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위원장 "PIFF, 제2의 인생 열어줬다"③

[PIFF 결산]

부산=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10.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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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홍봉진 기자 honggga@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폐막식을 끝으로 화려했던 여정의 끝을 고한다. 특히 올해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이끈 마지막 해. 1996년 1회 때부터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했던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난다.

김동호 위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PIFF의 아버지였다. 세계를 누비며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문화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온 그의 헌신적인 노력은 존경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마침내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고의 영화축제로 길러낸 그는 15년간 써내려 간 '신화'를 뒤로 하고 '전설'로 남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에서 다시 만난 김동호 위원장은 퇴임을 실감할 새 없이 여전히 바쁜 모습이었다. 앞선 일정 때문에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그는 마침 김밥 몇 개로 끼니를 떼우고 있었다. 일흔 넷의 나이에도 이토록 열정을 불사를 수 있다니. 그의 PIFF에 대한 사랑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에게 있어 부산국제영화제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부산국제영화제는 제게 '제 2의 인생'을 열어줬습니다. 공직생활을 했던 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하면서 영화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죠. 누구보다 활발히 국제무대를 누볐고 국내외 많은 영화인들을 만나며 쉽게 하지 못할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영화인'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 준 거죠."

올해 부산을 찾은 장이모우 감독과 제작자 배리 오스본, 배우 윌렘 데포 등이 입을 모아 말했듯,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성장의 중심에 있었던 김동호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쌓아올린 지난 15년간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부산국제영화제의 급속한 성장이 한국영화의 성장과 해외진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특히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최고의 숙원으로 삼았던 것이 전용관의 건립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두레라움'이 내년이면 개관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이죠. 다만 부산국제영화제가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재단법인화하거나 기금을 적립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걸 못해낸 것은 좀 아쉽습니다."

15년간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1회 20만명의 관객 앞에서 대형스크린이 올라갈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던 김동호 위원장은 남포동 술집이 모두 문을 닫자 길바닥에서 게스트들과 술을 마신 일과 택배 오토바이에 몸을 실은 채 목숨을 걸고 질주했던 경험 등을 추억거리로 꼽았다. 올해는 역시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25분가량 막춤을 즐겼던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와이드 앵글 파티'라고 해서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젊은 감독들과 제작자들을 위한 파티가 있습니다. 생기발랄하고 젊음이 넘쳐흐르는 자리다보니 매년 전통적으로 이 자리에서 세계 여러 나라 인물 함께 춤을 춰왔어요. 사실 2006년 이후 술을 끊고 나서부터는 5, 6분 정도 같이 추는 정도로 마무리했는데 금년은 아무래도 마지막이다보니 옛 전통을 제대로 살려본 거죠. 대만 리셉션 행사에 갔을 때 양귀미가 한복을 차려입고 저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 것 또한 오래오래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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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홍봉진 기자 honggga@


특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월드 프리미어와 인터네셔널 프리미어가 각각 103편과 52편으로 역대 최다 편수를 기록했다. '파수꾼'의 윤상현 감독, '무산일기'의 박성범 감독 등 한국의 신인감독을 비롯해 '주당일기'의 프레디 웡(홍콩), '모래성'의 부준펑(싱가포르) 감독 등 17명의 아시아 신인 감독들을 초청한 점 또한 '아시아의 신인감독들의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한다'는 영화제의 목표와 부합한다.

"월드 프리미어와 인터네셔널 프리미어 작품 수가 전체 작품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만큼, 어느 해보다도 내실있는 영화제였다고 자평합니다. 게스트들의 수준도 높아진 것 같고, 아직 집계를 해봐야겠지만 관객 수 또한 작년보다는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15년 동안도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감독의 새로운 작품을 발굴한다는 취지에 맞게 일관적으로 영화제를 이끌어 왔고, 이제는 아시아 영화산업의 맹주로서 아시아 감독들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데에도 큰 진전을 보이게 됐습니다."

김동호 위원장은 퇴임 후의 영화제 운영에 대해서도 걱정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미 4년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춰 왔다는 입장. 많은 이들의 사랑 속에서 물러나게 된 지금을 퇴임 후에 대한 걱정이나 허전함 대신 행복과 자랑스러움으로 채우고 있는 그였다.

"언제 그만두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공동위원장제를 만들어서 충분히 대비했기 때문에 제가 물러난다고 해서 지장이 생기는 부분은 전혀 없을 겁니다. 스태프들 또한 과거 어떤 스태프들보다도 강팀이기 때문에 안정된 기반 속에서 계속 성장해 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산파역할을 했던 당연히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잘 되도록 지원할 거구요."

세계 유수의 감독과 배우들을 끝끝내 섭외해내는 김동호 위원장의 불가사의한 능력은 손아래사람에게도 존대를 하며 선뜻 악수를 건네는 그의 모습으로 설명된다. 52년 전의 군대 훈련소 동기들과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 같이 식사를 할 정도다.

'언제 어디서든 진심은 통한다'는 단순하면서도 적확한 진리. 그것을 행동으로 증명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김동호 위원장만의 힘이 아닐까. 작은 체구지만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명한 존재감.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제 2의 인생을 열었다는 이 '작은 거인'이 그려갈 인생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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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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