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웃음 드리려면 울음에도 귀기울여야"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07.0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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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이 MBC '환상의 짝꿍' 마지막 녹화를 마쳤다. 2007년 5월 첫 방송된 '환상의 짝궁'은 전신인 '말달리자'부터 김제동이 메인 MC를 맡아 이끌어온 프로그램. 어른과 어린이들이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4년을 이끈 프로그램을 마치는 것으로도 아쉬움이 크지만 김제동에게는 '환상의 짝꿍'은 또 다른 의미다. '환상의 짝꿍'은 사회적인 발언, 참여를 마다하지 않는 방송인으로 뜨거운 지지를 얻는 한편, 석연찮은 이유로 각종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그가 유일하게 MC를 맡고 있던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녹화 말미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 김제동은 "프로그램에는 생로병사가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제 능력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다른 프로그램으로 다시 시청자를 찾아올 계획임을 함께 전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웃음을 드리려면 울음소리가 나는 곳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어떤 사람들의 뜻에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면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다음은 김제동과의 일문일답.


-'환상의 짝꿍' 마지막 녹화가 끝났다. 결국 눈물을 흘리더라.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은 건 모든 어린이들의 꿈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네'라는 동요가 있듯 그 꿈은 TV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잇을 것이다. 스타가 되고 싶다기보다 나가는 것 자체가 추억일 것이고. 또한 스튜디오 양쪽에서 '놀러와'와 '무릎팍도사' 녹화가 하기 때문에 재석이형과 호동이형을 보는 맛이 있을 것이다. 방송국 견학만 가도 설레지 않나. 몇 달의 추억이 생긴다. 4년간 1000여명이 넘는 어린이가 그런 추억을 안고 갔다.

앞으로도 이렇게 특별한 아이,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TV에 출연할 수 있는 아이 말고 정말 방송국 견학오고 싶은 아이들이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 그래서 친구들과 나중에 커서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했다. 그 프로그램의 명맥이 끊기는 것이 아쉽다. 제 탓도 있지만, 프로그램도 생로병사가 있는 것이니까. 4년을 했으니 시청률이 떨어질 때가 됐고, 시청자들도 바라는 것이 있는 것이고.

아쉬운 것은 어떤 포맷도 좋으니까, 사회자가 제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아이들이 나와서 동심을 보여줄 수도 있고, 짓궂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트위터에도 글을 썼던데, 눈물 흘리겠구나 생각은 했나.

▶작가들이 대본 뒤에 글을 적어놨더라. 또 '귀선생' 시연이가 갑자기 '아빠'라고 하는 바람에, 아이들 생각이 나면서 그만 울컥 했다. 실제로 이거 하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저출산 문제에도 기여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거 농담인데 글로 쓰면 농담같지 않아서.(웃음)

-'환상의 짝꿍'을 하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처음에는 아이들을 별로 안 좋아했다. 조카가 아홉명이다보니(웃음). 특히나 8살이 되면 애들답지 못한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어른의 시선이라는 걸 2년 전쯤에야 알았다. '인사성이 밝구나', '주의력이 없구나' 이런 것 모두가 서른 넘은 저의 재단이다. 이 프로그램을 느낀 건 '나쁜 아이는 없다. 나쁜 어른을 봤을 뿐이다. 좋은 아이는 없다. 좋은 어른을 봤을 뿐이다'라는 거다. 또 '아이 앞에 수식어를 붙이지 마라'라는 거다. 아이들은 어떠한 평가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어린이라는 존재 자체로서 이미 평가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 한창 힘들었다. 엄마 안 계실 때 꼬집기도 하고.(웃음) 아직도 한강 나가서 중학생이랑 싸울 때가 있다. '야 김제동' 그래서 '아저씨가 장난감이야' 했다가 돌아보며 후회하고 그랬다. 중학생인데 저보다 키가 크더라.(웃음) 지면을 빌어 사과드린다. 집에 와서 되게 고민됐었다. 미안했다.

-사회적인 참여가 많다고 해서 '소셜테이너'로도 불린다. 그런 시선이나 명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소셜테이너, 엔터테이너, 폴리테이너 여러 명칭들이 있는데 그개 해보면 전부 다 결국은 참여하고 함께 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이다. 하다못해 동물도 무리를 지어 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도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이성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정반합의 원리로 발전하는 것 아닌가. 정만 있고 반은 없다면, 또 합은 없다면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거부가 아닌가. 누군가 계속 뭐라 한다면, 글쎄, 적어도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의 뜻에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에 대해서는 생산적인 토론을 할 용의도 있다.

사회 참여? TV에 나오는 것만큼 큰 사회 참여가 어디 있겠나. TV에 나오는 사람은 그것만 보고 싶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웃음을 드리려고 하면 울음이 나는 곳에도 귀를 길울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견해다.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계속 웃고 있어도 어딘가에서 내 옆에서 누군가가 고통을 당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있다면, 수퍼맨처럼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조금의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 저의 견해다. 그것이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한다면 그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의 견해는 그런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것도 사회 구성원을 만드는 사회 참여 아닌가. 지금 제가 가장 해보고 싶은 사회 참여는 결혼이다.(웃음)

-결혼은 계획은 있나?

▶결혼은 항상 아침7시반에 양가 부모님이 깨시기 전에 하겠다고 한다.(웃음) 좋은 사람 만나겠다는 진부한 이야기 말고, 하이튼 걸리기만 걸려 보십시오. 걸리기만 걸리면 바로 결혼할 겁니다. 올 한해 제가 너무 운이 좋고 어떤 여자분이 너무 운이 없으면 결혼합니다.(웃음)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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