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감독 "마지막 '완득이' 웃음 하나로 족했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11.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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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훈 인턴기자 yh01@


영화 '완득이'의 기세가 무섭다. 달동네 옥탑방에서 등 굽은 아버지와 모자란 삼촌과 사는 18세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가 늦가을 극장가를 강타했다. 지난달 개봉 이후 한달여만에 440만 관객을 돌파하며 500만 관객을 향해 가는 중이다.

겨울이 다가오는 기색이 완연한 어느 낮 '완득이'의 연출자 이한 감독을 만났다. '연애시대', '청춘만화', '내 사랑'을 연출한 그는 멜로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의외나 다름없는 작품. 그러나 이한 감독은 진짜 하고팠던 이야기가 이런 것이었다며 웃음지었다. '완득이'를 '한지붕 세가족' 같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며. 착한 사람들이 사는 달동네의 따뜻한 풍경을 그린 사람다웠다.


-'완득이'가 400만 관객을 훌쩍 넘었다. 흥행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1차적으로 캐릭터들의 모습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웃긴 영화는 많지만 따뜻한 마음, 좋은 마음을 가진 캐릭터라는게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갔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이 그런 걸 그리워했던 거고, 마침 우리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얼마 전 은사님이 부르셔서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했었는데, 열띤 분위기였다. 고등학생들도 많이 공감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이럴 줄은 몰랐지. 저는 안 될 줄 알았다. 제가 예측 능력이 없는 사람인거다.(웃음) 좋은데 하고 싶은데 이게 온전한 상업영화가 될까 싶었다. 그러다가 김윤석이 한다고 해서 '아 100% 들어가겠구나' 생각을 했고 좋다 했는데, 이렇게 잘 될줄은 또 몰랐다. 편집 할 때도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다 모니터 시사회를 했는데 너무 반응이 좋은 거다. 그 때도 'CJ에서 사람들을 불렀나' 그랬다. 그러면서 잘 될 수 있겠구나 했다.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요소요소에 있다. 원작자 김경령 작가가 만족했다던데.

▶학교 부분엔 원작에 충실했는데, 처음 각색 하면서부터 동주 선생님 역할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야 영호를 이끄는 축이 생길 것 같았다. 그게 윤석이 형을 만나면서 구체화됐다.

작가님이 좋아하셔서 예의상인가 했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 그 누가 칭찬하는 것보다 기분이 좋았다. 실수는 안 한 것 같다는 생각. 사실 영화화하기에 굉장히 좋은 원작이었다. 제작사 대표님이 당연히 판권이 팔린 줄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안 팔렸기에 얼른 사셨다고 하더라.(웃음) 캐릭터가 분명했고, 캐릭터가 특히 대사 속에 묻어있었다. 폭넓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기도 했다. 관념적이면 영상화하기가 힘든데 감독으로선 영화화하기가 수월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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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훈 인턴기자 yh01@


-사랑이야기들을 주로 했던 전작을 생각하면 '완득이'는 의외의 작품이다. 원작보다 사랑 이야기들도 추가됐다.

▶사실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그런 내용이었다. 성공하거나 잘난 사람보다는 소외받았던, 관심 밖에 있는 사람 이야기에 옛날부터 끌렸다. 그런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쓴 적도 있었다. 또 다시 하고싶기도 하고. 멜로는 '연애소설'로 하고 싶은 거 다 했다고 생각한다. 또 언제든 다시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고.

러브라인이 추가된 건 장기는 아니고, 그런 것들이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랑하게 할 수 있지 않나. 의도했다기보다는 부드럽게 실생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넣었다.

-무엇보다 '완득이'에는 악인이 없다. 예전 작품에서도 늘 그랬던 것 같다.

▶'니 영화는 너무 착해', '좋은 쪽만 보려고 해' 그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나는 왜 그러나' 반성도 해 보고 '나쁜 놈 넣어야 하나' 고민도 해보고 그랬다. 하지만 그 때마다 한 이야기가 '살면서 나쁜 사람 만난 적이 없다'는 거였다. 진짜 나쁜 사람은 영화나 소설에서만 봤다. 나빠 보이는 사람도 가까이 지내보면 이유가 있고, 순수한 악이라기 보다는 환경이나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무조건적인 악인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진짜 저런 사람이 있나' 이입이 안 되곤 한다. 예전엔 잘 몰랐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해 주시는지는 알 것 같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그걸 같이 보여주는 게 좋다는 거고. 저는 일부러라도 밝은 쪽을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완득이'는 저 나름의 균형감각을 찾으려 애썼다. 앞으로도 제 영화에는 악 그 자체인 사람은 안 나올 것 같다.

