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아픈 딸 위해 고양이 입양자 '급구'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10.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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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임성균 기자 tjdrbs23@


가수 신해철이 자신과 정이 듬뿍 뜬 고양이들을 대신 소중이 키워 줄 사람을 공개적으로 찾아나섰다.

신해철은 22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고양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신해철은 "오랜만에 글을 올릴 때는 핵 펀치 한방 날려 주고 신보 소식도 전하리라 생각했건마는, 이리 불쑥 옹색한 글을 폼 나지 않게 허겁지겁 올림은 그저 아비된 자로서의 괴로움 때문이니 친우들을 나를 너무 허물치 말라"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름이 아니라 내 고양이들 레오와 슈라가 갈 곳을 정하지 못하여 그다지 맘 편하지 않은 곳에 피신시킨 지가 벌써 개월 수를 넘겼다"라며 "임자들은 대략 알다시피 자식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흐릿하던 시절 이전부터 자식처럼, 혹 자식 대신 길러온 아이들"이라고 고양이들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신해철은 "구차한 이야기는 더 하지 않거니와, 누가 목에 칼을 대고 내 놓으라 해도 눈 하나 깜박 안 할 자신이 있건마는 딸아이가 어릴 적 기관지가 약해 목숨이 왔다 갔다 한 내 유전자를 받아 몹시 아팠다"며 "그 원인이 고양이들의 털 때문이라 하는 것이 확실해진 다음에도 고양이를 몹시 사랑하는 딸아이를 치료해가며 호전되기를 기원했으나, 딸아이가 매일 치료 장치를 입에 대고 살게 되자 도무지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다"며 고양이들을 내놓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아무려면 못난 아비보다 더 좋은 누군가를 못 구하랴' 하였으나 일이 여의치를 않게 되어간다"며 "행여나 동정심에 아이들을 맡을 생각은 꿈에도 말아 달라. 딱한 짐승들을 긍휼히 여김이 어찌 못된 것이겠냐 마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그런 마음가짐만으로 식구가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신해철은 "상황이 다급해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에겐 미안하나 보내지 않는다"며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다년간 접해 본 유경험자일 것, 현재 기르고 있는 고양이가 없어야 할 것, 고양이들의 자연적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보살필 수 있어야 할 것, 두 마리를 함께 데려가야 할 것 등이다.

이어 그는 "데려간 다음부터는 남의 자식이니 시시콜콜히 따져들 염치도 없고 사진 보내 달라 따위 귀찮은 소리도 일절 안할 것"이라며 "그저 잘 지내는 대로 행여 탈나는 대로 안부만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덧붙여 고양이들의 안부는 알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신해철은 "아이들을 데려간 다음 뭔가 말이 바뀌거나 아이들에게 위해를 가할 시는 반드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척살하고 사돈의 팔촌까지 보복을 가할 것"이라며 "'아이들 건사도 못하여 사발통문 돌리는 놈이 큰소리까지 친다' 비웃는 것은 뜻대로들 하여도 좋으나 단지 어지간한 결심으로 쉽게 나서지는 말 지어다"라고 신중히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신해철은 "이 글을 읽는 분이 딱히 당사자가 아닌듯 하면 그저 주위에 한 두 사람이라도 수소문이라도 하여주면 여러분 모두에게 이미 글러먹은 체면이고 지랄이고 다 던지고 그저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리오. 결심이 드신 고마우신 분은 연락주시오"라며 메일주소를 남겨 글을 끝맺었다.

신해철은 고양이 사랑이 묻어나는 글을 구구 절절히 적어 특유의 재치를 보여줬다. 과연 고양이들에 대한 사랑과 애교어린 협박이 뒤범벅된 이글을 보고 선뜻 분양을 받겠다는 사람이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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