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이끼' 노출장면까지 각오하고 찍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7.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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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기자 honggga@


주말 8시 드라마에 출연한 35살 여배우가 상업영화 여주인공이 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더구나 여배우를 잘 안 쓰기로 소문난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단 쉽겠지만 고양이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과 비슷한 확률일 것이다.

유선은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지난해 10월 '솔약국집 아들들'이 끝나고 강우석 감독의 신작 '이끼'에 곧바로 출연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디션만 수차례 봤고, 강우석 감독과의 미팅은 마지막으로 미뤄졌다.


시나리오가 나온 상태도 아닌 터라 만화만 보고 캐릭터를 파악해야 했다. '이끼' 원작에서 유선이 맡은 역은 퇴폐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노출은 물론이거니와 창고에서 여러 명과 관계를 맺는 충격적인 장면도 있다. 유선은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며 도전했고 마침내 강우석 감독에 "같이 합시다"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원작 속 영지 캐릭터는 팜므파탈인 반면 영화 속에선 도회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원작과 가장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좀 당황하기 했다. 원작을 보고 준비한 게 있었는데 감독님이 주문하신 캐릭터와 많이 달랐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영지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원작팬들이 과연 영화 속 영지를 어떻게 받아들이지 걱정도 했다.


-기획단계부터 노출이 제법 있을 것이란 소문이 자자했는데.

▶많이 보여주진 않아도 센 장면이 제법 있지 않나.(웃음) 사실 무조건 만화를 보고 하자고 했던 터라 노출에 대한 각오는 했었다. 창고 장면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감독님이 그렇게 풀었다간 결말을 보여줄 때 느낌이 너무 달라질 것 같다고 하셨다. 창고 장명은 아예 찍을 마음이 없으셨던 것 같다.

(강우석 감독은 유선의 뒷물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 고심하다가 직접 묻기가 민망해 여자 스크립터를 통해 전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제가 준비한 게 있는데 한 번 보시죠"라는 것이었다. 강 감독은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섬뜩하게 해내서 단번에 O.K를 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각오였을텐데. 오디션 과정도 쉽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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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기자 honggga@


▶프로듀서 면접도 받고 대본도 읽어야 했다. 뭐 처음부터 신인도 그렇고 다른 기성배우들도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히려 이렇게 발걸음을 여러 번 하는데 안되면 창피한 게 아니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얼마나 내가 하고 싶은지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

(마지막 면접 때 만난 강우석 감독은 유선에게 노출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은데 괜찮겠냐고 했다. 유선은 강우석 감독의 눈을 바라보며 할 수 있다고 했고,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강우석 감독과 작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이름 있는 감독과 하고 싶단 욕망도 작용했을 것 같은데.

▶원래 강우석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했다. 보는 순간만큼은 시계를 보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잖나. 또 날 끌어 줄 수 있는 감독님과 일하고 싶은 욕망도 솔직히 있었다. 주위에서 강 감독님은 현장에서 무조건 신뢰를 받는다는 소리를 들어서 더욱 그랬다.

-처음엔 간신히 오디션을 거쳐 함께 하게 됐더니 영화가 끝날 즈음에 바로 강우석 감독 차기작을 하기로 했는데. 그 만큼 강 감독이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은데.

▶'이끼' 막판쯤에 시나리오를 하나 읽어보라고 하시더라. 정재영 선배는 이미 하시기로 했다면서. 너무 기뻤다.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건가 싶더라.(웃음)

(강우석 감독은 '이끼'에서 유선을 다 못 보여줬다는 생각에 다음 작품을 꼭 함께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차이가 꽤 크다. 영화에선 주로 센 역할을 맡았는데.

▶반반이다. 강한 모습으로 봐주셔서 그런지 그런 역할들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영화에서 만큼은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 생각도 있다.

-'이끼'가 영화화될 때 강우석 감독과 정재영이 원작팬들에 욕을 먹었다면 영화가 개봉한 뒤에는 유선이 제일 욕을 먹을 수도 있다. 못했다기보다 원작과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려운 캐릭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영화가 다 끝나고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설 때 갖고 갈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감사하다. 그렇게 받아들여주신다면 만족한다. 기대했던 대로란 소리보다 공감할 수 있었다란 소리를 듣는다면 감사하다.

-나이도 그렇고 경력도 그렇고. '이끼'가 유선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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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기자 honggga@


▶기대는 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곤 생각했지만 너무 더뎌 정체된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제야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웃음) '솔약국집 아들들'을 할 때 손현주 선배가 '너는 항상 해왔던 대로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주목받을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정말 큰 용기를 얻었다.

-여주인공이지만 상대역과 어울리는 장면이 없는 만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맞다. 어울리는 장면도 없고 선배들도 각자 역에 워낙 집중했으니깐. 그래서 사적인 자리가 중요했다. 감독님이 워낙 회식을 좋아 하시는데 그 때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더니 좀 알 것 같더라.

-바로 강우석 감독의 '글로브'에 출연하는데.

▶공백이 있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끊임없이 작품을 하더라도 영화는 개봉할 때까지 공백이 있지 않나. 이제 쉬엄쉬엄 하라는 분들도 있는데 지금은 더욱 열심히 할 때인 것 같다.

-지금 일과 사랑 중 택하라면.

▶당연히 일이다. 이제 때가 온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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