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를 보여주세요"…꿈 이룬 英소녀들

비공개 공연에 800여명 운집…8시30분부터 6시까지 '시위'

김동하 기자 / 입력 : 2011.06.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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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화장실도 없다. 식당도 없다. 심지어 샤이니 공연을 볼 수도 없다.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 앞에 모인 800명 넘는 팬들에게 희망은 오직 난생 처음으로 샤이니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뿐이었다. 일본EMI 주도로 {에스엠}과 함께 펼치는 '비공개 쇼케이스'였기 때문에 샤이니를 못 볼 수도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튜디오 앞을 거쳐 간 팬들을 포함하면 1000명은 족히 넘을 듯 했다. 오전에도 오후에도, 해가 내리 쬐어도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도 팬들은 "We want SHINee"(우리는 샤이니를 원해요)를 외쳤다. 샤이니를 보여달라는 일종의 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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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샤이니 멤버들의 이름을 적은 피켓은 물론이고, 얼굴사진, 태극기, 부채, SM타운 문양을 딴 깃발도 등장했다.


남성 그룹이어서 그런지 80%이상이 20세 전후의 소녀 팬들이었다. 남자 팬들과 30대 넘는 여성팬들도 꽤 섞여있었다. 무엇보다도 다민족 국가 영국의 팬들은 인종,종교,외모도 구분이 없었다. 백인 소녀들이 가장 많았지만 흑인 아시아계, 중동, 히잡을 쓴 이슬람계 팬들도 골고루 섞여 있었다.

런던 위 요크에서 3시간 30분이 넘게 기차를 타고 온 여대생 제니(사진)와 그의 친구는 엘르 UK잡지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샤이니 쇼케이스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제니는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고 샤이니에 관한 질문들에 대답하는 경쟁(Competition)을 통해 이번 쇼케이스를 관람하는 44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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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부터 요크셔에서 온 여대생 제니와 그의 친구


2시로 예정됐던 쇼케이스가 1시간 넘게 지연돼 끝난 후. 제니와 그의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탄식을 연발했다. 공연 후 소감을 묻자 정말 굉장했다는 의미의 "Absolutely amazing"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제니는 눈물을 닦으며 붉은 눈을 글썽인 뒤 "내 생애 이렇게 기뻤던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런던에 거주하는 여고생 타마나와 샘(사진)도 행운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녀들은 K-POP가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고 있었다. 유투브(YouTube)에서 처음 K-POP가수들을 봤다는 그녀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는 물론이고, '친구', '진짜'등의 한국말을 또박또박하고 적절하게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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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거주하는 여고생 타마라(왼쪽)와 샘(오른쪽)


무작정 "We want SHINee"(우리는 샤이니를 원해요)를 외친 1000여명의 영국팬들의 바람이 통했을까. 당초 팬들에게 인사할 계획이 없다던 샤이니가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에 양복으로 빼 입고 팬들 앞에 나타났다. 스튜디오 앞은 함성으로 그야말로 난리법석. 수백명의 영국 팬들은 난생 처음 본 한국인 남자가수들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눈물을 글썽였다.

당초 예상보다 늦게 공연이 끝났지만, 팬들은 갈 생각이 없었다. 고심 끝에 차에 탄 후 차가 빠져나가자 애비로드 스튜디오 앞은 아쉬운 함성과 함께 또 다시 "We want SHINee"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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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온 여대생 제인과 러시아 출신 밀라(가명)


그렇게 샤이니가 떠나갔지만 미국과 러시아에서 날아온 여대생 제인과 밀라(가명·사진)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녀들은 8시부터 6시 넘어서까지 그 자리에만 있었다고 한다. 공연을 본 소감을 묻자 똑같이 미소를 지며 말했다.

"샤이니를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영국에 또 오라고 말해주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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