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리 "미스유니버스 나가려 미코 도전했다"(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0.07.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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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 ⓒ사진=유동일 기자


"내가 제일 예쁜 게 아니었다니‥."

'예쁘다'는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들었던 어린 소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1등할 거라 믿었던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서 자신의 앞에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있었다. 소녀는 '고작' 3위에 머물렀고,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벌써 '한(恨)'이란 단어를 가슴에 새기게 됐다. 소녀 인생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자 목표가 되는 순간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미스코리아대회까지 나온 걸 보면 '한'이 크긴 컸나 봐요."

그러면서 싱긋 웃는 미소가 아름답다. 2009 미스코리아 김주리(22)는 '왜 미스코리아에 도전했냐'는 다소 뻔한 질문에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단순히 그 것 때문에 김주리가 미스코리아에 도전, 진(眞)이 되고 이어 세계최고 미녀를 뽑는 미스유니버스(Miss Universe)선발대회에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말 그대로 오산이다. 그녀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김주리의 이력은 제법 '국제적'이다. '가장 예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던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세계적 발레리나'에 대한 꿈을 안고 영국으로 건너가 로열발레스쿨에 들어갔다.


"5살부터 발레를 시작했어요. 왜 '잘한다, 잘한다' 하면 '이 길에 소질이 있나?' 생각하게 되잖아요(웃음)."

청운의 꿈을 안고 영국에 간 김주리는 그러나 나이가 너무 어려 2년 연수과정을 다니던 중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왔다 눌러 앉게 된다.

"멋진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어린 마음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로열발레스쿨에 계속 몸담았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수도 있죠."

김주리는 이후 선화예중에 진학, 리틀엔젤스 활동을 통해 해외 공연을 다니며 조금씩 국제무대 경험을 쌓게 된다. 그리고 열여섯 살 고교1년 때 다시금 밖으로 눈을 돌린다. 이번에는 러시아였다. 2008년 볼쇼이발레학교를 졸업할 즈음 김주리는 '좌절'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가슴에 새기게 된다. 발목 부상으로 더 이상 무용을 못하게 된 것. 슬럼프가 찾아왔다. 우울하던 그녀에게 활력을 안긴 것은 다름 아닌 미스유니버스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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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 ⓒ사진=유동일 기자


무용을 그만두고 의기소침 지내던 그가 우연히 2008 미스유니버스대회를 접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정신이 갑자기 솟구치더라고요. '미스유니버스'란 도전대상이 생긴 거죠. 알아보니 미스유니버스에 나가려면 일단 미스코리아, 그중 진이 돼야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미스코리아대회에 나가게 됐습니다."

일단 마음을 먹으니 모든 게 수월하게 착착 진행됐다. 그녀는 그해 미스코리아 서울 진에 뽑힌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서울 진=미스코리아 진'이라는 일종의 공식이 바로 전해에 깨졌기 때문.

"본선대회 때보니 다들 막강하더라고요. '명색이 서울 진인데 '꼴등'이라고 본상을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마조마했죠."

미스코리아 진 발표를 앞두고 두 명이 남았다. 그리고 '김주리!'의 이름이 불렸다. 드디어 한국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된 것이다.

"당시 제가 눈물을 안 흘려 화제가 됐었어요. '안 거 아니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발표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뭔가 사방이 막혀있는 것처럼 멍하더라고요. 정말 기뻤어요."

김주리는 오는 8월 2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0 미스유니버스대회에 참가한다. 한국은 지난 2007년 2006 미스코리아 이하늬가 4위에 오른 게 이 대회 최고기록이다. 당시 미스재팬이 1위를 차지했다.

"어떤 기사엔가 제가 이하늬 선배를 넘겠다는 식으로 나왔더라고요. 선배님처럼만 된다면야 더할 나위없죠. 하지만 누구나 다 1위를 하고 싶은 거 아니겠어요? 이왕 하는 거 1등하면 좋겠어요(웃음). 일본이요? 두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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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 ⓒ사진=유동일 기자


김주리는 앞서 지난해 11월 남아공에서 열린 2009 미스월드대회에서 7위를 했다. 이번에는 내심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전략? 가장 한국적인 것에 국제적인 것을 더하는 것이다.

"지난해 미스월드대회 때 아리랑 음악에 맞춰 발레를 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번에도 비슷하게 준비 중인데, 음악은 좀 고민 중이에요. 전통의상을 입으려하는데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의상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또 워킹 연습, 비키니 포토 포즈, 표정 연습, 영어인터뷰도 준비하고 있고, 다른 후보들은 뭘 하나 인터넷으로 다 찾아보기도 하고요(웃음)."

김주리는 "긴장도 되고, 기대도 많이 된다"며 "일단 세계 각국 친구들과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 교민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한인 교포분들이 많이 응원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남아공 대회 때는 딱 3분 계셨거든요. 이번에는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기(氣)를 받아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요. 좋은 기운 팍팍 주실 거죠?"

'가장 예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김주리는 이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나이가 들면 돈 많이 벌어서 우리나라 최초의 발레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볼쇼이 발레학교처럼 발레만 전문으로 하는 교육기관이요. 못다 이룬 꿈을 거기서 이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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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 ⓒ사진=유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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