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턱시도 입고 후배들 축하해준 '격한 의리'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11.01.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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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건 사회에서건 1등을 하는 거,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1등을 쭉 유지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배부른 고민으로 들리겠지만, 1등만의 고충이 또 있는 것 같다.

이건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기, 노래, 진행, 코미디 등등 각 분야의 연예인들이라면 이건 누구나 겪는 문제다. 그 분야에서 1등을 한다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계속 1인자 자리를 고수한다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임을 말이다.


그래서 이번 KBS 연예대상의 대상을 당당히 거머쥔 이경규의 수상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단순히 ‘대상 수상’이라는 명예뿐만 아니라 ‘이경규의 부활’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때 코미디계, MC계에서 굳건한 왕좌를 지켰지만,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들 덕(?)에 한동안 주춤했던 게 솔직히 사실이었지 않은가. 이를 증명하듯 수년간 각종 시상식의 상들은 후배들 몫이었다.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몇 년 전이던가, MBC연예대상에서였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수상은 하지 못했고, 당시 여러가지 상황상 방송중에도 그가 수상하지 못할 거란 걸 다 직감하는 자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수상 후보자들 사이에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고 나왔고, MC의 짓궂은 질문에 ‘나는 의리를 지킨다... 후배들 상 받는 거 축하해주러 왔다...’ 라며 특유의 웃음으로 대답했던 일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 때 느꼈던 것은 ‘참 좋은 선배구나. 역시 이경규’라는 생각이었다. 여러분들도 다 아시지 않는가. 시상식에 얼굴을 비춘 사람은 우수상, 최우수상, 인기상 뭐 이런 이름의 상뿐만 아니라, 온갖 이름을 붙인 상을 하나씩은 다 받아가는 거 말이다. 그래서, 시상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상을 한두개씩 다 받다보면 나중에 최우수상, 대상은 누구겠거니 좀 뻔히 보이지 않는가. 그랬기 때문에 후보에도 없는 이경규가 그렇게 당당하게 앉아서 축하해주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떤 직업이든 그렇겠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대중에게 얼굴을 보이기 때문에 오르막, 내리막이라는 것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저 사람이 1인자네, 아니네 하는 평가들이 너무나 쉽게 따라다니기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그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일에서건, 열정에서건, 후배들을 태하는 태도에서건 말이다. 특히 일에서의 열정의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가 정상에 있을 때나 약간 주춤했을 때나 똑같이 자신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제작진들과 자주 회의하는 걸로 유명했다. 더욱 더 놀라운 건 시청률로 프로그램 당락이 결정되는 공중파 방송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청률에 자유롭고 일정 기간 동안 하기로 계약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도 늘 그랬다는 점이다.

어디 이뿐인가. 평소 애주가로 소문난 그이건만, 해외 촬영 등을 가서 촬영이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자기 관리 또한 철저했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스태프가 다른 사람들이 다 술자리에 갈 때에 왜 끼지 않냐고 질문했더니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술 마시고 다음 날 혹시라도 일에 지장을 줄까봐 절대 안 마시는 거지. 촬영이 잘 안되면 괜히 술 마신 내가 컨디션이 나빠서 그런 것 같아 스태프들한테 미안해지고 또 아무리 해외라도 술 마시는 모습을 한국인들이 봤을 때 '해외 촬영와선 술 마시고 신나게 놀더라’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끄럽고... 그래서 친구, 가족 외엔 절대 술마시지 않는거야”라고 말이다.

이렇게 언제 어느 자리에서건 그의 이런 프로다운 자기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당당히 부활할 수 있었으리라. 정상의 자리를 되찾는다는 건 단순히 운으로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번 그의 대상 수상은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아마 이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많은 후배들 역시 그의 수상에 감격하는 게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하얀 눈밭에 내가 디딘 발자국이 후배들을 인도할 수 있는 길이 됐으면 한다. 무소의 뿔처럼 달려가겠다’라고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말했던 이경규, 이미 그는 멋진 대선배가 아닐까 싶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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