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韓영화 트렌드는 사극..이병헌까지 왜?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12.05 10:44
  • 글자크기조절
image
왼쪽부터 '조선의 왕이다'로 첫 사극에 도전하는 이병헌, '후궁'에 출연하는 조여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사극 출사표를 던진 차태현.


한국 영화계가 다사다난했던 2011년을 마무리하고 2012년 농사에 들어갔다. 내년 한국영화 라인업은 '도둑들' '타워' '비상' 등 준비된 대형 블록버스터들도 있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봐도 무방할 만큼 쏠림 현상도 있다.

바로 사극이 줄줄이 준비 중인 것.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등 멜로영화도 두루 제작에 들어갔지만 눈에 띄는 것은 사극 영화들이 대거 제작과 준비에 들어간 점이다.


한동안 스릴러붐이 일던 한국영화가 새롭게 사극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극은 '왕의 남자'라는 성공사례가 있지만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분야로 치부돼 왔기 때문이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사극에는 우선 '조선의 왕이다'가 있다.

'조선의 왕이다'는 당초 강우석 감독이 연출하려 했다가 무산된 뒤 '그대를 사랑합니다'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왕자와 거지를 모티프로 광해군을 대신해 임금 노릇을 하던 천민이 왕의 역할에 눈을 뜬다는 내용을 그린 영화.


톱스타 이병헌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다. '조선의 왕이다'는 허균과 왕비 등 주요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대승 감독이 준비 중인 '후궁:제왕의 첩'은 조여정이 '방자전'에 이어 또 한 번 과감한 노출을 한다고 해서 눈길을 끈 작품. '후궁'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세 남녀의 욕망을 드러내는 내용으로 조여정은 사랑 때문에 후궁이 되어야만 했던 인물을 맡았다. 여배우의 노출 수위로 캐스팅이 쉽지 않았지만 조여정이 김대승 감독에 대한 신뢰로 출연 결정을 하면서 제작에 탄력이 붙었다.

'조선의 왕이다'와 맞붙을 영화도 있다. 데이지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장규성 감독이 준비 중인 '나는 왕이로소이다'(제작 데이지 엔터테인먼트)는 왕자와 거지 설정이 담겨 있어 '조선의 왕이다'와 비교된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세종대왕이 임금이 되기 전 거지와 자리를 바꾼 뒤 시전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인물과 사회를 경험한다는 내용. '선생 김봉두' 장규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경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전개로 풀어나갈 생각이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가 된 만큼 시너지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세종대왕의 세자 시절 이야기인 터라 20대 배우들의 대거 물망에 올랐다.

김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한창 준비 중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 석빙고의 얼음을 훔치려는 도둑들의 이야기.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을 꿈꾼다. 차태현과 오지호, 민효린, 성동일, 고창석 등이 출연한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한재림 감독도 사극으로 돌아온다. 한재림 감독은 '아내가 결혼했다' 제작사 주피터필름에서 '관상'이란 사극을 준비 중이다. '관상'은 조선시대 관상을 잘 보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두운 시대상황 속에서 휘청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이 될 정도로 일찌감치 시나리오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동안 SF영화 '트레이스'를 준비했던 한재림 감독은 '관상'으로 새로운 도전을 펼칠 계획이다.

'새드 무비'를 연출한 권종관 감독은 '전령'이란 사극을 준비 중이다. '전령'은 꼭 전해야 할 이야기를 갖고 있는 전령과 그를 맞아서는 세력들의 대결을 담는다. '최종병기 활'처럼 쫓고 쫓기는 사람들의 대결이 중심축이다. 한류스타 A가 출연을 놓고 고심 중이다.

'단적비연수'를 연출한 박제현 감독은 '조선 미녀삼총사'란 사극 연출을 기획하고 있다. 가제인 제목 그대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녀 삼총사의 활약을 담은 영화다. 톱 여배우 3명을 출연시키려는 논의 중이다.

내년에 이처럼 사극영화 제작 붐이 이는 것은 지난해 '방자전'에 이어 올해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최종병기 활'의 흥행성공이 한몫했다. '최종병기 활' 김한민 감독도 차기작을 '충신'이란 사극으로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극은 미술과 세트에 큰돈이 드는 반면 흥행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 한국영화에서 쉽게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던 장르였다.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에 이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평양성' 등 꾸준히 사극을 내놓은 유일하다시피 한 감독이었을 뿐이다. 고려시대말기를 담은 '쌍화점' 흥행도 조인성과 유하 감독이란 빅카드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영화제작자는 "그동안 사극 장르가 외면 받았는데 이렇게 제작붐이 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사극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라면 관객이 찾는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선명탐정'과 '최종병기 활'은 그동안 왕 이야기에 중심을 뒀던 기존 사극과는 달리 명랑추리극과 액션활극이란 차별을 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방자전'도 고전인 '춘향전'을 비틀어 에로틱한 면을 강조하면서 대박신화를 냈다. 관객들이 사극이라도 극장을 찾을 여건이 충분해졌단 뜻이다.

현재 준비 중인 사극들 역시 왕과 거지 설정, 하이스트 무비, 에로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추격자' 이후 스릴러 붐이 일다가 상당수 영화들이 외면 받았던 것처럼 쏟아지는 사극들이 완성도를 담보하지 못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 스캔들' '뿌리 깊은 나무'처럼 TV드라마에서 새로운 사극을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영화에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완성도 높게 만드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사극영화들이 줄줄이 만들어지는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판하기 어려울 경우 옛날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빗대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 관계자는 "'26년' 등 현실을 담으려는 영화들 제작이 이번 정권에선 쉽지 않았다"며 "준비 중인 사극들이 시대를 바꾸려는 사람들과 기득권의 갈등을 그리는 내용이 많은 게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과연 2012년을 겨냥한 사극들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일시적인 붐이 될지, 새로운 주류 장르가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지점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