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개장수' 김윤석, '황해'에 대해 말하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12.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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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김윤석이 '연변 개장수'로 돌아왔다. 22일 개봉한 영화 '황해'에서 김윤석은 중국 연변에서 악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인물로 출연한다. 개장수이자 밀입국 브로커이며 현지 조폭들의 두목이다. 하정우에 한국으로 살인을 의뢰하며 돈 때문에 다시 그를 죽이려 하는 면가 역이다.

김윤석은 '황해'에서 도끼와 칼에, 뼈다귀라는 인상 깊은 무기까지 휘두르며 살육을 저지른다. 그는 '바스커빌가의 개'처럼 인광을 뿌리는 가하면 연변판 '대부'처럼 폭력배를 카리스마로 아우른다.


나홍진 감독, 하정우와 '추격자' 이후 다시 한 번 힘을 모은 김윤석은 그렇게 괴물처럼 돌아왔다. 그는 '황해'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1년 동안 '황해'를 찍었는데.

▶마지막까지 정신 없었다. 나홍진 감독은 기자시사회(20일) 새벽까지 일일이 관을 돌아다니며 음향을 조절했다. 관마다 음향이 조금씩 달라서 최선의 음질을 찾으려 한 것이다. 지독하지. 감독이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지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체이싱 장면이 압권이었는데.

▶부산영화제 이후 부산에서 찍었는데 3일 동안 그 장면을 완성했다. 트레일러가 넘어지는 장면은 평택에서 테스트를 하고 찍었고. 다들 미치고 난리였다. 미치지 않으면 찍을 수 없었고.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나홍진 감독은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나홍진 아니면 누가 이 영화를 찍을 수 있겠나.

-촬영장에서 워낙 괴이한 소문이 돌았는데.

▶진짜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 나랑 나홍진 감독, 하정우는 형 동생이다. 누가 그런 소문을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김윤석도 공항 촬영 장면에서 사진 찍는 팬을 직접 막은 적이 있다던데.

▶기억난다. 알다시피 공항 촬영은 쉽지 않다. 빨리 끝내줘야 하고. 그런데 촬영하는데 계속 플래시를 터뜨리면서 사진을 찍는 게 아닌가. 연출부들이 계속 제지했는데도 그러길래 내가 나서서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이런 당연한 것들도 소문을 거치면 악성루머로 바뀌니. 그래서 사람들이 말을 조심해야 한다.

-영화 결말을 쉽게 이해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에는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두 명 등장한다. 그게 힌트다. 그래서 두 번 봐야 한다.(웃음)

-'추격자'가 서영희가 죽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입된다면 '황해'는 거리두기가 느껴지는데.

▶그게 관객과 타협 하지 않은 지점이다. 나홍진 감독이 '황해'는 훔쳐보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하더라. 싸움구경,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지 않나. 그러다가 어느새 자신이 구남(하정우)이 돼 있다고 느끼는...

-조선족을 너무 어둡게 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추격자'로 칸에 갔을 때 어느 외국 기자가 그러더라. 너희 나라는 그렇게 무섭냐고. 그래서 너네는 연쇄살인범 없고, 경찰 좋아하냐고 되물었더니 아무말 못하더라. 이 영화는 우리나라 수많은 영화 중 한 편일 뿐이라고 했다. '황해'도 마찬가지 아니냐.

-'올드보이'의 장도리를 잇는 새로운 무기가 등장한다. 뼈다귀로 사람을 죽이는데 과연 무슨 뼈냐는 궁금증이 생기던데. 개장수인 걸 보면 개뼈다귀여야 할테고.

▶족발이다. 개 뼈다귀로 찍어야 했는데 한국에서 숨어 지내는데 그런 개를 구해 먹을 수는 없으니깐. 설정 상 개뼈다귀라고 해도 무방하긴 하다. 아, 그립감이 좋으니깐 휘두르는 맛이 나더라.(웃음) 뭐, 실제로 개를 즐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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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밀입국 브로커며 연변 조폭 브로커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선족의 뿌리부터 시작했다. 전라도와 경상도, 함경도에서 넘어온 많은 조선족이 있는데 난 함경도 출신이라고 설정했다. 고구려스럽게 대륙 기질이 넘치는. 그래서 거칠면서 작은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

-'황해' 시작할 때만 해도 '추격자'에서 하정우에 진 빚을 갚겠다고 했는데. 강렬한 인상은 '타짜' 때 아귀 못지않은데.

▶주어진 역할은 따먹어야죠.(웃음) 살을 찌워야 할 것 같아서 10㎏ 정도 불렸다. 이제는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고 있고. 나홍진 감독이 적절하게 배치한 것 같다. 그리고 면가는 잘못한 게 없다.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해치지도 않는다. 하정우가 킬러로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으니깐 내가 나선거지. 껄껄.

-'추격자'보다 서술 방식이나 이야기가 더 큰데.

▶나나 나홍진 감독이나 하정우는 언제나 가내 수공업으로 시작한다. 하나하나 한국식으로 맞춰가면서 더디게 만들어냈다. 카체이싱도 우리는 세트장에서 찍었고, 감독은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조명을 일일이 맞출 수 없어서 필름이 아닌 HD카메라로 찍었고. 내가 연변에서 입은 바지는 50년된 바지다. 의상팀이 어떻게든 구해왔다. 여러 사람이 고생하면서 한땀 한땀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감독 버전이 나올 수 있을까.

▶DVD로는 나올 수도 있겠지. 상영 버전은 2시간37분이지만 감독 버전은 원래 3시간 30분이었으니깐.

-'대부'처럼 '황해 2편이 만들어진다면 면가의 과거를 소개하면 어떨까란 궁금증도 들던데.

▶그럼 송새벽이 하면 좋지 않을까.(웃음) 연우무대 후배인데 아, 잘 할 것 같다.

-차기작으로 '완득이'를 찍는데 최동훈 감독 작품도 함께 하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마카오는 함께 다녀왔다. 어떤 그림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긴 했다.

-왜 제목이 서해가 아니라 황해일 것 같은가.

▶나홍진 감독이 이야기할 문제이긴 한데 네 번째 챕터 제목이 '황해'이지 않나. 제목이 좀 그렇다고 했더니 나 감독이 그럼 '아싸리판'이 어떨까요'라고 하더라. 뿌연 느낌, 황폐한 정서,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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