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유다인 "독립영화, 더많은 관객 만나길"(인터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1.02.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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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다인 ⓒ류승희 인턴기자 grsh15@


혜화를 만났다. 배우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어느덧 데뷔 6년차에 이른 배우 유다인의 이야기다.

2005년 SBS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그녀는 그간 KBS 1TV 드라마 '청춘예찬', 영화 '멘데이트' 등에 출연작했으나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선배, 나 열나는 것 같애"라는 대사의 커피 광고 정도가 화제가 됐을 뿐, 유다인은 대중의 관심에서 늘 한 발짝 비켜나 있었다.


영화 '혜화, 동'은 그런 유다인에게 도약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버려지고 상처 입은 혜화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흔들림 없이 표현해낸 그녀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출연이 결정된 '의뢰인'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의 출연을 제의 받고 있다.

유다인은 '혜화,동'의 출연에 대해 "운명적인 이끌림이 있었다"고 했다. 혜화의 마음을 충실히 쫓는 영화의 시나리오와 "코드가 맞는 것 같던" 민용근 감독의 존재, 그리고 그녀를 있는 그대로의 혜화로 만들어준 현장의 분위기가 그랬다.

"영화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영화도 사람이 만드는 거잖아요. 영화를 찍는 동안 현장에서 여배우라서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뭔가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고 귀한 사람이 된 것 같았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 이 같은 인정욕은 유다인이 연기를 업으로 삼게 된 계기와도 멀지 않았다. 학교 연극 공연장을 찾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어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는 그녀다.

"연극영화과다보니 매 학기 작품을 준비해야 했는데 마지막 연극 때 부모님이 오셨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굉장히 무뚝뚝한 분이신데 무대가 끝나고 나서 말없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시는 게 보이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느낌이었어요. 가장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인정받은 거였으니까요."

'혜화,동'이라는 제목처럼 극중 18살에 미혼모가 된 혜화는 스물 셋 겨울날(冬)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아이(童)가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흔들린다(動). '청춘예찬' 이후 1년을 쉰 유다인에게 상처를 묻고 살아가는 씩씩하게 살아가는 혜화는 자신과 같아서(同) 더 간절한 역할이었다.

"일이 없어서 한동안 쉬어야했던 적이 있어요. 당시엔 힘들었지만 그 기간들이 있어서 좀 더 깊이 있는 표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힘들 때면 집에서 가까운 남한산성에 자주 올라가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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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다인 ⓒ류승희 인턴기자 grsh15@


"혜화처럼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는 그녀는 클로즈업 된 표정과 몸짓, 세심한 시선처리 등으로 다층적인 혜화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구구절절한 일련의 상황들보다는 그러한 상황에서 오는 감정과 반응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물론 혜화가 처해있는 과거의 상황들이 분명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죠. 하지만 저는 혜화가 느끼는 감정들은 정도의 차이일 뿐일 뿐 우리가 살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늘 '너무 애쓰지 말고 느끼는 대로 반응하자'라고 되뇌곤 했어요."

동갑내기 상대배우 유연석과의 호흡은 좋은 자극이 됐다. "이미 시작부터 너무 한수였던" 유연석을 보며 살짝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감독님께서 먼저 캐스팅된 제게 한수 오디션 테이프를 보여주신 적이 있어요. 몇 초도 안되서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죠. 머뭇거리는 움직임이나 말투, 시선…. 제가 생각했던 한수가 거기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스태프 분들도 전부 만장일치로 '얘가 한수다'라고 하시더라구요. 긍정적인 자극이 된 것 같아요. '얘랑 맞춰갈려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유다인은 처음으로 출연한 독립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혜화,동'의 경우 25개관에서 상영돼 독립영화로서는 비교적 많은 관객과 만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관객이 독립영화를 접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보다 많은 곳에서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길 바란다는 설명이다.

"제가 독립영화에 대해서 잘 모를 때에는 저도 막연히 '지루할거야' '어려울거야'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정말 좋은 영화가 많고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가 많거든요. 지금은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지만 좀 더 많은 분들이, 좀 더 다양한 영화를, 좀 더 쉽게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독립영화가 발견한 배우 유다인. 데뷔 6년차에 이르러 혜화라는 꼭 맞는 옷을 입은 그녀는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며 마침내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 앞에 섰다. '혜화,동'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새로이 다진 그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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