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듀오 "벌써 10년, 뜨겁고 짜릿한 추억"(인터뷰)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1.12.0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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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듀오 <사진제공=아메바컬쳐>


동갑내기 두 남자가 무대를 흔든다. 한쪽에서 마이크를 잡고 랩을 쏟으니 다른 한쪽에선 약속한듯 추임새가 붙는다. 늘 유쾌하고 신나는 음악으로 마니아층의 확고한 인기는 물론, 국내 힙합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다이나믹듀오 개코와 최자가 다시 무대 위에 섰다.

음악은 여전히 뜨겁다. 경쾌한 두 남자의 목소리에 리얼 악기의 따뜻함, 진솔한 노랫말이 더해지니 진정성이 느껴지는 새 음악이 태어났다. 뻔하지 않은 그들만의 음악. 일상 속 이야기들이 둘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투영된다. 다이나믹듀오만의 전매특허 음악이다.


벌써 10년이란 시간도 흘렀다. 그 사이 군대도 다녀왔고, 개코에겐 아내와 아들, 두 명의 소중한 가족이 생겼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라는 새 생명도 얻었단다. 그리고 음악은 더욱 견고해졌다. 단짝 친구 개코·최자와 마주 앉아 지난 10년 뜨거운 추억을 들어봤다.

-10주년 기념 음반을 발매했다. 제대 후 첫 앨범이라 기분도 남다를 것 같다.

▶새롭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다. 좀 복잡하지만 확실한건 '설렌다'는 것이다.


-새 음반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인 '디지로그'란 타이틀이 붙었다.

▶(최자)샘플링을 이용한 힙합곡의 제작은 유독 국내에서 많은 논란이 되었다. 우리도 샘플링 작법의 비중을 조금씩 줄여왔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작들에 비해 밴드 사운드의 비중이 많이 커졌고 이것들을 힙합스럽고 박력있는 사운드로 재편곡 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실험들이 진행되었다.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사운드가 만들어졌고, 현재는 둘 다 새롭게 도달한 합의점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다.

(개코)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많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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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듀오 <사진제공=아메바컬쳐>


-이번 정규 6집은 2장으로 나뉘어 발매된다. 향후 음악 색깔의 변화를 예고하자면?

▶(개코)최근 발매된 앨범 '1/2'과 마찬가지로 '2/2' 역시 하나의 앨범으로서 지루하지 않게, 밸런스를 맞추어 곡을 구성했다. 1/2처럼 2/2도 분위기의 기승전결이 있는 앨범이 될 것이다.

(최자)음악색깔의 변화는 우리도 예측하기 힘들다. 항상 그때그때의 기분과 감성이 음악에 반영되기 때문에 우리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 삶을 충실하게 살길 원한다.

-군대와 결혼..최근 몇 년 사이 음악과 가사에 변화를 준 게 있다면?

▶(최자) 2년 동안 군대에서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좀 더 성숙해 진 것 같다. 너와 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니라 우리로서 그리고 전체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해야 하나...그렇게 보다 보니 최근 많이 바쁘고 힘들지만 체감하는 스트레스는 줄었다. 피곤해도 행복하다. 아무래도 이런 정신 상태가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 쓸 가사에 반영될 듯싶다.

-이번 앨범 내 해외 뮤지션들과의 음악적 교류가 있었다면?

▶(최자)이번 앨범에서 특별히 해외 뮤지션들과의 교류는 없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더 죽이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개코) 하지만 해외 뮤지션들과의 교류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열어 놓고 있다. 그 자체로 가치있고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

-최근 전시회와 아트워크 등 이색적인 10주년 프로젝트를 열었다. 문화 다양한 면에서 접근했는데 앞으로 색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과학과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각종 통계자료들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아트'들이 그런 것인데,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사회 현상들을 예술로서 오감으로 직접 느끼게 해주는 분야이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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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듀오 <사진제공=아메바컬쳐>


-10년간 두 사람에게 생긴 가장 기억에 남는 일, 그리고 둘이 이뤄낸 가장 뿌듯했던 경험은?

▶(개코) 음..기억에 남는 일들이 너무 많고 소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것 같다. 하하. 둘 다 특별히 목표를 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재에 충실하고 즐기자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한다.

(최자) 일단 2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 했다는 것이 최근 우리가 이룬 가장 뿌듯한 경험이다. 대견하다.

-지난 10년간 힙합신도 많은 변화를 겪었고, 대중과 많이 친숙한 장르가 됐다.

▶(최자)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뿐만 아니라 후배 아티스트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반면 힙합신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코) 다들 너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아쉬운 건 없지만,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아티스트들이 함께 할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 아티스트가 설 무대가 적기에 그만큼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기 힘든 것 같다. 좀 더 밖으로 나와서 직접 대중들과 교감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젊고 치기어린 스타들도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힙합신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힙합신이 성장하는 데 있어 두 사람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

▶(최자) 언더그라운드와 메이저신을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슈프림팀이라던지 리듬파워 같은 언더그라운드신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친구들이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음악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힙합계의 아인트호벤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우리 과업이지 않나 싶다.

