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사마귀유치원 "풍자보단 재미가 우선"(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1.10.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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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유치원'팀. 박소영, 홍나영, 박성호, 정범균, 조지훈(왼쪽부터) ⓒ사진=최영재 인턴기자
"어른이 여러분 모두 모였나요? 빨리 크는 유치원 '사마귀유치원'이에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유치원'이 인기다. '어른이'들을 가르치겠다며 '딸랑 딸랑' 동요로 시작하는 이 코너는, 그러나 보고 있으면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하!'하게 된다.


'19세' 소영이와 나영이를 좌우로 세운 정범균은 유재석 판박이로 '어른이'들에게 미쳐 알고 있지 못했던 '어른들만의 세계'를 시청자에게 전한다. 영어 'DOG'을 가르치며 '술 취한 아빠=DOG'라는 식이다.

동화선생님 '쌍칼' 조지훈은 이 코너의 '핫 스타'다. '심청전', '춘향전' 등 전래동화를 전하는 조지훈에게 심청이나 뺑덕어멈은 "이~뻐!"다.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한 춘향이의 모습을 조지훈은 이렇게 전한다. "쇄골이 이~뻐!".

진학상담선생님 '일수꾼' 최효종의 유머는 아프다. 그는 "경찰이 되고 싶다", "대기업에 가고 싶다"는 '19세' 소영이와 나영이의 바람에 대해 "전혀 어렵지 않다"라며 "수천대 1의 경쟁을 뚫고 1차부터 5차 면접까지 시험을 거친 뒤 지구대에 배치 받아 12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어 "30년간 일한 뒤 나라에서 주는 표창장, 종이 하나 받으면 된다"라고 넌지시 현실적 어려움을 전한다.

바른생활선생님 박성호는 동요로 '어른이'들에게 웃음을 안긴다. "예쁜 엄마와 닮지 않았다"는 나영이의 질문에 "압구정동 강승연 박사님을 찾아가면 된다"라며 "둥글게 둥글게 턱", "앞트임하고 전신 마취"를 율동에 맞춰 동요처럼 전한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내 유치원 놀이터에서 '사마귀유치원' 선생님들을 만났다. 인터뷰 장소인 놀이터는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들이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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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유치원'팀. 조지훈, 정범균, 박성호, 박소영, 홍나영(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최영재 인턴기자
'사마귀유치원' 아이디어는 '군인' 정범균의 머리에서 나왔다. 폐쇄된 사회 속에서 소통을 갈구하다 번뜻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군대 있을 때 쉬는 시간에 딱히 할 게 없어서 신문을 계속 봤거든요. 딱딱한 사회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죠. 그러다가 유치원 생각이 든 거예요. 아이들은 쉽게 얘기해야 알아듣잖아요. 어른들한테도 유치원식으로 얘기하면 많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지 않을까하다가 '사마귀유치원'이 나오게 됐죠."

정범균은 "휴가 때 최효종에게 얘기했더니 '재밌기는 한데 되겠냐'라고 고개를 저었다"라며 "(조)지훈이 형에게 말하니 재밌다고, 짜보자고 해서 시작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9일에 제대한 정범균은 이후 '선생님'들을 찾아 모으기 시작했고, 지금의 '사마귀 유치원' 선생님들이 탄생했다.

"지훈이 형하고 효종이는 하겠다고 했고, 노래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박성호 선배를 접촉하게 됐죠. 각자 선생님들이 등장하는 걸로 처음 콘셉트를 잡았는데 왠지 밋밋하더라고요. 귀여운 후배들을 찾다가 지금의 나영이 소영이까지 합세하게 됐죠."

박성호는 "하면 재미는 있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연구를 했다"라며 "그런데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고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남성인권보장위원회'코너를 비롯해 '꽃미남수사대'등 풍자적인 코너를 많이 해온 박성호는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 신인들이 풍자적인 것을 하는 것보다 눈에 익은 선배들이 하는 게 시청자나 대중들의 반감을 덜 사고 쉽게 다가온다. 신인들이 세상 비꼬는 걸 하면 당장 '건방지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이 이해해 주시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19세' 나영이와 소영이는 어떨까. 박소영은 25살, 홍나영은 21살이다.

"선배들이랑 함께 하면서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되고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했어요. 배우는 게 많죠. 선배들을 보면 왜 개그맨들이 똑똑하다는 소리들 많이 듣는지 알 거 같아요(박소영)."

"저는 이제 막 들어온 신인인데 이런 좋은 코너를 만나서 좋죠. 저도 좋은 신인으로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홍나영)."

'사마귀유치원'의 아이디어 제공자 정범균은 그러나, 고민이 많다. 박성호, 조지훈, 최효종 등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아직까지 자신의 캐릭터에 불안감이 많다.

"저는 아직까지 캐릭터를 못 잡았어요. 고민 중이죠. 결국 나는 무엇으로 웃길까. 저도 나왔으면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요. 정말 고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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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유치원'팀. 조지훈, 정범균, 박성호, 박소영, 홍나영(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최영재 인턴기자
'사마귀유치원'의 인기는 단연 '풍자성'.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선생님'들에 시청자는 환호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코미디가 '풍자'나 '시사'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부담스럽다. 개그는 일단 웃겨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시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것을 좋아해주시니까 저희 스스로 자연적으로 그런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을 하면 시청자나 관객들이 좋아해주실지 고민하는 거죠(박성호)."

박성호는 "모든 개그의 기본은 웃음"이라며 "시사적인 것이 소재가 되더라도 무조건 웃음을 드려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개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개그는 첫째가 웃음, 둘째도 웃음 그리고 셋째 정도가 메시지"라며 "메시지가 주가 될 수는 없다"라고 했다.

박성호는 '사마귀유치원'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 '사마귀유치원'은 더 다양한 삶 속에 일어나는 일을 어린 아이들의 시각으로 재미와 웃음을 더해서 보여드릴 것"이라며 "더 바짝 긴장해서 웃음을 전해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정범균 역시 "일단 재밌어야 한다"라며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정범균이 웃기는 날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조지훈은 "웃음을 드리는 게 먼저"라며 "시사적인 부분을 더 원하시는 분들고 있지만 첫째는 웃음이고, 그 다음은 메시지"라고 기대를 부탁했다.

그는 "'사마귀유치원'은 시사를 코미디로 포장하는 게 아니라 코미디라는 장르에 시사라는 소재가 쓰이는 것"이라며 "코미디는 코미디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정의하는 '사마귀유치원'은 무엇일까. 이구동성으로 '비빔밥'을 들었다.

"박성호는 묵은 장, 조지훈은 참기름, 최효종은 밥이죠. 나영이와 소영이는 새싹채소 구요. 정범균이요? 비빔밥을 담는 그릇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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