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딸 위해 진실된 음악 담았죠"(인터뷰)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0.09.29 10:05
  • 글자크기조절
image
가수 이적
"딸 아이를 위해 성심성의껏 음악을 만들었어요. 저의 음악을 들어주는 팬이 한 명 더 늘었으니 더 책임감을 갖고 곡을 썼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감격스런 음반이죠"

이적은 미소를 띄며 새 음반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이적이 3년만에 발표한 정규 4집 '사랑'은 그가 결혼 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음반. 어쿠스틱한 소리로 가득 메워진 새 음악들이 가을의 정서와 닮아 있어 낯설지 않다. 가을의 길목에서 이적과 마주 앉았다.


이적은 이번 음반을 두고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적표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패닉, 긱스, 카니발 등의 그룹을 거치며 젊은 음악을 표현했던 그가 솔로 가수로 활동하며 축적해온 데뷔 15년차 뮤지션 이적 만의 음악인 셈이다.

◆ 결혼이 준 변화, 딸 보며 책임감 느껴

이적은 한국대중음악사에 있어 독특한 행보를 걷고 있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90년대 중반에 나타난 패닉은 지칠 줄 모르고 뛰어가는 젊음을 외쳤고, 긱스의 날이 선 듯한 소리와 김동률과 만난 카니발의 서정적인 소리가 그랬다. 그런 그가 이번엔 사랑을 택했다. 자신만의 이론과 논리로 뒤틀린 세상에 조소를 보이던 그의 커다란 변화다.


image
가수 이적
우선 결혼이 가져다 준 변화에 대해 물었다. "결혼 후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훨씬 안정적인 느낌이에요. 하지만 음악에 있어 어떤 식으로 반영이 된 건지는 아직 뚜렷하게 알 수 없네요. 무엇보다 딸 아이를 위해 더 좋은 음악을 만드려고 노력했어요. 나중에 세인이가 '아빠는 좋은 음악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죠"

아이를 위한 음악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생긴 뒤로 음악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만큼 결혼은 이적에게 있어 분명 커다란 변화를 안겼다. 마치 새로운 자아가 형성되듯이 가족과의 일상과 음악 공간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고, 이는 어떤 식으로든 음악에 반영됐다. 그래서일까. 이적은 이번 음반을 사랑으로 가득 채웠다.

◆ 이적이 노래하는 '사랑'..소박하지만 뜨거운

새 음악에는 공감어린 노랫말도 공존했다. 2005년 소설 '지문사냥꾼'의 큰 인기로 이미 뛰어난 글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이기에 음악 속 이야기도 이적만의 문체가 살아숨쉬고 있었다. 연인들의 설렘과 다툼, 이별 등을 다룬 10곡이 이적의 언어로 풀이됐다.

"언젠가 한번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제 언어로 실컷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전곡을 사랑노래로 써본적은 이번이 처음인데, 색다른 경험이였죠. 가장 흔하게 쓰이는 노래 주제가 사랑이지만, 저만의 언어와 음악으로 한번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앨범은 소박한 분위기로 문이 열린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편안함을 주는 첫 곡 '아주 오래전 일'이 지나면 사랑에 빠진 느낌을 하늘을 나는 듯한 경쾌함으로 표현한 타이틀곡 '그대랑'이 흐른다. 또 이적 특유의 발라드 '매듭', 피아노가 곡의 중심을 이끄는 '네가 없는'과 패닉 시절 수록곡 '뿔'을 연상시키는 '보조개'까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음반 전체가 사랑과 이별을 번갈아 하며 감정의 곡선을 타고 있다. 여기에 '빨래' '매듭' '보조개' '두통' 등 독특한 제목과 소재의 노랫말도 우리네 사랑을 곱씹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다.

image
가수 이적
이적은 오랜 기간을 두고 작업했고, 스트링, 브라스, 퍼커션 등을 덧입혀 소리의 풍성함도 더했다. '다행이다'가 수록된 전작 역시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엔 소박하지만 웅장한 느낌으로 커다란 소리를 구현했다고 이적은 말했다. "다채로운 느낌을 주려 했어요. 저번 앨범에 비해 풍성한 분위기죠. 딱히 장르로 구분짓지 않아도 저만이 만들 수 있는 꽉 찬 소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 숨쉬는 음악, 긴 생명력 지닌 노래 만들고파

21살 패닉으로 시작된 가수 이적은 올해로 15살의 나이를 먹게 됐다. 패닉 활동 당시 풍자적인 노랫말과 비판적이면서 키치적인 표현들로 '찌르는 듯한' 음악을 선보였던 그는 다시 새 옷을 입었고, 이제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색을 띄게 됐다.

지금까지 걸어온 15년이 똑같이 흐른 뒤에도 오랜 생명력을 지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적. 그는 "사람들의 추억속에 함께 하는 음악으로 마음속에 오래 간직되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공감어린 노랫말도 한 음 한 음의 멜로디 전개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인 것이 없다. 자신만의 시와 노래로 가득 채운 그의 새 음악이 값싼 사랑에 대한 감상과 거리가 먼 이유다.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이적의 진실된 소리였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