-친구로 만나 가수 생활을 쭉 해오면서 갈등도 있었을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믿음, 둘이 함께 생활하면서 약속이나 원칙 같은 것이 있나?

▶(개코) 그런 약속이나 원칙조차도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져서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갈등은 가족끼리도 생길 수 있다. 그걸 어떻게 해결하고 조율하는지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본능적으로 서로 양보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심하게 싸울 일이 없다.

-개코는 결혼해 아빠가 됐다. 결혼을 하면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다소 한계에 부딪힌다는 말도 있다. 가족이 생긴 것이 음악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 같진 않나?

▶(개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인데..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해야 가정에서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반대가 될 수도 있고. 음악을 하는 것이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과 가족 간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 부분에서 와이프가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준다. 정말 고맙다. 창작의 한계에는 총각이었을 때도 많이 부딪혔다. 그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서 느꼈는데, 힘들 때 가족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하다. 이런 가족 안에서 난, 부양자 보다는 동반자의 역할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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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듀오 <사진제공=아메바컬쳐>


-최자는 연애, 그리고 결혼 계획 없나? 옆에서 지켜보면 부러울 것 같은데..

▶(최자) 원래는 개코가 좀 동생 같고 자식 같은 친구였는데 이제 좀 더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인생선배 개코 님께 앞으로는 내가 많이 물어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 하하. 난 좀 천천히 하고 싶은 마음이다.

-20대를 힙합과 보냈다. 그리고 30대를 시작했다. 지난 10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개코) 뜨거움.

(최자) '놀이동산'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이 많은 세월이었지만 정말 짜릿하고 즐겁고 많은 감동을 느낀 기간이었다.

-지난날을 떠올리며 서로에게 한 마디씩 해보자면?

▶(개코) 지금처럼.

(최자) 개코야. 잘 버텨주었구나. 결과보다는 너와 함께한 이 과정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즐거웠다. 앞으로도 쭉 계속 즐겁게 버텨보자!!

-'MAMA'에서 한류 팬들을 직접 보고 K-팝의 인기를 실감했을 텐데 기분 어땠나?

▶(개코) K-팝의 인기는 생각 그 이상이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 있는 음악과 무대, 콘텐츠를 만든 가수들, 기획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도 이제 제대 했으니 분위기에 편승해 해외로 자주 나가고 싶다. 하하.

-'MAMA'에서 세계적인 뮤지션 스눕독과 닥터드레를 만났다. 혹시 다듀를 알고 있던가?

▶(최자) 너무 심한 팬이었기 때문에 그냥 보자마자 말문이 딱 막혔다. 드레에게 "당신의 음악을 듣고 힙합음악을 시작했다"고 했더니 흐뭇하게 웃었다. 등을 두드리면서 "지금처럼 하면 앞으로도 잘 될 것이다"라고 말해주셨다.

(개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K-힙합의 미래를 점쳐보자면? 해외에서 통할까.

▶(개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언어적 문제 때문에 넘기 힘든 벽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K-팝을 팝송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 음악적으로는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힙합은 언어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가사 전달 등 일반 가요와 차이점이 있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외 팬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방법이 있다면?

▶(최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 자체가 상당히 세계적인 언어가 된 것 같다. 마치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팝 음악을 편하게 듣듯이 음악 자체로 접근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코러스 부분이라던가 캐치한 HOOK같은 경우엔 약간의 현지화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의 한국 힙합음악은 음악자체로도 충분히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해 있다고 본다.

-내년에는 소속사 아메바컬쳐 미국 콘서트도 연다. 해외 아티스트와 합동 작업도 언급했었는데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개코) 거창한 공연은 아니다. 작은 무대부터 서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다. 미국의 음악색깔을 따라가기보다는 힙합이라는 음악의 형태로, 최대한 우리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가져가고 싶다. 흑인이 한복 입고 꽹과리 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보다는(비하 아님) 진짜 한국인의 감성을 가져가서 보여주고 싶다.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레이블 콘서트를 연다. 그 사이 슈프림팀, 프라이머리, 리듬파워 등 후배 뮤지션 식구들이 생겼다. 맏형으로서 어떤 레이블로 꾸려가고 싶은지?

▶(최자) 앞에서도 말했듯 실력 있는 숨은 후배들을 세상에 많이 알리고 싶다. 그리고 실력이 있지만 시장자체가 없거나 너무 비주류 장르여서 인정을 못 받는 음악인들 역시 우리가 지금껏 축적해둔 노하우와 인프라를 이용해 세상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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