-영화는 만드는 사람을 닮는다고, 감독이 착한 사람이어서인가보다.

▶예전에는 무서워 보인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저는 성격이 너무 우유부단하다고 할까. 싸우는 거 잘 못한다. 화도 잘 못내고. 내가 이 성격으로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정도였다. 그 땐 시늉을 냈나 보다. 일부러 안 웃고 그랬다. 그땐 차갑다 무섭다 그랬었는데 지금은 뭐 그냥.(웃음) 운이 좋은 것 같다.

-김윤석이 현장에서 많은 의견을 냈다고 들었다. 부딪히기도 했을텐데.

▶의견을 내는 배우가 처음이라 초기엔 당황했다. 하지만 그게 작품에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치니까 나중엔 이것도 내 복인가보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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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훈 인턴기자 yh01@


-완득이 역을 맡은 유아인이란 배우는 어땠나.

▶윤석이 형이야 원래 잘하는 걸 알고 있었고, 아인 군은 이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100% 잘한 것 같다. 흔치 않은 배우가 될 것 같다. 뭔가 다른데, 본인만의 이야기가 있다. 주어진 틀 안에서 자신을 표현할 줄을 알더라. 자세히 보면 표정이 정말 좋다. 그게 또 찍을 때마다 다르다. 찍으면서도 사람들한테 '얘 표정좀 보라'고 너무 좋다고 그랬다. 오케이 컷 찾아내기가 아주 미묘한데 TV에선 그 차이가 잘 안보일 거다. 그래서 스크린에서 더 사랑받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디션으로 뽑았다던데. 첫 눈에 마음에 들었나.

▶본인도 알겠지만 처음 오디션은 잘 못했다. 본인이 준비할 시간이 적었을 것이고, 저를 처음 만났기 때문에 조금 어색하기도 했을 거다. 저도 처음엔 완득이랑 맞는다는 생각이 많지 않았다. 내부에도 패셔너블하고 주관 뚜렷하고 그런 아이콘 같은 애가 완득이를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다 읽고 이야기를 하는데 한번 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2번째 만남에선 더 좋았다. 한 번 더 보자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3번을 만나고 결정했다.

-완득이의 성공기를 그리지 않은 이유가 있나.

▶그 부분은 전적으로 주위의 도움을 받았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성공하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야구로. 야구가 있기있으니까 그랬던 건데 킥복싱은 우리가 생각해도 찌질하지 않나. 처음엔 저도 완득이가 성공을 해야하고, 그래야 관객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이 이야기와 색이 안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해 주셨다. 찍으면서 정리가 되더라. 얘는 거창하게 성공할 확률이 아주 크지 않은데, 이 희소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까. 그러다 결정했다. 마지막 완득이의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래 이 표정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걸 찍을 때 기분이 생각난다. 저까지 희망이 생기는 듯했으니까. 관객들도 그걸 보며 나름의 완득이를 상상할 거다.

-달동네 풍경, 사람들도 아주 따스하게 그렸다. 판타지로 보는 사람도 있다.

▶제가 연출부를 하면서 완득이가 사는 그런 동네에서 한 7년을 살았다. 그런데 착한 사람 많다. 너무 사람이 순하고 좋아서 못사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89년, 90년 그 때인데 대학 때 벌이가 세다고 나이트클럽,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실제 지내보면 '느와르'같지 않다. 진하고 인간미 넘친다. 누구 제사다 그러면 신문에 쇠고기 말아서 국이라도 끓여 드시라고 준다. 2년 연속 수해를 입은 적이 있었는데, 2층에 사는 사람들이 돈 거둬서 펌프 사서 물을 퍼주고 그랬다. 나라에서 해주는 게 아니라. '왜 그러냐' 물어보면 '우리는 2층 사니까 미안하잖아'이러면서 물 퍼주고 밥 해주고 그러셨다. 못지않게 작가님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절대 판타지가 아니다. 그 안에 있는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그린 것이다. 달동네의 살풍경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너무 성공 위주의 사회라 잃어가는 게 많은 것 같다.

-'완득이2'나 드라마화 생각은 안 하나.

▶속편은 계획이 없다. 한 편으로 완결성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재미있을 것 같다. '한지붕 세가족' 같은 드라마로 만들면 어떨까. 그때 정말 재미있었다. 나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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