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는 임권택 감독이 '거장'인 이유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3.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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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희 인턴기자 grsh15@


감독 임권택(75). 1962 '두만강아 잘 있거라'부터 개봉을 앞둔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까지, 무려 101편의 영화를 연출한 그는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요, 영원한 현역이다.

'씨받이'로 강수연에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으며,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을 굳이 거론할 필요가 있을까. 판소리와 고전, 그림과 한지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관심과 깊은 교감, 심오한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하지 않더라도 그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임을 누구나 안다.


임권택 감독의 곁에 있던 이들은 어땠을까? '달빛 길어올리기'를 앞두고 임권택 감독과 함께했던, 혹은 그를 지켜봤던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과연 언제 그가 거장임을 실감했는지, 혹은 왜 그를 거장이라 생각하는지.

◆강수연 배우

'달빛 길어올리기'는 감독님의 첫 디지털 영화였다. 저 경륜에도 자기를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시고, 늘 공부하시고, 현장에서도 매 순간 즐거워하신다. 그래서 거장이라고 하는구나 생각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내가 아는 어떤 감독보다 본인에게 의심이 많다. 세상에 그냥 나오는 건 없는 것 같다.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으신다. 새벽 4시 이전에 주무시는 걸 못 봤다. 촬영 서너 시간 전에는 꼭 나와서 뭔가를 읽고 계신다. 그것도 매일!


사모님(아내 채령)이 언젠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 감독님 낮잠 자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고. 낮에 잠깐 눈을 붙이실 때도 침대에 눕지 않고 의자에서 웅크려 주무신단다. 10분이라도 편안하게 자라고 하면 감독님이 그러신단다. 너무 편안하면 나태해질까봐 그러시는 거라고. 그 이야기가 송곳처럼 들렸다.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100편 넘는 영화를 만드신 거장이시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부드러우시고 늘 겸손하시다. 그러나 매 순간 번득이는 날카로움이 있다. 말 그대로 촌철살인.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뭔가 적당히 넘어가시지 않을까, 무디지 않으실까 한 적도 있었지만, 단 한 마디도 허투루 넘어가시는 법이 없다. 늘 날카롭고 정확하게 말씀하신다.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짧은 순간 촌철살인과 같이 날선 말씀을 남기시는 걸 보며 늘 놀란다. 인터뷰 하던 기자를 혼내시는 경우까지 있다.

◆박정규 MBC '황금어장' PD

사전 인터뷰를 갔을 때도 그렇고, 스튜디오 녹화 할 때도 그랬다.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셔서 깜짝 놀랐다. 그 눈이 살아있는 것이 보였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또 생각과 의지가 있다는 것이 그 눈빛에서 드러났다. 여전히 뭔가를 하고 싶어하고 뭔가를 이루고 싶어하시는 마음, 영화 한 편 한 편에 대한 욕심과 욕망이 느껴진달까. 사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 쉰만 넘어도 마찬가지다. 그 연세에도 어린아이처럼 살아있는 눈망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았다.

◆전찬일 영화평론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주목받기 시작한 '만다라' 이후 30년 이상 영화를 만들면서 상업영화든 비상업영화든 상업적으로 성공했든 그렇지 않든 일정 수준 이상의 고른 행보를 보인 것은 주목할만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작가주의 노선 또한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지고 있다. 50∼60대 많은 감독들이 개점 휴업상태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큰 미덕이다. 예술가의 길에 대한 성찰 속에서도 주변을 돌아보는 점은 주변의 많은 영화인들이 그와 함께하려 하는 주요 이유일 것이다.

톱 중의 톱, 세계 최고 수준 영화를 과연 만들었느냐는 의문은 있을지언정 그가 90년대 후반부터 2000대에 이르러서도 세계영화계에 한국영화를 알린 일등 공신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거장이라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다.

◆권현상 배우, 아들

연세로만 치자면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많은 아버지셨고, 또 영화계의 거장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몸가짐이 조심스러웠다.

그 사실을 비로소 체감한 것은 영화 현장에서였다. '달빛 길어올리기' 현장에는 시나리오가 없었다. 매일매일 다음 시나리오가 나왔다. 어려서 지켜봤던 '하류인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나리오가 따로 없었지만 낮에는 영화를 찍으시고 밤에는 시나리오를 쓰시고 다시 촬영을 하시길 계속하셨다. 하지만 어디에도 어긋남이 없었다. 세세한 모든 것을 챙겨야 하는 와중에도 영화 전체를 꿰뚫어보고 계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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