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최민식 "굶주렸던만큼 더 많이 하고싶다"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8.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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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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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최민식이 돌아왔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악마를 보았다'로 상업영화에 5년만에 출연했다.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운동 이후 자의 삼, 타의 칠로 영화계에서 떠나있었다.


그의 빈자리는 이제 송강호, 김윤석,설경구 등 후배들이 꽤 찼다. 하지만 최민식은 '악마를 보았다'에서 연쇄살인마를 그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명불허전이란 말을 실감시켰다. 시쳇말로 '미친 존재감'을 입증했다.

장고나 외팔이가 먼지바람을 맞으면 돌아왔다면 최민식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왔다. 피칠갑이 지겨웠는지 최민식은 "다음 영화는 코피만 나와도 안하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민식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악마를 보았다'로 그만의 복수3부작을 완결시켰다.

두 차례 상영제한가 등급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개봉해 영화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란까지, '악마를 보았다'는 어쩌면 최민식의 복귀작에 어울리는 운명 같기도 하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던데.

▶원래 1차 편집 끝나면 대충 보는데 이번 영화는 찍으면서도 과연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워낙 끔찍했으니깐. 처음부터 감독과 폭력의 끝을 가보자고 했다.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도덕도 떠나서 폭력에 중독돼가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다.

-5년만의 복귀작이라 일부러 더욱 센 영화를 찾았던 것은 아닌지.

▶그건 아니다. 너무 일을 하고 싶었는데 '아열대의 밤'(당시 가제)이란 시나리오를 누가 가져왔다. 여백이 보이더라. 연출자가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게 보일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병헌이 맡았던 역에 매력을 느꼈다.

원래 '폭풍전야'와 장윤철 감독의 작품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연이 안 닿아서 못했을 뿐이지. 그건 각각 강렬한 멜로와 변호사의 이야기였다. 그러니 오랜만에 복귀작이라 찔끔하게 만들어야지, 그런 의도는 없었다. 사실 이렇게 세게 표현될지는 나도 몰랐다.

-일부 관객들에게선 역겹다는 평도 있는데.

▶모든 창작물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야말로 관객의 몫이다. '안티 크라이스트'처럼 각 작품은 주제의식과 표현방식이 다 있다. 그러니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주장은 다 수용해야 한다. 불쾌하고 역겹다면 그 의도도 존중해야 한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로선 동의하거나 반발하는 현상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모방범죄 운운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게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세균이 들어오면 백혈구가 막으려 하지 않나. 그렇다고 '악마를 보았다'가 세균이란 뜻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큰 우려는 없다. 영화적인 비판이라면 받아들이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동의하기 힘들다.

-사이코패스가 무의미하게 살인을 하는 모습이 계속 비춰지기에 그런 우려도 나온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걸 준비하면서 유영철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를 만났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엄청난 사건이 많더라. 영화 속 묘사는 새발의 피다. 그들이 살인하는 게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 문자 그래도 사이코패스다. 처음 죽일 때가 문제지 나중에는 습관처럼 죽인다고 하더라.

-첫 장면에 망치를 쓰는 게 '올드보이'를 연상시키던데.

▶그래서 망치말고 다른 걸 쓰자고 했다.(웃음)

-영화 속에서 계속 강렬한 역을 소화하고 있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역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15년 동안 감금당하거나 연쇄살인범이란 건은 경험해볼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자의보단 타의로 영화계에서 멀어져 있다보니 원망도 있었을 것 같은데.

▶초기엔 그런 것도 있었다. 원망이라기 보단 그냥 슬펐다. 세월이 약이라고 그런 감정들도 이젠 신발장을 정리하는 것처럼 다 정리됐다. 그래도 그 때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소통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누구는 괜히 나섰다가 피해 본 게 아니냐고 하지만 일말의 후회도 없다.

-다시 영화 현장에 돌아왔는데 감흥은 어땠나.

▶버스를 기다리는 여자를 태우고 살해하는 장면을 처음 찍었다. 이상하리만치 편했다. 오랜만이라 울렁증이 생기는 게 아닌가 했지만 너무 즐거웠다. 너무 기다렸던 현장이라 그런 것 같다.

-가장 덜 몰입한 역이라고도 했는데. 그러다보니 기술적인 연기가 많았다고도 했고.

▶몰입이란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단지 편하지 않았을 뿐이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참 역에 몰입하고 있을 때였다.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이 '어디 최씨냐'고 묻더라.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정지 버튼을 누르고 '왜 반말 하냐'고 하고 싶더라. 극 중에서 의사한테 한 것처럼. 순간적으로 CCTV를 보면서 이러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었는데.

▶낙관적이었다. 등급위원들이 영화인이라 하긴 그렇고 규제하는 입장 아니냐. 삭제를 요청한 장면이 어떤 것인지도 예상됐고. 그래도 제한상영가가 나올지는 몰랐다.

-영화에 대한 찬반을 떠나 최민식 외에 할 수 없는 연기라고들 하던데.

▶과찬이다. 이런 캐릭터는 다 할 수 있다. 난 좀 더 평범한 사람으로 비춰졌으면 했다. 예를 들어 여중생을 겁탈하려는 장면에서 원래 그 사람이 정말 그 아이를 좋아했다는 느낌을 줬으면 어떨까 했다. 그런 아쉬움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느낌이랄까.

-김지운 감독에 직접 연출 제의를 했다는데.

▶'놈놈놈'도 그렇고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조용한 가족'도 그랬고 그야말로 잘 뽑아내는 감독이 아닌가. 이런 정육점 같은 영화를 누가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박찬욱 감독에게 보여주면서 '하고 싶지'라고 물었다. 그 때 그는 미국 리메이크 준비에 한참인 걸 알고 있어서 김지운 감독에게 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김지운 감독도 할리우드 리메이크 준비에 한참이었다. 그래서 곤란하다고 했는데 어느날 할수 있다고 문자가 왔다. 그 때부터 시동이 걸렸다.

-이병헌과는 어땠나.

▶좋았다. 사실 처음에는 한석규랑 하고 싶었다. '쉬리'랑 '넘버3'를 같이 했던 꽃중년들이 다시 뭉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이 그리는 그림이 있지 않나. 워낙 제작기간이 촉박해서 배우와 친해지는 시간도 줄여야 했고. 나도 사랑니 때문에 고생했는데 뽑을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석규한테 다음에 같이 해보자고 했다.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참 좋았던 것 같다. 배짱이 체질인 것 같다. 그동안 참 정신없이 살았기도 했고. 본의 아니게 정치적인 일에 개입도 했고. 그 기간이 좀 더 제대로 할 수 있는 밑천을 쌓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단지 배가 나온 게 흠이지만.

-한 때 최민식이 하면 투자를 안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었는데.

▶나도 그런 소문 들었다. 그래서 만일 그런 게 있으면 나말고 다른 배우를 쓰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악마를 보았다'가 성공적으로 스타트를 끊었으니 차기작이 궁금해지는데.

▶최대한 빨리 해야겠다. 빨리 이런 이미지를 벗고 싶다. 고깃덩어리, 피 냄새를 벗고 싶다. 개구리도 움추려야 더 멀리 뛰고, 주먹도 뒤로 빼야 더 세게 지르지 않나. 이제 굶주렸던 것만큼 더 열심히 많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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