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 김범수 "나에게 나가수란…"

"연예인 3개월차라 생각, 바쁘고 힘들지만 행복·눈물도"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1.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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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범수 <사진제공=폴라리스>
"신기하고 어리둥절하죠. 제 이름 앞에 '비쥬얼 가수'니 '대세'라는 말이 붙으니 실감이 나지 않아요. 연예인 3개월 차 가수 김범수 입니다. 하하."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김범수가 최근 느낀 변화다. 가요계의 대표적인 보컬리스트로 주목받은 그가 가죽 재킷을 입고 멋진 퍼포먼스를, 우스꽝스런 추임새로 신나는 춤사위를 펼쳤다. 본인은 물론 팬들에게도 낯선 모습의 연속이다. 하지만 요즘 그를 보고 있는 대중은 즐겁기만 하다.


그동안 김범수는 가요계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로만 인식되어왔다. '하루'란 곡을 부르며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한 그는 '보고 싶다'로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서정적인 분위기에 차곡차곡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를 쌓아온 그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확 모습을 바꿨다. 다양한 음악적 실험으로 매주 성장하는 김범수의 요즘 일상이다.

데뷔 12년 만에 큰 인기, 그야말로 제2의 전성기다. "다시 신인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한 긴장감을 느낀다"는 그가 이번에는 진실한 마음을 담은 새 음반을 내밀었다.

공감어린 노랫말도 한 음 한 음의 멜로디 전개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인 것이 없다. '인간 김범수'의 가슴 아픈 옛 사랑의 이야기가 노래로 풀이됐다. 자신만의 시와 노래로 가득 채웠기에 값싼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간직되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가수 김범수와 마주 앉았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대세라는 단어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기분 좋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현실이 아니라 꿈일 수도 있단 생각도 들었다. 현재 내 자신이 너무 행복하긴 하기 때문에 살짝 불안도 하다. 12년을 활동했지만 요즘엔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갑작스런 관심에 변화가 있다면?

▶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옷, 우유 등을 사러 갈 때도 차려입게 되고 주위 관심을 의식하게 되더라. 또 무대에 서는 각오도 달라지게 됐다. 청중평가단 앞에 서는 게 익숙해져서인지 모두 청중평가단 같다. 신인 때로 돌아간 듯 행복한 긴장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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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범수 <사진제공=폴라리스>
- 순위발표에 스트레스 받지 않나?

▶ 할 만큼 하지 않았나 싶다. 탈락한다 해도 '벌써'라고 생각되지 않을 것 같다.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내가 서야할 무대는 '나는 가수다' 뿐이 아니니깐 상관없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무대는 내게 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무대를 통해서 큰 인기를 받은 만큼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박정현, 윤도현, 그리고 저. 원년 멤버들의 부담이 가장 크다. 모두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지친 것 같더라. 편하게 하자고 다짐한 뒤 '님과 함께'를 불렀다.

- 지난 경연에서 '님과 함께'로 1위했는데.

▶ 기대를 전혀 안했다. 장렬히 전사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편곡이다. 앞으로의 무대는 일부러 너무 무리수를 둔다거나 힘을 주는 건 아닐 것 같다. 가수로서 해보고 싶었던 상상 속의 무대를 마음껏 펼치고 싶다. '님과 함께'가 그랬고, 조관우의 '늪'도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 헤비메탈 발라드를 참 좋아했다. R&B 무대도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 선보인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도 기억에 남는다.

- 최근 새 음반을 발표했다.

▶ 크게 변화를 시도하거나 자극적인 시도는 안했다. 처음 기획 단계가 다른 가수들과의 콜라보와 힘을 뺀 어쿠스틱 사운드를 추구하자였다. '나가수' 무대를 본 분들은 심심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음악에 있어서는 변화와 시도가 화려하거나 다채롭다고 생각한다. 멜로디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악기를 빼는 것도 작은 시도라고 본다. '나가수'를 겪었기에 앞으로는 다양한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

- 타이틀곡 '끝사랑'에 얽힌 사랑얘기를 해달라.

▶ 지금 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노래다. 언제나 사랑을 한 번 밖에 못해봤다 말하곤 한다. 첫사랑을 12년간 만나고 헤어진지는 오래됐다. 아직도 옛 사랑과의 이별에 대한 상처가 남아있는 듯하다. 첫사랑이 마치 끝사랑인냥 힘들어하는 내용이 담긴 노래다. 작사, 작곡가와 많은 얘기를 하고 내 얘기를 담아냈다. 노래하면서도 정말 많이 울었다. 이제는 정말 노래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사랑에 대한 회의감, 그런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솔직히 지금 가사 속 주인공처럼 헤매고 있다.

