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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가 1898년 일간지 로로르에 발표한 공개서한이다.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만든 드레퓌스 간첩사건이 잘못됐다고 외친 지성의 목소리였다.
100여년이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서울, 10월26일. '나도 고발하라'는 유명인들의 목소리가 트위터를 가득 메웠다. 사회적인 이슈에 재갈을 물리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이 앞 다퉈 투표인증샷을 올렸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일반인이 단순한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가능하지만 투표 참여를 권유·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유도하려는 것으로 의도되거나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정당·단체는 불가하다"는 지침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선관위가 이른바 유명인 논란을 일으킨 것. 선관위에 따르면 유명인이 트위터에 인증샷과 함께 "투표를 하라"고 권유를 하면 선거법 위반이지만 "투표를 했다"라는 글을 남기면 이는 단순 정보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 아니다. 또 이미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을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제동은 자신의 트위터에 "저 투표 인증샷 올려도 되나요? 제가 요즘 별로 안 유명하잖아요. 흠흠. 만약 불법이라면 마스크 하고 안경 벗고 올릴게요. 그러면 못 알아보겠죠"라며 반발했다. '무한도전' 김태호PD는 "유명인 투표 독려 금지'..'유명인'..참 애매한 기준인데, 개콘 '애정남' 최효종씨가 급 깔끔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네요"라고 적었다.
사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투표를 하자는 목소리를 낸 연예인들 입을 다물게 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맞아 박진희, 김제동, 황보, 김창렬, 정종철, 슈주 희철, 2AM 조권 등 스타들은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려 투표를 독려했다. 스타들의 투표 인증샷은 젊은 층의 투표 참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인지, 투표 독려에 대한 음모론인지, 올해는 유명인 논란을 비롯해 다양한 시도들로 연예인들의 입조심(?)을 시키려 했다.
이효리는 25일 트위터에 "제 수준은 그저 여러분 투표하러 고고씽~ 이정도..아이고 민망 합니다"라며 "아니 근데 서울시민으로써 서울시장 뽑는 투표에 다 같이 참여하잔 뜻을 밝힌 것뿐인데 용기 있단 사람은 뭐고 또 욕하는 사람은 왜 인거죠? 그런 말 하면 안되는 건가요?"라고 적었다. 이는 이효리가 24일 트위터에 작가 이외수가 쓴 투표 독려글을 리트윗하자 비난하는 글이 쏟아진 데 대한 반문이었다.
박중훈 또한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감사히도 제 영화 중 천만명 관객이 봐주신 영화가 있습니다. 관객들이 천만을 채워주시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극장에 오셨다기보다는 그냥 그 영화가 좋아서 혼자 표 1장 사신 것이 그렇게 된 거예요"라며 "10월 26일도 그렇습니다. 그냥 오셔서 한 표 찍으시면 됩니다. 그러면 그 한 표가 그 후보에 천만표가 되니까요"라고 글을 올렸다. 박중훈은 자신의 이 글에 대해 "박중훈도 좌파"라고 다른 트위테리안이 글을 올리자 "좌파도 우파도 아닌 연기파가 되고 싶다"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선거 당일인 26일 밴드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가 트위터에 "저는 가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리고 제가 뭘 어쨌다고? 투표하자는 데 이미지 실추?"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한 트위테리안이 김윤아가 이날 오전 "인증샷을 올리고 싶지만 현실은 경기도민"이라고 트위터에 적자 "가수로서 노래만 전념, 공인이 날뛰고 정치 쓰레기들이 날뛰는 이곳에서 이미지 실추되지 않기를 팬으로서 부탁"이라고 적은 데 대해 반문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투표를 했다는 연예계 유명인들의 투표 인증샷은 26일 하루 종일 트위터를 달궜다.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웃옷을 벗고 인증샷을 찍겠다고 공약(?)한 김제동은 '나는 꼼수다' 일동이 50%를 넘으면 바지를 벗기겠다고 하자 "정말 벗고 싶다"고 화답했다. 아침 일찍 인증샷을 올린 김창렬을 비롯해 황혜영 김경록 부부, 이동욱,김여진,상추,이적,주영훈 이윤미 부부, 이효리,김제동,김경진, 박희순,윤종신,안선영, 걸그룹 티아라의 은정,다비치의 강민경, 포미닛의 허가윤, 원더걸스의 유빈, 안용준 등이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들 연예인들은 당연한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개념 연예인'이란 칭호를 받고 있다. 당연한 일을 하는 게 특별한 일이 돼버린 10.26일 투표율은 오후8시 서울 48.6%, 전국 45.9%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