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로드매니저 희귀시대..외국인노동자 오나

길혜성 기자 / 입력 : 2011.04.0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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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로드 매니저 지금도 계속 일 하니?"

요즘 가요 관계자들이 넋두리처럼 자주 털어 놓는 말이다. 자신의 가수가 신곡을 낼 때 마다 꼭 히트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가요 제작자 및 관계자들. 이들은 최근 들어 고민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현장에서 가수를 돌보는 로드 매니저 구하기가 너무도 어려워졌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H.O.T와 god의 일을 직접 본 매니저 출신의 20여 년 경력 가요 제작자 정해익 해피홀릭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최근 스타뉴스에 "로드 매니저는 가장 앞에서 뛰는 선봉대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라며 "현장을 직접 뛰기 때문에 가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중요할 역할도 맡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요즘에는 로드 매니저 구하기가 정말 하늘에 별따기다"라며 "설령 구했다 하더라도 1, 2달 정도도 못 버티고 그만 두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담이 아니라, 이젠 정말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똑똑한 외국인 노동자를 로드 매니저로 구할까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럼 왜 이렇게 로드 매니저 섭외가 어려워졌을까. 이는 로드 매니저의 위치와 역할을 알아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로드 매니저는 가요 기획사의 막내들이 담당한다. 운전을 해 가수들을 스케줄 현장까지 데려다 준다. 현장에서 가수들의 안전은 물론 일거수일투족까지 챙긴다. 또한 무대에서 가수가 최고의 기분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기 위해, 현장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애쓴다. 이렇듯 로드 매니저는 군대로 따지면 이등병으로서, 가요 현장에서 쉴 새 없이 뛴다.

바로 이 점들 때문에 로드 매니저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는 게, 가요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더욱 깊이 들어가면,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과 근성의 부족이 로드 매니저 희귀 현상에 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최대 가요 기획사 중 한 곳의 실장은 "로드 매니저를 3, 4년 정도 하면 가수들의 방송사 출연 및 언론사 스케줄을 조정하는 팀장이 되고, 그 뒤 또 4년 정도 지나면 여러 기획을 하고 스케줄도 확정 짓는 실장이 되는 게 보통"이라며 "가요에 대한 사랑도 있고 미래에 대한 꿈도 있었기에, 우리 때는 향후를 보고 로드 매니저 일을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요즘 로드 매니저들은 연예계에 대한 환상만을 갖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고 힘들고 혼나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불과 한 달도 못 버티고 회사를 나가는 사례도 잦다"라며 "요즘 또래의 실장 및 선배 제작자들을 만나면 '똑 바른 로드 매니저 한 명 구하기가 가수 한 명 키우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자주 한다"라고 말했다.

가요계가 이처럼 로드 매니저 구인난에 빠지면서, 이젠 팀장이나 실장급들이 예전으로 돌아가 직접 운전을 하고 가수들을 현장에 데려다 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야흐로 로드 매니저가 정말 귀한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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