트레이스' 등 속속 웹툰 영화의 제작 소식이 발표되는 가운데, 1000만 트리오가 빚어낸 '이끼'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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