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애니 두 주역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말하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8.1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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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 사상 첫 100만명 돌파를 이룬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왼쪽)와 오성윤 감독. ⓒ이명근 기자


'마당을 나온 암탉'(제작 명필름, 오돌또기)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11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성윤 감독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10일 4만 650명을 동원해 누적 100만 2238명을 기록했다. 지난 7월27일 개봉한 이래 15일만에 거둔 성과다. 이로써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썼다.


지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성적은 지난 2007년 디지털 복원판으로 개봉한 '로보트 태권브이'의 72만명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성과에 사회 각층의 반응은 뜨겁다. 11일 제작사 명필름을 찾았을 때 정병국 문화부장관의 축하난이 날라들었다. 아직 손익분기점(150만명)도 넘지 못한 작품에 이 같은 축하가 쏟아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 만큼 처지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두 주역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오성윤 감독을 만났다.

-100만 관객 돌파를 축하한다.


▶오성윤 감독(이하 오)=아직 기쁜지 잘 모르겠다. 워낙 중요한 작품인데다 손익 분기점을 넘어야 비로소 기쁠 것 같다. 그래야 한국 애니메이션에 재투자도 이뤄질 테니. 100만 돌파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보다 더 관객이 많은 든 게 무척 기뻤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리오'와 일본 애니메이션 '소년명탐정 코난' '도라에몽' 극장판 등과 개봉해 두 배 이상 스코어로 제쳤다)

▶심재명 대표(이하 심)=제작자로서 굉장히 기쁘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더욱 기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1000만 영화에 보내줬을 응원과 관심에 너무 감사하다. 역설적으로 그건 한국 애니메이션 상황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는 것은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관객층이 움직이는 저녁 시간대에도 상영됐다면 더 빨리 성과를 낼 수 있었을텐데.

▶심=극장측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렇게 보는구나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고 그래서 오전에 상영해야 한다는 편견이 아직까지 강력한 것 같다. 좀 더 상영횟차가 늘어나고 점유율을 유지해서 좀 더 많은 관객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50% 가까운 좌석점유율로 개봉 영화 중 1위를 차지했지만 '7광구' 등 블록버스터들에 밀려 오전 시간대만 상영되고 있다)

-개봉 전 호평은 쏟아졌지만 실제로 이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나. 사실 30억원을 쏟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블록버스터들이 넘쳐나는 여름 극장가에서 선전을 펼치기란 기적에 가까운데.

▶오=첫 작품이다보니 평은 좋지만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을까,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게 없지 않을까, 긴장을 많이 했다. 설사를 일주일 가까이 했다.

▶심=애니메이션이 처음이다 보니 30편 가까운 영화를 하면서 가장 긴장했다. 인지도나 선호도가 높아도 극장에서 반신반의를 했으니깐. '리오'가 더 잘 될 것이란 예상을 한 사람도 있었다. 작품은 좋아도 안될 것이란 말도 많았고. 더군다나 '해리포터' 같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가 워낙 많고, 100억 영화가 쏟아졌으니깐.

-2005년 명필름과 오돌또기가 손을 잡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명필름으로선 모험이었을테고, 오돌또기로선 기회였을텐데.

▶심='안녕 형아'와 '아이스케키' 등 가족영화를 만들면서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가졌다. 그러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이거다 싶었는데 오돌또기가 준비하고 있단 소리를 듣고 함께 하자고 했다.

▶오=원작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금방 의기투합했다.

-애니메이션이란 표현이 맞나, 영화란 표현이 맞나. 아님 만화영화인가.

▶오=영화라는 표현이 맞다. 영화들과 경쟁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렇게 접근을 했다. 그래서 영화사와 같이 준비했던 게 정답이라고 본다. 명필름과 같이 했기에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지금처럼 롯데시네마라는 메이저 배급사가 배급을 해줄 수 있었다.

-영화사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준비하는 게 정답이란 소리인가.

▶오=지금 상황으로선. 하지만 이 모델이 잘된다고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첫 째도 시나리오고, 둘째도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좋다면 명필름과도 다음 작품을 같이 할 수도 있다.

▶심=오돌또기랑 당장 같이 한다기보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도 생각하는 것도 있고

-좋은 사례가 되긴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을텐데.

▶심=성공적인 첫 사례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영화 투자사들은 선례가 없었기에 투자를 꺼려했다. 그 때 경기도 디지털 콘텐츠 진흥원과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지원을 해줬기에 작품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애니메이션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공적 지원이 더 많아야 할 것 같다.

-지금 추세라면 손익분기점 돌파도 머지않았다. 다만 이 작품이 잘 된다고 다른 애니메이션도 잘 될 수 있을까? '워낭소리'가 200만명을 넘어서 다큐멘터리 붐이 일었지만 그 이후 그런 작품은 없었는데.

▶오=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심=더 많은 작품들이 성공해야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쿵푸팬더2' 상황을 보면 시장이 기대를 해야 배급도 상영횟차도 관객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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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 사상 첫 100만명 돌파를 이룬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왼쪽)과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이명근 기자.


-가족관객을 겨냥했나, 아니면 가족 관객과 성인관객을 모두 겨냥했나.

▶오=둘 다다.

▶심=가족 관객을 겨냥하되 철저히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처럼 성인들도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노력했다. 아이가 부모에게 보여 달라고 조르는 영화가 아니라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영화가 되도록 했다. 워킹타이틀이나 픽사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니모를 찾아서' 같은 경우 스크립트까지 구해서 봤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고 거기서 승부가 난다고 봤다.

-철학적인 내용을 쉽게 풀긴 했지만 어린이 관객들에겐 결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른바 아이들이 고민하는 결말 논쟁도 있는데.

▶오=감독으로서 결말에 대해 아이들이 엄마에게 물어보는 현상이 아주 고무적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엄마와 아이가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 정말 흐뭇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자연스럽게 따르는 머천다이징 사업은 활발한 것 같진 않는데.

▶오=철저히 영화로 접근하고 영화가 잘되는 게 우선이었다.

▶심=OST와 책도 판매 성적이 좋다. 흥행이 더 되면 인형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흥행 성과다. 흥행이 돼야 머천다이징도 뒤따른다.

-중국에서 동시 개봉하는데. 애니메이션 종주국인 일본과 미국 개봉은 어떻게 되나.

▶심=MK픽쳐스 시절 중국과 같이 작업을 했다. '집결호' 같은 공동작업도 사례도 있었고. 그래서 '마당을 나온 암탉'은 기획부터 중국 개봉을 염두에 뒀다. 중국에서 20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수익은 5대5로 나눈다. 해외는 인도네시아와 터키에 팔렸다. 미국과 일본은 아직 한국 애니메이션을 낯설어 하더라. 국내 흥행이 잘 되면 그게 좋은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오=유럽에 관심이 더 많다. 이런 결말을 미국 관객이 좋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최종 성적은 얼마나 기대하나. 국내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은 '쿵푸팬더2'의 500만명인데.

▶오=국민 애니메이션이 됐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외국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기록을 깰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있다면 이런 성공들로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처럼 우수한 인력들을 한 데 모았으면 좋겠다. 우수한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있지만 외국 하청일만 하는 현실을 타파하고 있다.

▶심=30억원 규모의 중급 제작비 영화다. 200만명이란 수치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200만명을 동원할 수 있단 것을 입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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