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하 "섹스계의 호날두? 목소리 큰것만 닮았다"(인터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12.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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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유하 ⓒ임성균 기자 tjdrbs23@


"섹스계의 호날두~!"

영화 '쩨쩨한 로맨스'를 본 관객이라면 잊을 수 없는 대사다. 극중 다림(최강희 분)은 정배(이선균 분)의 "상식적으로 어떻게 3시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다. 실전 경험은 없으나 무수한 간접경험과 말발하나로 버티는 하룻강아지 섹스 칼럼니스트다운 대답이다.


극중 다림이 구상한 만화 캐릭터 한종수는 실은 그녀의 쌍둥이 동생이 그 모델이다. 번듯한 직장과 훤칠한 외모, 식스 팩 복근에 끊이지 않는 염문까지. 한종수로 분한 배우 송유하의 모습은 젊은 여성들이 꿈꾸는 '신세대 짐승남'의 모습 그대로다. 덕분에 송유하는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송유하는 자신은 한종수처럼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주어진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했을 뿐이라고 했다. 워낙 센 캐릭터라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는 것 같다고. 다만 욱하는 성격이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실제 본인과도 닮은 점이란다.

"친누나가 영화를 보고 와서 '다른 건 몰라도 소리 지르는 건 평소 나한테 하는 거랑 똑같네'라고 하더라구요. 뭐 저랑 많이 닮은 것 같지는 않아요. 실제 저는 그렇게 여자를 좋아하지 않구요.(웃음) 여러 여자를 만나는 것도 힘들고 피곤하거든요. 그냥 감독님이 쓰신 캐릭터를 잘 표현해보려고 노력한 건데 좋게들 봐주셨다면 감사하죠."


기약 없이 때를 기다리던 송유하에게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원래 한종수 역에 캐스팅됐던 배우의 출연이 스케줄상의 이유로 무산되면서 크랭크 인을 4주 앞두고 오디션이 열린 것.

"우연히 오디션 정보를 알게 되서 오디션을 보고 감독님과 미팅을 가졌죠. 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제가 미팅 때 좀 울컥 했었나 봐요. 제가 모르고 지나치는 오디션 정보도 많고 생활은 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연기를 계속 해야 하는 걸까 하는 불안함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런 게 저도 모르게 은연중에 드러났었나 봐요. 감독님께서 그런 절실함을 봐주신 것 같고, 저한테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됐죠."

과연 그는 사무실 파티션 설치부터 이삿짐을 나르는 일까지 궂은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고 버텨왔다. 생활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점 외에도 어느덧 작업 현장에 대한 애정이 생겨버린 것 같다고. 어려움 속에서도 수업을 받아가며 연기에 대한 꿈을 놓지 않는 이유 또한 영화 현장의 매력 때문이란다.

"22살 때부터 CF모델 쪽으로 활동을 했었어요. 2년 정도 하다가 좋은 기회가 왔었는데 연기를 너무 못해서 아쉽게 놓치게 됐죠. 나이도 차고 해서 군대에 갔다가 전역하자마자 워크샵 형식으로 작은 연극을 하게 됐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 뒤에도 사실 연기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시기가 있었는데 작년에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 하는구나'하는 확신을 갖게 됐죠. 열악한 독립영화 촬영 현장인데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영화 현장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송유하는 첫 상업 영화임에도 촬영 순간에 많은 부분을 더하고 덜며 한종수 캐릭터를 완성시켜갔다. '쩨쩨한 로맨스'로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한 김정훈 감독 또한 그런 그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내기 위한 감독의 배려였던 것 같단다.

"대부분의 장면들에서 감독님과 이야기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런 디테일은 제가 그냥 '종수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하는 느낌대로 연기했죠. 극중에 강희 누나가 복도 앞에서 열쇠가 없을 때 옆에서 밀어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 감독님은 강희 누나한테는 열쇠구멍을 가려버리라고 하시고 저한테는 그런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그냥 종수 캐릭터의 느낌대로 제가 밀쳐 버린 거죠. 제가 강희 누나와 통화를 할 때 "야, 너 그게 얼만데 그 돈이 없어, 한 10만 원 하냐?"하는 대사에서도 "10만 원 하냐?"하는 부분은 애드리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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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유하 ⓒ임성균 기자 tjdrbs23@


올해로 서른 하나. 첫 상업 영화를 찍은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늦은 데뷔다. 늦은 데뷔에 대한 부담과 아쉬움은 없을까. 30대에 접어들어서야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기분은 어떨까.

"물론 나이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그동안 많이 배웠고 연기에 대한 확신도 얻었으니까요. 어릴 때 잘됐으면 지금보다 연기도 못 했을 것 같고, 군대도 안 갔을지 모르고, 시야도 지금보단 좁지 않을까요? 사실 스물 아홉에서 서른이 되려고 할 때는 아무 것도 해 놓은 게 없다는 생각에 우울하기도 했고 연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았어요. 그러다가 막상 서른이 되니까 아무것도 아니더라구요. 나이 서른, 남자는 이제 시작이죠 뭐.(웃음)"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송유하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2010년 목표였던 '상업영화 한 편 찍기'를 이뤘으니 이제는 영화판에서 계속 연기를 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감히 엄두도 못 낼 캐릭터가 아닌 바에야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다는 그는 모처럼 만의 기회에 대한 걱정과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연치 않게 좋은 기회가 되서 화제가 되다보니 주위 분들께서 이번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저도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초조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좋은 작품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거나 함께 일할 회사가 생긴다거나 하는 식으로 좋은 쪽으로 기회를 잘 살려야겠죠.

이병헌처럼 연기력은 물론 특유의 분위기와 포스를 발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송유하. 엄습하는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도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그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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