- '나가수'가 음악적 변화를 줬다 생각하나?

▶ 한국 가수들 중에 김건모 선배를 가장 좋아한다. 가수의 역량이나 실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장난치거나 자유롭지 않나. 저도 밝고 장난기가 많은 편인데 많이 숨겨왔다.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 작곡가 윤일상 씨와는 오랜만에 작업했다.

▶ '보고싶다' 이후에 처음으로 함께 작업했다. 가수에게는 궁합 같은 것이 있다.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였냐고 생각해 본다면 윤일상 씨가 머리 속에 크게 차지하더라. 작사가 윤사라, 작곡가 윤일상 씨와 만나서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인생이 반영되지 않으면 진짜 노래가 아니란 생각을 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제 얘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어느 때보다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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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범수 <사진제공=폴라리스>
- 방송 후 매번 차트 반응이 좋은데 예상했나?

▶ 사실 차트를 잘 보지 않는다. 앨범 내고 바로 차트에 오르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하. 순위에 연연하지 않지 않고 싶은데 이번에는 순위에 관심이 가더라. 그래서 차트를 봤는데 내 신곡들이 다 상위권에 다 있더라. 정말 감동 받았다. 눈물 글썽거렸다. 순위가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어준다는 생각에 힘이 많이 난다고 생각한다. 바쁘고 힘들어도 보람 느낀다.

-'나가수', 정말 나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나?

▶ 처음엔 출연에 대해 많이 망설였지만 결국 개인적으로는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방송이 가져다주는 순위나 인기 눈에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인생, 그리고 음악관이 바뀌었다. 항상 예능 프로 안 나가려고 했다. 그래서 반쪽짜리 활동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예능 프라임 타임에 나가보니 많이 느꼈다. 내 음악을 조금 더 알려드릴 수 있다면 예능도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출연했던데.

▶ '나가수' 이후 생긴 변화 중 하나다. 립싱크 상당히 어색하더라. 하하. 솔직히 비쥬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엔 외모 때문에 가수 활동하면서 위축이 되곤 했는데 주위에서 장난이더라도 '비쥬얼 때문에 음악이 안된다'고들 말 해주시니깐 그냥 자신감이 생기더라. 앨범 재킷 사진에서도 처음으로 안경도 벗고 사진 찍고, 이번에는 정말 자유롭게 원 없이 찍어봤다.

-'나가수'에서 아직도 불만이 있다면?

▶ 제가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긴 하지만 순위를 결정짓는 부분은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제가 젤 싫은 순간이 순위 발표할 때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문자로 통보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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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범수 <사진제공=폴라리스>
-'나가수' 동료 가수들과의 사이는 어떤가?

▶ '나가수' 초창기 멤버들과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끈끈함이 있다. 지금은 각자가 모두 바쁘고 그런데 지금도 연락은 참 자주 한다. 서로 안부도 묻고 잘 지낸다. 항상 공연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도 많이 한다. 그게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할 판이다.(웃음) '나가수' 통해서 레퍼토리가 크게 늘었다. 이제 앞으로 콘서트를 하게 되면 무엇을 불러드려야 할지 행복한 고민 할 것 같다.

- '나가수'에 출연하면서 크게 느낀 점은?

▶ 인간 김범수는 밝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다. '나가수'를 통해 조금은 그런 면들이 비춰진 것 같다. 앞으로도 인간 김범수를 여과 없이 비춰드렸으면 한다. 무대에서나 제 진짜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무대 위 에너지를 쏟고 한없이 행복한 무대를 보여드릴 거다.

'나가수'는 늘 태풍의 눈에 있었지 않나. 내부적으로는 별거 아닌데 밖에서는 루머가 나돌다 보니 말들이 많았다. 제 주위 가수들이 루머를 겪을 때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하지만 시간이 결국 약이더라. 김건모 선배가 최근에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겠다고 하더라. 다시 재도전 하러 들어가고 싶다는 농담도 한다.

- 음악 외에 관심사가 있다면?

▶ 자전거 타고 축구하고 등산하기를 좋아한다. 헬스처럼 땀이 흠뻑 젖는 운동도 즐기는 편이다. 여름이면 웨이크 보드도 즐기고 활동적이면서 다이나믹한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것들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 가수 김범수의 목표가 있다면?

▶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음악적인 영역이 넓어진 만큼 무대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김)건모 형처럼 무대 위 자유롭게 노래하고 싶다. 그런 가수로서의 변화를 스스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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